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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인명사고에도 A등급 "모호한 ESG 평가 기준, 신뢰 하락"

한국ESG기준원, 등급 산정 근거 불명확…투명성 제고해야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11.16 15:16:55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 평가에서 대체로 양호한 등급을 받아 업계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다만 올해 각종 잡음에 시달렸던 건설사들조차 우수한 평가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평가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ESG 평가는 한국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ESG평가기관인 KCGS가 실시하고 있다. 상장회사가 현재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KCGS에 따르면 올해 평가 대상은 상장회사 987곳이며, 비상장 금융회사 62곳의 경우 지배구조만 평가했다. 평가 등급은 △탁월 S △매우 우수 A+ △우수 A △양호 B+ △보통 B △취약 C △매우 취약 D 총 7개로 분류된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대두된 이후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던 건설업계는 올해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ESG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부실시공 및 인명사고 등 논란이 제기된 건설사도 높은 등급을 획득하면서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통합 A+등급' DL건설‧태영건설 등 뒤이어

KCGS '2023년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은 건설사 중 유일하게 통합 'A+등급'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를 이어 'A등급'으로는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047040) △GS건설(006360) △DL이앤씨(375500) △DL건설(00188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태영건설(009410) △한화(건설부문 포함‧000880) △효성중공업(298040)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대우건설의 경우 전방위적 ESG 경영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통합 B+등급에서 올해 A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환경(E) B+→A+등급 △사회(S) B+→A등급 △지배구조(G) B+→A등급으로 조정됐다. 

실제 대우건설은 지난 5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가입 의결·지지 선언을 통해 기후변화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PC공법 적용은 물론 △안전시설 투자 및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 △여성 사외이사 선임 등이 이번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 대우건설


DL건설도 △환경(E) A등급 △사회(S) A+등급 △지배구조(G) B+등급을 획득, 최종 A등급을 달성했다. 

전사 환경전산시스템 활용을 포함해 △협력사 지원 활동 강화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품질 개선 활동 △ESG 관련 활동 이사회 보고 및 승인 체계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검증 등 다양한 노력이 결실을 이뤄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통합 'B+등급'에 그쳤던 태영건설도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개 △근로자 작업중지권 실시 △우수협력사 인센티브 확대 △부패방지 표준 ISO 37001 인증 등을 바탕으로 상향 조정된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KCGS 관계자는 "A등급 기업들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적절히 갖추고 있다"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적다"라고 설명했다. 

◆부실시공‧인명사고에도 A등급? "평가 기준 의구심" 

다만 일각에서는 KCGS ESG 평가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굵직한 사고가 발생했던 건설사들이 높은 등급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대재해와 부실시공 논란을 피하지 못한 기업들이 '중대재해 제로' 기업과 동일 등급이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GS건설은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여파'로 사회(S) 부문에 있어 지난해(A+등급)와 비교해 다소 하락한 B+등급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 이외 부문에 있어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통합 A등급'을 유지했다. 더군다나 GS건설은 해당 사고로 인해 10개월 영업정지 처분까지도 받았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DL이앤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3건의 사망사고가 나는 등 잦은 중대재해로 사회(S) 부문에 있어 B+등급(지난해 A등급)으로 떨어졌지만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화 △현대건설 △효성중공업도 A등급을 달성했다.  

이런 의외의 평가 결과로 인해 등급 산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감에도 출석한 건설사들이 높은 ESG 등급을 받았다는 건 이해하기 쉽지 않다"라며 "이는 신뢰성 문제로 귀결되는 만큼 KCGS는 보다 명확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이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대재해 및 부실시공 여파에도 높은 등급이 책정된 것은 평가 기준(환경‧사회‧지배구조)에 있어 중요도에 따라 가중 평균을 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배점 비중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에 따른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환경 및 사회 부문의 경우 기업 피드백이나 이사회 인터뷰 절차를 반영해 평가 결과 정합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KCGS 측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공석인 이유로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이처럼 다수 건설사가 ESG 평가에 있어 높은 수준을 입증하면서 '업계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KCGS의 모호한 평가 기준 탓에 이에 따른 의문점도 만만치 않은 상황. 과연 KCGS가 현재 거론되는 논란을 해소하고, 평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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