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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선택 이유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

HMGICS 준공식 개최…혁신 DNA로 '글로벌 R&D·제조·비즈니스' 변화 주도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11.21 16:53:13

HMGICS 준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인간 중심의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했다. 내연기관 50년을 넘어 향후 전동화 시대 50년을 선도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곳은 울산 EV 전용공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혁신의 두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Jurong Innovation District)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이하 HMGICS)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이날 준공식에는 로렌스 웡(Lawrence Wong)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의 양국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또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김용화 사장 등 경영진이 자리를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싱가포르와 현대차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공통의 혁신 DNA를 갖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HMGICS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연간 3만대 전기차 생산 능력·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는 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로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HMGICS가 위치한 주롱 혁신지구는 2016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 계획안에 따라 개발되고 있는 지역이다. 제조업 육성과 공정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HMGICS는 주롱 혁신지구 내 약 4만4000㎡(1만3000평)의 부지에 연면적 약 9만㎡(2만7000평),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됐다. 하나의 건물에 소규모 제조 설비, 연구개발(R&D) 및 사무를 위한 업무 공간, 고객 체험 시설까지 모든 시설이 갖춰진 복합공간으로 구성됐다.

세부적으로는 1층에 자동물류 시스템, 스마트 팜(Smart Farm), 브랜드 체험 공간 및 고객 차량 인도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2층과 4층에는 사무 공간, 3층은 스마트 제조 시설과 고객 경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5층 옥상에는 차량 시승 및 테스트를 위한 스카이트랙(Skytrack)이 설치됐으며, 지하 1층과 지상 6~7층은 주차장이다.

HMGICS는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 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해 고객니즈에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 및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고객들의 다양한 주문에 최적화된 생산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이용하면 작업자와 생산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 하나에서 다양한 차량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지더라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작업자가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이 조립의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유연 생산을 위해 업무영역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건물 전체에 5G 통신망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도 구현했다.

또 가상의 3차원 공간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즉 쌍둥이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및 제어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Meta-Factory)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공정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최적화된 가동률을 산정할 수 있으며, 물리적인 방문 없이도 제조와 물류 공정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로봇과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도 HMGICS의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작업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각의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업무를 수행한다.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근로자는 반복적이고 무거운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물류 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이 부품을 옮기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 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미국 조지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국 울산 EV 전용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완성차시장을 선도하는 제조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MGICS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홍범 현대차그룹 HMGICS 법인장(전무)은 "HMGICS는 도시 인프라와 모빌리티, 사람이 신개념 기술 솔루션 기반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다"라며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HMGICS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 모빌리티의 주문부터 인도까지 이어지는 고객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HMGICS의 자동 물류 시스템. ⓒ 현대자동차그룹


고객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트림 △색상 △옵션 등의 사양을 적용해 차량을 주문하면 HMGICS는 고객주문에 따라 차량을 생산한다. 제조가 완료된 차량은 건물 옥상에 위치한 길이 620m의 스카이트랙으로 옮겨져 주행테스트를 진행하게 되고, 고객들도 스카이트랙에서 시승을 경험할 수 있다.

HMGICS는 건물 일부에 투명유리를 적용해 차량 인도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바깥에서도 전시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건물 3층 고객 경험 공간에서는 고객들이 VR 투어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어 후 자동차가 생산되는 실제 스마트 팩토리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1층에서는 고객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차량 인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구루(Guru)를 배치해 HMGICS와 현대차그룹 모빌리티에 대한 안내를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층과 3층에는 로보틱스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농장인 스마트 팜(Smart Farm)도 설치됐다.

스마트 팜(Smart Farm)의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스마트 팜에서는 총 9가지의 다양한 식물을 재배할 예정이다. HMGICS는 방문객에게 수확한 농작물을 무료로 맛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싱가포르 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비롯해 2024년 3층에 개점 예정인 한식 다이닝에서 팜 투 테이블(Farm-to-Table) 콘셉트로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는 농토의 비율이 1%에 불과해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식량 생산 비율을 30%까지 높이기 위해 '30 By 30'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팜을 통해 싱가포르의 식량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기여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합작 연구소 통해 현지 생태계와 협업관계 구축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제조 기술 및 생산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기업 연구소(Corporate Lab)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 생태계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한다.

HMGICS는 난양이공대학(NTU),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 기술개발연구소인 과학기술청(A·star)과 기술 개발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최초로 대학·정부·기업이 합작한 연구소를 설립한다. 합작 연구소에서는 싱가포르의 우수 인재를 활용해 △인공지능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차세대 자율 생산 운영 체제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고객 인도 공간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아이오닉 5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또 싱가포르 경제인 연합회(SBF), 싱가포르 제조업 연합회(SMF)와는 산업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했다. 두 연합단체와 현대차그룹은 HMGICS의 혁신적인 제조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고 차별화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날 현대차는 준공식에 앞서 싱가포르 물류 기업 PTCL과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협력 MOU'를 체결했다. PTCL은 운수업·창고업·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싱가포르 주요 물류업체다.

싱가포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수소전략(National Hydrogen Strategy)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수소를 포함한 저탄소에너지 생산 비중을 싱가포르 전력 생산의 절반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카이트랙(Skytrack)에서 아이오닉 5가 주행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MOU를 통해 현대차는 싱가포르 수소생태계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PTCL은 수소 사업 관련 현지 코디네이터로서 현대차의 참여를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공동 모색하는 등 싱가포르의 에너지 전환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주롱도시공사(JTC)와 함께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주롱 혁신지구의 발전 단계에 따른 미래 교통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2020년에는 싱가포르 국영 최대 전기·가스 배급 회사인 SP그룹과 싱가포르 전동화 생태계 구축 및 배터리 활용 신사업 발굴을 위한 협약을 맺고 전기차 보급, 충전인프라 확대 등 전동화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생산 및 기술 혁신 솔루션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 및 발전시키기 위해 싱가포르와 다양한 협업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라며 "향후에도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더욱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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