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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도로공사 앱' 당일 납부 오류로 먹통

"중복 청구 발생, 부실 운영…이미지 실추 불가피"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12.20 13:38:48

한국도로공사 CI. ⓒ 한국도로공사


[프라임경제] # 출퇴근시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A씨. 그런데 지난 4일 잔액 부족으로 통행료가 계산되지 못했다. A씨는 즉시 금액을 납부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통행료' 앱의 당일 납부 기능을 사용했다. 하지만 앱 오류로 완료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5일) 앱으로부터 미납요금 알림을 받았다. 곧바로 납부금을 결제했지만, '고속도로 통행료' 앱은 재차 미납요금 알림을 보내왔다. 즉 중복 청구가 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고객 편의를 위해 업데이트한 '당일 위반에 대한 통행료 납부 기능'이 한 달도 되지 못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능 오류로 중복 청구가 발견되면서 사용자 불편이 가중됨에 따른 조치다. 

최근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굵직한 논란 탓에 도공의 국민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면서 추가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한 모양새다.  

도공의 '고속도로 통행료'는 운전자 편의를 위해 개발한 앱으로 2013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 차량을 등록해 미납 통행료를 조회‧납부할 수 있다. 후불 하이패스 카드나 계좌이체 등을 이용해 통행료도 낼 수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내역과 영수증 출력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앱은 공개 초기부터 미숙한 완성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사용자들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해당 앱 기능과 관련한 사용자 평가는 안드로이드 기준 3.3점, IOS 기준 1.5점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 내 고속도로 통행료 평가 댓글을 살펴보면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용자 A씨는 "차량 등록도 안 되고 등록된 하이패스 후불카드는 사용내역 조회도 되지 않고, 재접속하니 등록된 후불카드가 삭제됐다"며 "비싼 세금 들여 만든 앱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호소했다.

사용자 B씨는 "업데이트 이후 메인메뉴 진입이 되지 않는다. 네트워크도 원활하지 않다. 다시 설치해도 동일 현상이 반복된다"며 "해결방법을 공지해놔야 하는 것 아니냐. 앱 이상 여부 확인에 대한 기본 노력도 안 하는가. 공사가 이렇게 월급 도둑인가"라고 비난했다.

사용자 C씨는 "앱에서는 통행료 미납이 없다고 했는데, 정작 집에 미납 고지서가 날라 왔다"며 하이패스 카드를 사용한 이후 앱에서 확인하니 사용 내역이 없다고도 한다. 시스템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도공은 개선 의지를 꺾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16일 진행한 업데이트를 통해 '당일 위반에 대한 통행료 납부 기능'을 추가하면서 편의 증진을 극대화시켰다고 밝혔다. 

통상 고속도로 통행료는 익일부터 미납으로 처리된다. 때문에 기존 사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한 만큼 이같은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업데이트라는 게 도공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예상과 달리 적지 않은 문제점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드러났다. 익일 납부 처리를 하더라도 일부 사용자에게 추가 청구가 발생한 것이다. 즉 시스템 오류 탓에 사용자들은 '이중 납부'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도공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준, 총 7906건의 결제 가운데 14건에 해당하는 0.17%의 사용자에게 오류가 확인됐다"며 "당일 미납 데이터와 기존 미납 데이터간 연동 오류가 원인으로 고객들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8일부터 앱을 통한 당일 미납 납부 및 결제를 중단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하겠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2일간 7906건의 당일 위반 결제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 이를 1일 평균으로 계산하면 당일 위반은 343.7건이다. 이같은 수치는 경부고속도로 하루 평균 이용량이 130만대(2020년 기준)라는 점에서 매우 적은 적발 건수로 통행료 위반 건이 세심하게 단속 됐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통행료 미납 사례는 단순 실수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도공 측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약 2500만건 통행료 미납 사례를 분석한 결과 65%가 하이패스 카드 잔액 부족, 카드 오삽입 등 고객 실수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실수로 통행료가 미납된 것은 분명히 사용자 책임"이라면서도 "하지만 앱을 통한 납부 과정에 있어 '중복 청구' 등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들 불만이 확대될 수 있으며, 도공은 이에 대한 개선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도공의 이런 문제점들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한다. 앞서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고속도로 휴게소 전관 카르텔 △휴게소 음식값 인상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여 △통행료 인상 등 갖은 의혹으로 국민 신뢰는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 역시 공기업 도공의 능력‧신뢰‧자질 전반에 대한 부족함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공은 공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뿌리 깊게 자리잡은 카르텔 혁파를 통한 국민의 든든한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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