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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건설 결산] 국내 침체로 해외로 시선을 돌리다

선별 수주 도시정비사업 '5조 클럽' 전무…붕괴·사망사고 그야말로 '다사다난'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3.12.24 11:29:19

삼성물산 울산중구 B-04 조감도. Ⓒ 삼성물산


[프라임경제] 20203년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한없이 움츠러든 한 해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 그리고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된 동시에 중대재해 및 부실시공 등 논란까지 겹치며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부동산 시장 한파에 직면한 2023년 건설업계는 자금조달 어려움에 새로운 사업은 소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신규 수주 역시 급감했다. 나아가 내년 역시 이런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한숨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 '먹거리'였던 도시정비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재개발·재건축 등에 적극적이던 지난해에는 '10조 클럽'을 목전에 뒀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건설사 6곳이 5조원 상당 수주액을 이뤄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비사업 입찰을 망설이거나 철회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가 전무한 상태다. 경기 둔화에 정비 수요가 꺾인 동시에 공사비마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건설사들조차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건설업 시장에서 대표 건설사들이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이며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굴지 1위' 해외사업 선망 영업익 창출…'업계 맏형'도 해외에 주력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여타 다른 건설사와는 달리 경기 침체에도 불구, 높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선방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에 있어 각각 전년대비 32.8%, 248.6% 증가한 삼성물산은 올 3분기(연결기준)까지 전년대비 △매출(14조6320억원) 38.3% △영업이익(8990억원) 41.7%씩 늘어났다. 

삼성물산 2022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1분기 1550억원 △2분기 1550억원 △3분기 3240억원 △4분기 2410억원이다. 특히 3분기의 경우 강릉안인화력 관련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익 성장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런 성장세는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1분기 2920억원 △2분기 3050억원 △3분기 303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1.9% 증가한 9000억원 상당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이익에 대해 해외 주요 사업지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삼성물산은 해외와 국내 매출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3분기 기준 매출 5조2820억원 가운데 △국내 2조5720억원(48.7%) △해외 2조7100억원(51.3%)이다. 

특히 해외의 경우 △2022년 1분기 8290억원 △2분기 1조1080억원 △3분기 1조6200억원 △4분기 1조6760억원 △2023년 1분기2조640억원 △2분기 2조2040억원 △3분기 2조7100억원으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수주에 있어 △국내외 하이테크 공사 △해외 인프라·플랜트 △국내 주택 수주 등을 통해 현재까지 15조6000억원 상당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전망 가이던스(13조8000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정적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양질 해외프로젝트들이 실적에 기여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라며 "특히 △대만·방글라데시 공항 △ 네옴 터널 △UAE 원전 등 해외 EPC사업 및 카타르 태양광과 같은 에너지사업부 매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물산 올해 추진한 수주프로젝트는 △대만 복합개발 △미국 테일러 반도체 △송도 역세권 △반포 더팰리스73 △울산 중구B-04 재개발 △가락상아2차·가락쌍용2차 리모델링 등 국내외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내 경기 침체로 국내 건설사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적이다.

한편 삼성물산은 철저한 선별수주 전략 아래 공사비 1조원 규모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수주전을 시작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이 공개적으로 수주의지를 밝힌 △여의도(이하 서울) △압구정 △성수 등 알짜 사업 시공사 선정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건설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지하화 공사 조감도. Ⓒ 현대건설


'업계 맏형' 현대건설 역시 국내 사업보단 해외시장 확장에 주력했다. 

현대건설 3분기(연결 기준)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20조8146억원(전년비 37.3%↑) △영업이익 6425억원(28.4%↑)이다.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 공사가 본격화되고 국내 주택부문 실적이 반영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현저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아울러 해외 대형 플랜트 현장 공정 본격화와 국내 주택사업 견고한 매출 증가로 연간 매출 목표(25조50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 4년 연속으로 도시정비사업 왕좌도 유지하지 못할 처지다. 현대건설이 이뤄낸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23일 기준)이 약 4조원을 넘어서는 데 그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 상황을 관망하던 사업지들이 하반기 들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상반기 대비 수주 물량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반기 4건 수주로 실적 1조5802억원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10월 청주 사모2구역 재개발 수주(3024억원)를 시작으로 △제물포역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5050억원(이하 11월) △군포 산본1동1지구 재개발 6337억원 △응봉1 주택재건축 2599억원(이하 12월) △한가람세경 리모델링 4797억원 등 하반기에만 2조1807억원을 쓸어 담았다.

