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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소하지 않을 권리'에 골프장만 웃었다…설득력 잃은 '증거불충분'

티샷에 30대 실명…경찰 기소의견에도 골프장‧타구자 불기소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3.12.05 17:53:57
[프라임경제] '기소하지 않을 권리'는 검찰의 권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경찰이 '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검찰의 '기소하지 않을 권리'에 재판조차 열리지 않는 상황을 비판할 때 사용된다. 

최근 일부 검찰에 대한 불신이 탄핵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기소의견을 제출해도 증거재판주의를 원칙으로 삼는 형사재판까지 도달하지 못한 사례가 또 다시 등장했다. 

이번 사건 또한 불기소 이유인 '증거불충분'이 쟁점이 됐다. 법조계는 비판의 시국을 자성으로 극복하지 않는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프라임경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S 검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된 타구자 A씨,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된 강원도 K 골프장의 경기 팀장 B씨, 대표이사 C씨, 캐디 D씨 등 4인 중, D씨를 제외한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기소의견을 내놓은 경찰과 상반된 결론으로,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을 결정했다. 

사건은 2021년 10월 강원도 K 골프장에서 남성 A씨가 친 티샷에 의해 발생했다. 캐디 D씨는 일행이었던 피해자(30대 여성) E씨와 다른 여성 일행 F씨를 태운 카트를 '티박스 전방 왼쪽'에 주차시키고 경기를 진행했다. 

일행이 앞에 있는데도 경기를 진행한 A씨의 첫 번째 티샷은 왼쪽으로 휘어 OB 지역으로 빠졌다. 캐디 D씨로부터 멀리건을 받은 A씨는 두 번째 티샷을 쳤는데, 공이 왼쪽으로 더 크게 휘면서 피해자 E씨의 눈을 강타했다. 

피해자 E씨는 그 자리에서 한쪽 눈이 파열돼 실명했다. 30대 여성 E씨는 이 사고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관련해 피해자가 제시한 첫 증거는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티샷이 피해자 방향으로 향할 수 있었던 K 골프장 현장 사진과 영상이다. 특수한 구조로 설계된 해당 홀은 카트 주차 지점이 티박스의 전방 좌측에 위치했다. 

당연하게도 카트가 티박스 후면에 주차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홀은 티박스에서 전방을 바라볼 때 왼쪽은 산지, 오른쪽은 낭떠러지 지형으로 K 골프장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왼쪽을 보고 티샷 하라'고 설명하는 곳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직전에도 타구자 A씨를 비롯해 동행인 I씨는 같은 방향(왼쪽)으로 타구를 날린 바 있다. 언제든 티샷이 주차된 카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형태다.

식당을 비롯한 놀이공원 등 어떤 시설이든 이용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이번 사고도 골프장의 물리적 구조상 카트 방향을 겨냥하도록 조성된 것이 문제이기에, 골프장 관리책임자에게 숙련자가 아닐 경우 유사한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한 골프장을 운영해온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험한 타구 방향에도 불구하고 캐디 D씨는 골프장의 안내에 따라 타구 방향에 카트를 주차했고, 경기팀장 B씨와 대표이사 C씨는 캐디 교육을 꾸준히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캐디-경기팀장-대표이사'는 각자 업무상 역할을 하면서 교육과 관리, 보고 등으로 묶인 한 그룹이다. 검찰은 이들의 관계와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과실에 대한 결정은 분리해 결론 냈다. 

특히 사건 당사자들의 의견이 배제됐고,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인정됨에 따라 구체적으로 불기소 이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충분하다. 

ⓒ 프라임경제



배제된 당사자 의견들…이해관계 있는 직원 증언은 인용 

불기소 이유서에서 검사는 경기팀장 B씨에게 '캐디 및 경기 진행 관리 등의 업무에 대한 책임자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의자 주장을 기반해 혐의없음을 인정했다. 

