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고] 위기의 한우산업, 중소 사육농가 보호부터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 press@newsprime.co.kr | 2023.12.11 09:09:19

[프라임경제] 한우 시장이 불안하다. 경기 불황의 그늘도 짙다. 여기에 가축질병인 럼피스킨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될까 전전긍긍이다. 하루하루 어렵사리 버티고 있지만, 한우농가들은 여전히 가격하락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우가격은 하락했다. 지난 11월1일은 '한우 먹는 날'이다. 그런데 이를 앞두고 지육 kg당 평균 2만원대를 기록했던 한우 도매시장 가격은 1만5000원까지 내려갔다. 다행히 현재는 1만8000원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한우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울수록 한우가격 하락 폭은 더 깊게, 더 빈번하게,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한우 사육두수는 97만5000두다. 올해보다 3.3%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거세우 중심으로 도축 가능 개체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가격은 우려스럽다. 내년에는 1년 내내 1만80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내년도 한우 도매가격이 올해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우 업계가 ‘샤워실의 바보’처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사이 한우가격 하락은 사육농가 경영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체 사육농가의 92.3%를 차지하는 100두 이하의 중소규모 사육농가들은 이러한 가격위험에 대비할 대책이 부재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규모 한우 사육농가들의 경우 자체 경영분석과 출하계획에 따라 계획생산을 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경영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육농가들은 대부분 가족노동에 의존하고 있어 출하계획에 의한 계획생산은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정부, 농협, 사료회사 차원의 경영분석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이를 활용하는 중소규모 농가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우농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규모 농가가 그만큼 경영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육 여건이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이대로 계속 한우를 키워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는 중소규모 한우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생산기술 향상이나 가축질병 예방과 같은 경영활동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불황인데 한우 사육농가마저 줄어든다면, 한우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중소 한우 사육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첫째, 중소 사육농가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영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가격 및 수급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농가는 사료회사 등으로부터 수시로 경영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정보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중소 한우농가들은 자가 노동에 의존하고 있어 일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영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기도 어렵다. 

둘째, 중소 농가들이 경영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교육과 지도지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료곡물 가격, 해상 운임, 환율 급등 등 생산요소와 관련된 공급충격과 소비 부진으로 인한 수요충격에 대비해 경영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례로, 공급 측면의 충격이 예상되는데도 외상으로 사들인 사료대금을 상환하지 않은 채 한우 입식을 늘려 부채를 키우는 역선택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나아가 농협도 한우 농가에 대한 지도, 지원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경영 및 생산비 분석은 물론, 체계적으로 손익을 관리할 수 있는 지원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농협은 나름의 훈련된 지도 인력과 축적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지역과 현장 농가를 가장 잘 알기에 그 어느 조직보다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최근 정부와 농협이 한우가격 하락에 대응해 가격인하 판매를 추진하였는데 한우 소비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한우농가의 경영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중소 한우농가에 대한 경영지도에 농협이 앞장서고 정부가 ‘사료가격안정화기금’ 등을 조성해 뒤에서 밀어준다면, 겹겹이 어려운 한우산업은 물론 한우농가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프로필] 1963년생 △경남 합천 △전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부산경남유통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및 자조금 관리위원장 △2018년 법무부장관 표창, 2017년 철탑산업훈장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