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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톺아보기] 지지율 급락과 '포스트 기시다'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12.01 15:29:01

중의원에서 답변 대기 중인 기시다 수상. ⓒ 데일리신초 캡처

[프라임경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도 28.3% △지지 21.3% △요미우리 신문 24% △마이니치 신문 21% △아사히 신문 25%로 나타났다. 

집권 자민당 지지율도 조사기관에 따라 낮게는 19.1%, 가장 높은 교도가 34.1%를 기록했다. 내각 지지율에 자민당 지지율을 더할 때 △지지·마이니치 신문 50% 미만 △요미우리 신문·아사히 신문은 52%였다. 

합계가 50% 미만이면 '총리가 곧 퇴진한다'는 아오키 법칙(아오키 미키오 전 참의원 의원 회장이 주창) 적용 시점이 언제일 지 최근 정가 화제다. 지지율 하락은 기시다 총리 개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 불신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기시다 총리가 쌓은 '수수하지만 성실', '아베나 스가 전 총리와 달리 다정다감', '히로시마 출신 평화주의자'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퇴색하며 나타난 부정적 현상이다. 

특히 방위비 증액분에 있어 '증세하겠다'라면서도 해산 총선거를 의식해 '소비세 감세'라는 모순된 선언을 한 게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나아가 이를 해명하고자 국회 및 미디어 앞에서 준비한 메모지를 영혼 없이 읽는 모습을 두고 '증세 메가네(안경)'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신감이 사라진 얼굴에는 '안경만이 남는 것 같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 9월부터 네티즌들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이 용어를 이젠 일반 대중들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린다. 게다가 부대신(차관)과 정무관의 사임 도미노, 총리실 기밀비를 도쿄올림픽 유치 비용으로 유용한 의혹에 대한 불성실한 대응 등도 지지율 하락을 부추겼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런 총리를 퇴진시키고,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새로운 얼굴로 해산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2024년 9월까지인 자민당 총재(기시다 총리 겸임 중) 임기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답변 중인 기시다 수상. ⓒ 11월28일 스포츠호치 캡처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정치적 필요에 따라 파벌간 합의가 있으면 총재 임기 전이라도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 더군다나 '소수 파벌 수장'인 기시다 총리는 다른 파벌 결정에 따라야 하는 처지다. 

기시다파는 의원 47명으로 △아베파 99명 △아소파 57명 △모테기파 53명에 이어 자민당 네 번째 파벌이다. 기시다가 2021년 9월 총재선거에서 승리해 총리에 오른 것도 전적으로 아베파를 포함한 다른 파벌의 지원 덕분이었다. 

지지율이 높은 경우 입지 강화 차원에서 해산 총선거를 통해 자파 세력을 늘릴 수 있지만, 현재 상황 상 의석이 줄어들 게 뻔하다는 점에서 해산을 강행할 수가 없다. 

물론 당장 선거를 치르더라도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갈 일은 없다. 공동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을 제외한 야당 8곳 지지율을 다 합쳐도 15% 내외이며 '제1야당' 입헌민주당 지지율 역시 4.7%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11월13일 NHK 선거 웹 기준). 

결국 이번 총리 퇴진 요구는 자민당 내 파벌간 권력투쟁의 한 모습일 뿐이다. 기시다 총리 퇴진은 그다지 멀지 않은 장래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전 경제산업성 관료이자 저명한 경제정치평론가 고가 시게아키(68)가 분석한 유력 후보군 소개 겸 인물평이다(11월28일 아사히신문계열 주간지 'AERAdot'). 

△고이즈미 신지로(42) 전 환경상

2000년대 초,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 '차남'. 부친 지역 기반을 물려받아 젊은 나이에 중의원을 5선째 기록하고 있다. 

최근 자가용차에 고객을 탑승하는 '라이드 셰어(ride-share) 초당파 연구회'를 발족하는 등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있다. 부인인 프리랜서 아나운서 크리스텔(46)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시바 시게루(66) 전 간사장

돗토리현 지사와 각료를 역임한 부친 후광에 힘입어 돗토리현에서 중의원 13선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과거 아베 전 총리나 스가 전 총리와 자민당 총재 자리를 놓고 겨뤘지만, 자파 세력 부족으로 4번 모두 패배했다. '무파벌' 스가 전 총리와 니카이 전 간사장 지원 여하에 따라 판세를 흔들 수도 있다. 

△고노 타로(60) 디지털 대신 

부총리를 지낸 조부와 중의원 의장 출신 부친을 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중의원 9선이다. 

다만 '마이넘버 카드(한국 주민증+의료보험카드)' 제도를 조기 정착하고, 탈원전 등 개혁 노선에 반대하는 자파 수장 아소 전 총리 등 기득권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당면 과제다. 

△다카이치 사나에(62, 여) 특명 담당 대신

여성의원으로는 독보적으로 아베 내각에서 총무 대신과 특명 담당 대신 2회, 기시다 내각에서 특명 담당 대신 3회 등 중요 포스트를 거친 중의원 9선이다. 당3역 중 하나인 정조회장도 두 번 역임했다. 

총재 출마에 적극적이며 아베 전 총리 지지층에서 지원받고 있다. 다만 매파 이미지가 강해 기피 의원이 많다는 약점이 있다. 

△가미카와 요코(70, 여) 외무대신

하버드대 석사 출신으로, 일본 외교를 이끄는 중의원 7선 가미카와 의원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스가 내각에서 법무 대신을 지냈고, 2007년 후쿠다 내각에서 공문서관리 담당 대신을 역임했다. 

다카이치 대신과 비교되는 참신성이 있어 지지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기시다파이면서도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웠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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