E씨는 검사가 불기소 처분의 이유로 증거불충분을 삼는 과정에서 쟁점이 묘하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타구자 A씨를 처분하며, 캐디 D씨 진술 등을 인용해 티박스를 지정하거나 카트를 주차시키고, 멀리건을 준 캐디 D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골프장 매뉴얼 혹은 경기팀장 방침에 따른 경기진행일 것이기에, 이를 고려할 때, 해당 캐디 D씨의 업무관리가 잘못됐다는 피해자 E씨의 주장 역시 인정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검찰은 경기팀장 B씨에 대하여는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반면 캐디 D씨는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입건됐다. 즉, 검사는 캐디의 과실을 인정하고 경기팀장 B씨의 캐디 업무 관리가 잘못됐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경기팀장 B씨에 대해 판단할 때는 캐디 D씨를 판단할 때 인정된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외에도 불기소 의견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과 증거들이 인정되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동행한 F씨는 경찰에서 타구자 A씨의 티샷 직전 "여기 너무 무서운데"라고 캐디에게 말했다. 또 '1차적으로 티박스 앞에 카트를 정차시키도록 한 골프장 운영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동행자 진술도 확인됐다. 

검사가 경기팀장 B씨 불기소 증거로 제시한 '매뉴얼'에는 '3미터 이내 사람이 있으면 타구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 의하면 캐디 D씨는 3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타구를 진행시켰다. 

검사는 안전관리 책임자의 '교육을 충실히 했다'는 주장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해당 교육의 무효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사건의 관련자들을 개별 판단할 때 책임의 기준을 달리하다 보니 발생한 모순이다. '귀책을 최소화 해주려 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E씨의 주장에 설득력이 생기는 부분이다.

또한 검사가 인정한 안전한 시설임에도 K 골프장은 사고 직후 해당 코스를 리모델링했다. 

E씨는 불기소 의견을 완성하기 위해 골프장 사측 관계자의 진술을 인용한 부분도 지적했다. 의견서에서 검사는 코스관리부 직원의 증언을 기반으로 경기팀장 B씨에게 매 경기 상황에 따른 직접적이고 구체적 지휘 감독할 주의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서술했다. 

이에 대해 E씨는 "캐디 D씨와 같은 동료 캐디들이나 해당 코스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기를 진행했던 사용자의 의견이 아닌 것"이라며 "피의자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충분한 직원의 진술을 기반해 증거불충분을 내린다면 사건의 책임을 추궁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E씨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변호사 J씨는 "해당 골프장 직원의 증언이 경기팀장 B씨에 대한 불기소 이유의 근거가 되었다면, 교육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캐디 D씨의 사례를 근거해 입장차이가 다른 캐디들의 의견도 수용했어야 마땅해 보인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직원의 증언만 인용한 것은 논란이 생길만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사고 직후 리모델링…검찰 "하자 단정 어려워"

대표이사 C씨에 관련한 불기소 이유도 E씨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사는 판단 근거로 체육시설업에 등록됐기 때문에 시설에 하자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서술했다. 이어 같은 입장인 경기팀장 B씨의 진술을 기반해 대표이사 C씨가 캐디 등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다해왔다는 주장에 부합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골프장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E씨의 후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다른 홀의 경기를 진행시켰다. 피해자가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는 동안 다른 홀에서 티샷이 날아오고 있었고, 길에 세워진 카트를 치우기 위해 피해자 이송 과정에 시간을 지체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동행자의 진술, 경찰 조서 등 기소 당시 검사에게 전달된 자료에 포함돼 있다. 

E씨는 "검찰은 체육시설업 등록 업체라는 이유로 사고 직후 리모델링한 코스에도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또 같은 입장의 피의자 경기팀장 B씨의 증언에 따라 대표이사 C씨가 책임을 다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논리로 작성된 대표이사와 경기팀장의 책임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검사의 의견서는 피해자의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해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을 탑다운식으로 구조화한 가운데 법원에 세울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라면, 향후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에서 대표자들의 책임은 없어진다.

