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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단장' 스토브리그 지고, 머니볼 뜬다

'롯데맨' 박 단장, 선수단·프런트 '한 몸' 강조...팀 컬러 젊은 유망주 육성 '방점'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3.11.20 15:52:11

롯데 자이언츠 신임 박준혁 단장. ⓒ 롯데 자이언츠

[프라임경제] 머니볼은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빌리 빈(William Lamar Beane) 단장'이 주장한 이론으로,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좋은 타자가 득점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영 기법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는 경제학적 원칙을 적용해 스타급 선수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저비용ㆍ고효율로도 야구단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다년간 쌓인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 통계자료)에 기반해 야구를 분석하고 팀을 경영하는 자체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계의 상식을 벗어난 빌리 빈의 선택은 비웃음을 샀지만 크게 성공했다. 만년 최약체라던 오클랜드는 2002년 8월13일부터 20연승을 거뒀다. 미 프로야구 140년 역사에 유일한 기록이다. 2003년 마이클 루이스가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고, 특히 2011년 9월 브래드 피트(빌리 빈 단장 역) 주연에 영화 '머니볼'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롯데는 2017년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이후 2018년부터 8-10-7~8-8-7위로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기나긴 암흑기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롯데 '우승 제조사', '자이언츠맨' 신임 감독·단장 영입...박 단장 '리빌딩 위해 선수단, 프런트 역량 강화' 초점

열광적인 팬층을 보유한 롯데의 스토브리그가 개막했다. 사령탑에 '우승 제조사' 신임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구단 운영, 선수 육성을 맡길 중책에는 '자이언츠맨' 신임 박준혁 단장이 부임했다. 

김 감독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2015년~2021년) 진출해 무려 3차례나 두산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롯데가 타 팀 우승 출신 감독을 영입한 건 무려 21년 만이다. 1군 코치진에 김광수, 김민호, 고영민, 주형광, 김민재, 김주찬 등 두산·롯데 스타급 출신들로 진용을 구축했다. 

롯데는 1982년 KBO리그 출범을 한 '원년구단'이지만 구단 공채 출신이 단장 자리에 오른 건 박준혁 단장이 최초다. 비교적 깐깐한 모기업 정서로 볼 때 파격적 인사임에는 분명하다. 그는 사원부터 야구단 프런트 핵심인 홍보, 운영, 인사, 운영부장까지 주요 보직을 최연소로 거친 ‘롯데 전문가’다. 

'가을야구'가 소원이라는 롯데 팬들의 기대가 한층 고조되는 이유다. 감독은 팀 성적으로 말하고, 선수단 구성은 단장의 몫이 크다. 이 둘의 조화로운 융합이 빛을 발할 때 비로써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박 단장의 취임 일성은 프런트 역량 강화를 지목했다. 신인 선수 선발부터 육성까지 1군에 좋은 선수들이 꾸준히 올라가기 위해서는 프런트 개개인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한 사람이 어떤 슈퍼 파워를 가져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KBO리그는 결국 좋은 선수를 뽑고 2군에서 육성시켜서 1군으로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와 프런트 각 개인의 역량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우리 모두의 목표는 '자이언츠가 어떻게 강해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내 역량을 총동원해 모두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박 단장은 팀컬러는 젊은 유망주 육성에 방점이 찍혔다. 앞서 머니볼 이론에 비춰 효율성을 중시하며 특정 고액스타에게만 의존하는 구단 운영을 지양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에서는 팀의 구성원이나 시스템을 리셋, 물갈이를 통해 체질을 새롭게 갖추는 리빌딩을 종종 시도하곤 한다. 

박 단장, 유망주 육성 로드맵 착수...퓨처스 2군·육성군 조련해 낼 지도자 찾기 고심

박 단장이 추구하는 '지속적인 강팀'이 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매 시즌 FA/트레이드를 통해 즉시 전력감 영입이다. 이 경우 많은 비용지출이 불가피해 진다. 따라서 조금은 더디지만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망주 육성 로드맵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 자이언츠가 배출한 프랜차이즈 한영준 박정태 염종석 (사진 좌측부터). 이들은 1992년 한국시리즈 롯데자이언츠 우승의 주역이다. ⓒ 프라임경제

이를 위해 퓨처스 2군과 육성군에서 조련할 코치진 조각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2군 코치진에 염종석 동의과학대 감독, 박정태 전 코치 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육성군 코치에는 '원조 악바리' 한영준 전 고려대 감독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감독은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주장이다. 3회 연속 올스타를 비롯해 12년 동안 1000경기 출장기록을 세웠다. 롯데 은퇴경기 후 토론토 마이너팀 코치를 연수하고, 1998~2001년(롯데), 2004년~2010년(두산)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2012년 고려대 감독 첫해 우승을 하고, 그해 '최고지도자상'을 수상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 시절에 신임 김 감독과 김광수 코치와 한솥밥 먹은 사이다. 2010년 이후 두산이 끈끈한 수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백핸드는 독이 아닌 약'이라는 말을 남겼고 상상과 도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강조하는 지도 철학을 갖고 있다. 훈련생 신분으로 두산에 입단한 고영민, 손시헌, 이종욱 등을 1군 주전선수로 올려놓았다. 또 정근우, 이택근, 박병호 등 스타급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프로야구단은 1, 2군 선수 각각 26명 내외이며 육성군 역시 비슷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한 시즌에 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 주전과 후보 간 실력 격차를 줄여야만 장기 레이스를 안정되게 끌고 갈 수 있다

사실 롯데는 그동안 단장 교체를 통한 팀전력 강화를 위해 적잖은 투자를 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매직'이라 일컫는 성민규 전 단장이 그 예다. 2019년에 메이저리그 팀 프런트 출신을 영입해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다. 하지만 용병 수입, fa 등에 과감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부진한 성적을 내며 실망감을 안겼다. 

롯데는 선수단과 프런트 두 축 체제로 새 시즌 비상의 날개를 펼치기 위한 '리빌딩'에 착수했다. 머니볼 이론에서 보듯 지난 시즌 스토브리그의 참담한 실패를 딛고, 게임의 역사를 바꾼 감동의 리그를 팬들 앞에 과연 선사할 지 신임 박 단장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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