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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루이비통 리폼 제품 상표권 침해 인정 판결에 대해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press@newsprime.co.kr | 2023.11.24 14:31:29

[프라임경제] 최근 루이비통 원단을 이용해 가방과 지갑 등의 리폼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루이비통의 상표에 대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므로 리폼업자는 루이비통에게 1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이 판결의 리폼업자는 5년 가량 고객이 제공한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고, 제품 1개당 수십만원의 제작비를 받았다고 한다.

법원은 이 리폼 제품이 고객 외 제3자에게 출처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이고, 리폼 제품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상품'에 루이비통 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명 브랜드의 리폼 제품은 예전부터 유행이었고, 이러한 리폼 제품의 제작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도 예전부터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그러던 중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선고됐고, 판결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리폼 제품의 상표권 침해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상표 법리의 원칙 중 하나인 '권리소진의 원칙' 때문이다. 권리소진의 원칙이란 상표권을 행사해 만들어진 상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나면, 그 이후 상표권자가 유통된 물품에 대해 재차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권리 소진의 원칙은 상표에 대한 상표권자의 권리와 더불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소유권을 존중하기 위한 원칙으로, 상표권자는 상품을 판매해 판매대금을 받았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후 소비자에게 자유롭게 상품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기 위한 법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리 소진의 원칙에 대한 예외도 존재한다. 상품을 구매한 뒤 유통하는 과정에서 원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가공이나 수선을 가한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게 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이는 그러한 가공 또는 수선으로써 상표의 기능 중 하나인 '품질보증기능'에 대한 침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품질보증 기능이란 소비자가 특정 상표를 보고 그 제품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상표의 기능으로, 브랜드 가치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기존 상표가 동일하게 사용된 제품을 판매하면서 제품 자체에는 가공을 가해 제품의 품질을 저해했다면, 상표의 품질보증기능을 왜곡하는 것이므로 상표권 침해로 판단해 금지하는 것이다.

리폼 제품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 또한 이러한 취지에서 권리소진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리폼 제품을 새롭게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존 원단이 변질되거나 제품의 만듦새가 원래의 명품 제품보다 열등해질 수 있고, 리폼 제품의 제작을 의뢰한 고객 본인은 당연히 그것이 리폼 제품임을 인지했더라도 고객이 제3자에게 해당 리폼 제품을 원래의 명품 제품인 것처럼 속여 재판매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상표권 침해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본다면 소비자가 본인이 구매한 원 제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의 리폼 제품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리폼 제작을 의뢰한 고객과의 1:1 관계에서 판매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리폼 제작이 상표권의 품질보증기능이나 출처표시기능을과연 침해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前 Cho & Partners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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