직접 타구를 날린 A씨에 대한 불기소 이유는 더욱 처참하다. 

검사는 불기소의견서에서 'A씨는 캐디 D씨의 안내에 따라 티 샷을 한 것이 일반적인 골프 규칙을 위반했다거나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고, 멀리건을 사용해 두 번째 타격을 했기 때문에 더욱 사고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멀리건 사용이 규칙 준수?" 이유서에 적시된 상충된 표현들

우선 A씨가 '규칙을 위반했다거나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와 '멀리건을 사용했다'는 상충된 표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벌타를 없애주는 멀리건은 일반적인 골프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력차가 큰 동행자와 함께 할 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배려에 불과하다. 

또한 불기소 의견서를 기반해 추정할 수 있는 사실도 '멀리건'에 대한 검사의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첫 타격에서도 카트 쪽으로 타구를 날린 A씨는 이미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첫 타격에서 인지했고, 사고 타구는 캐디의 권고(멀리건)에 따라 재차 타격을 한 것이다. 

특히 A씨는 티에 오를 때 같은 티를 사용하는 동행 I씨로부터 "카트 위치가 불안한데 여기서 쳐도 되냐"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나아가 사고의 타구가 비정상적 궤도를 보였다면 법원에서 A씨의 실수는 쟁점이 될 여지가 크다. 골프 종목의 특성상 타구를 왼쪽으로 날리는 습관이 있는지 A씨의 습관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소한 따져볼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실수든 아니든, A씨 행동의 결과는 사람을 향해 공이 날아간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가 영구 장애를 입은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번째 타격으로 사고 예견이 어려웠다'는 논리는 '자신의 타구 방향을 알면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타구를 재차 날린 과실'이라는 주장을 극복하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A씨의 진술도 의심해야 하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골프장을 처음 방문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타구 거리와 관련해 10미터를 주장한다. 반면 D씨의 경찰 조서에는 '매뉴얼 상 3미터 이내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으므로 사람을 옮겨야 했다'고 기록됐다. A씨의 진술과 상충하는 지점이다. 

불기소 이유서에는 최초 진술들과 다른 기술도 보여 검찰 수사가 꼼꼼히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부른다. 캐디 D씨는 해당 골프장에서 10년간 근무했다고 최초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20년'이라고 오기했다. 사건 관계자들이 '화이트티박스'에서 발생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 '블루티박스'로 기술했다. 

'블루티박스'와 '화이트티박스'의 차이는 골퍼의 실력을 의미한다. 블루티박스가 화이트티박스보다 홀에서의 거리가 멀다. 사건의 장소가 내포하는 의미 가운데, A씨의 실력이 '블루티박스'에서 티 샷을 할 수준으로 평소 수준보다 높게 평가됨에 따라 '불가피한 실수'의 무게가 늘어난다. 

E씨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은 '블루티박스'가 불기소 이유서에 등장해 A씨의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며 "공정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 불기소 권력이 이용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가 고발한 피의자 4명 모두에게 기소의견을 낸 경찰의 수사 결과와 법원 판례들을 꼼꼼히 다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30대 여성이 실명이라는 명백한 상해사고를 당했지만 검찰은 논리적으로도 판례로도 해석이 안 낸 결론으로 책임을 희석했다. 과연 본 사건이 과연 재판조차 열리지 않을 사건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박선경 법무법인강남 변호사는 "본 사고는 골프장의 특이한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며 "특이한 구조로 설계한 골프장, 해당 구조를 이유로 특정 안전교육을 마련 및 교육하지 않은 팀장, 티샷 당시 멀리건 티샷으로 위험성 관리에 미비했던 캐디 모두에게 업무상 과실이, 역시 멀리건 티샷을 부주의하게 친 타구에게 과실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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