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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톺아보기] 외국인이 뽑은 관광지 10선 ⓽ 나가사키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10.26 10:56:58

글로버 정원에서 바라본 나가사키항 주변. ⓒ 위키피디아 재팬


[프라임경제] 규슈지방 나가사키현에는 47개 도도부현 중 가장 많은 1479개 섬이 있다. 해안선 길이도 4137㎞에 이르러 홋카이도에 이어 전국 2위다. 홋카이도 해안선에서 러시아가 지배 중인 북방영토 부분을 빼면 실질적 1위에 오른다. 

면적이 홋카이도 1/20에 불과한 나가사키현 해안선이 이처럼 긴 건 섬이 많기도 하지만, 섬들이 리아스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 항구도 83개나 된다. 

이렇듯 뭔가 있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나가사키현은 내륙교통 여건이 좋지 않다. '규슈 교통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후쿠오카~사가~구마모토~가고시마로 이어지는 종단 철도나 고속도로에서 비켜 있다. 

이런 불편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게 신칸센이지만, 개통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하카타~가고시마 루트가 2011년 개통된 데 비해 나가사키 루트는 일부 구간(46%) 개통 후 잔여 구간 공사방식을 놓고 사가현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126만여인구가 있는 나가사키현은 13시(市) 4군(郡) 8정(町) 행정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인구 2만6700명의 대마(쓰시마)도가 포함된다. 부산과 49.5㎞, 규슈 본토와 132㎞ 거리에 있는 대마도는 부산에서 국제선 고속정으로 1시간 남짓이면 당도할 수 있다. 야간에는 부산 야경이나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지근거리다. 

외국인은 물론, 본토에서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대마도지만, 한국 관광객에게는 과거 두 나라 교역 거점이었던 역사적 인연 등으로 인기가 있다.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연간 20만명 정도 관광객이 낚시·등산이나 하이킹, 일본 음식 등을 즐기려고 찾았다.

나가사키는 천주교(카톨릭) 신자가 많은 지역이다. 나가사키 주민 4.5% 정도가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 국민 0.5%만이 천주교 신자인 일본에서 나가사키 신도 비율은 이례적이다. 

나가사키 관광지 중 곳곳에서 유황 수증기와 뜨거운 온천수가 분출되는 '운젠 지옥'이 있다. 에도막부 초기 천주교 신자를 데려와 배교를 강요하고 반항하면 끓는 물에 밀어 넣어버린 곳이다. 천주교 기록에 따르면, 1603~1639년 사이 사제와 신도 등 188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2차 대전 당시 대규모 군항이 있던 나가사키시에 1945년 8월9일 원자폭탄이 떨어져 7만명 이상 주민이 사망하고, 가옥 36%가 파괴됐다. 이런 비극적 역사가 3일 먼저 원폭이 떨어진 히로시마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건 아이러니하다. 

◆향토 음식

#나가사키 짬뽕(잔퐁) 1899년 

중국요리점 시카이로(四海樓, 사해루)가 중국 유학생들에게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요리를 제공하고자 여러 채소와 자투리 고기를 볶아낸 후 중화면을 넣고 끓여낸 요리에서 시작됐다. 

이후 해물이 들어가 재료가 한국 짬뽕과 비슷해졌지만, 맛이 맵거나 얼큰하지는 않고 돈코쓰 풍미가 난다. 짬뽕 어원은 포르투갈어로 섞는다는 의미 '찬퐁'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후쿠사야 카스텔라. ⓒ 후쿠사야 홈페이지


#카스테라(카스텔라)

포르투갈에서 전해진 과자를 바탕으로 변형해 만든 일본식 스펀지케이크다. 달걀·밀가루·설탕을 기본 재료로 점포에 따라 우유·치즈 등을 혼합하기도 한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후쿠사야(福砂屋)'가 1624년, 쇼오켄(松翁軒)이 1681년 창업했다는 점에서 역사가 500년쯤 된다. 

#사라우동

접시(사라)에 걸쭉한 스프가 덮여 나온다. 대접에 국물과 면이 담겨 나오는 일반 우동과는 외관이나 맛이 다르다. 한국 중국집 울면 분위기에 가깝다. 일반 면이 아닌 가는 면을 기름에 튀겨 사용하는 버전도 있다. 

#나가사키 텐푸라

400년 역사를 가진 나가사키 튀김으로 포르투갈 사람들이 즐기던 서양식 튀김 '프리터 (fritter)'가 원형으로 알려졌다. 

튀김 옷이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데다 별도로 찍어 먹는 소스가 필요 없어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튀김 재료로 새우·흰 살 생선·닭고기가 많다. 
 
◆주요 관광지

#구라바엔(글로버정원) 

나가사키 개항 이후 나가사키에 정착한 영국 상인 토머스 블레이크 글로버 및 링거, 올트의 전 거주지가 있던 곳에 다른 역사적 건축물을 옮겨 놓은 야외박물관이다. 일본 최고 목조 서양식 건축물 군으로, 201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됐다. 또 국보와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오우라천주당'이 인근에 있다. 

#평화기념상 

하늘 향한 오른손은 '원폭 위협', 수평으로 뻗은 왼손은 '평화', 감은 눈은 '희생자 명복'을 비는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동상.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에 조성된 나가사키시 평화 공원에 피폭 10주년인 1955년 건립됐으며, 중량 30톤에 높이 9.7m(좌대 3.9m 별도) 크기다. 

#하우스텐보스

현 북부 사세보시에 위치한 테마파크. 약 46만평 부지에 네덜란드 거리 풍경을 재현했다. 롤러코스트 같은 스릴 있는 탑승물 등이 없어 심심할 수도 있지만, 느긋하게 며칠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는 정주형 리조트로 한 번쯤 가 볼 가치가 있다. 

#하시마(군함도)

나가사키반도 남서쪽 4.5㎞ 해상 하시마(端島)는 일명 '군함도'로 알려진 섬이다. 

1800년대 초부터 탄광으로 개발, 1941년에는 41만톤 채탄 기록 등 전시 산업에 이바지했다. 패전 당시 6.3헥타르(약 1만9000평)에 불과한 면적에 최대 4000여명이 거주했다고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공들의 한이 서린 곳으로 1974년 폐광됐다. 

온천 수증기가 분출되는 운젠 지옥. ⓒ 시마바라반도 관광연맹


#운젠 지옥 순례

나가사키 시내에서 직행버스로 100분 거리에 있는 운젠시 온천마을에서 유황 수증기와 온천수가 지옥처럼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이타 벳푸, 홋카이도 노보리베쓰와 함께 '3대 지옥순례 온천'으로 불린다. 1991년 6월 운젠산 대분화 때 취재기자와 화산 학자 등 4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나가사키는 코로나 사태로 직항편이 사라지고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따라서 나가사키까지는 후쿠오카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하카타~나가사키는 철도 거리 155㎞, 특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지난해 개통된 다케오온천~나가사키역 66㎞ 신칸센 구간 환승시 이동시간을 20~30분 단축할 수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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