나아가 지난 22일 SK에코플랜트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부산 초량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획득하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4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30일 평촌공작부영아파트 리모델링 수주에 성공하면 수주 규모가 약 4조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선방에도 불구, 포스코이앤씨가 연초부터 공격적 수주로 앞서가며 가장 먼저 3조원과 4조원 문턱을 넘는 등 올해 수주액 신기록과 1위 공동 달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안산 주공6단지 재건축사업마저도 수주하는 데 성공하면서 누적 수주 4조5938억원을 이뤄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도시정비 왕좌'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중흥 2년차' 해외 공략으로 견고한 성장…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 '왕좌' 입성

중흥 체제 2년차를 맞이한 대우건설은 공공사업과 해외사업을 바탕으로 지난해 6위에 그쳤던 시공능력평가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는 2017년(3위) 이후 6년 만에 업계 '톱3' 재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공격적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견고한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성장세 요인으로 지난 6월 대우건설 회장으로 공식 취임과 함께 해외수주를 위해 전방에 나선 정원주 회장으로 꼽힌다. 

대우건설 써밋 더 블랙 에디션 투시도. Ⓒ 대우건설


대우건설 3분기(연결기준) 누적 △매출 8조8696억원(전년비 23%↑) △영업이익 5846억원(12.2%↑)에 실적을 이뤄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1분기 213%에서 177%로 감소하는 등 재무건전성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만 2조4061억원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1조8000억원)를 134% 초과 달성했다.

다만 주택시장 침체와 원가율 상승 등 여파로 당기 영업익(1902억원)은 전년대비 153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2분기 9.8%에서 5개분기 연속 감소해 6.4%까지 떨어졌다. 

다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파트는 국내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거점 시장 사업 다각화와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이와 달리 국내는 주택 경기 불확실성을 고려해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통한 선별적 수주와 사업 관리를 통해 사업수지를 맞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이뤄낸 게 바로 포스코이앤씨다. 

물론 지난해 시공평가능력 4위에서 7위에 떨어졌으며, 실적 등에 있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특히 실적(3분기 누적 기준)은 매출(7조3927억원)은 전년대비 7.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1677억원)의 경우 오히려 41% 줄기도 했다. 공사원가 상승과 분양 경기 부진 장기화로 인한 결과인 셈. 

그럼에도 포스코이앤씨가 나날이 빛을 발휘하고 있는 건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3년 연속 '4조 클럽' 입성에 성공, 건설사 가운데 수주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 방배신동아 아파트 조감도. Ⓒ 포스코이앤씨


실제 포스코이앤씨는 23일 기준 누적 수주 4조5938억원(리모델링 1조9504억원 포함)으로 창사 이래 최초 정비사업 선두 자리를 겨냥하고 있다. 연도별 수주액을 보면 △2021년 4조213억원 △2022년 4조5892억원에 이어 올해 4조5938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수주 잔액이 늘어난 건설사도 포스코이앤씨가 유일하다. 

특히 23일 안산 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추정 공사비 최대 28000억원)마저도 수주하는 데 성공하면서 창사 이래 도시정비사업 최대 실적을 경신한 동시에 사실상 최초 1위 등극도 앞두고 있다. 

◆사망사고와 붕괴 '다사다난' 위기를 기회로 

물론 올해 공사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건설사들도 있다. 

우선 잇따른 사망사고 발생으로 도마 위에 오른 DL이앤씨는 실적에 있어 다른 건설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속된 경기 침체 여파로 3분기 기준 전년대비 △매출(1조8374억원) 0.6% △영업이익(804억원) 30.9%씩 줄었다.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 조감도. Ⓒ DL이앤씨


무엇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발생 이후 '최다 사망사고 건설사'라는 오명과 함께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공청회에 소환되는 등 심상치 않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 DL이앤씨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 긍정적이다. 

지난달 21일 작업장 중대재해 유족들에게 공식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함과 동시에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총력을 기울여 안전 최우선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한 것. 이처럼 원청 대기업 건설사가 중대재해에 대해 공개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DL이앤씨를 바라보는 시선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아울러 실적 역시 착공 물량 위축에 따른 주택 매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플랜트 부문 고성장 기조와 비주택 부문 수주 증가 등으로 탑라인 방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더불어 주택 부문 마진도 1분기 저점을 딛고 개선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외에도 DL이앤씨는 최근 공시를 통해 'DL건설 완전 자회사 편입'을 결정하면서 향후 시장 내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청계리버뷰자이 투시도. Ⓒ GS건설


DL이앤씨 '중대재해'와 함께 업계 충격을 선사한 건 GS건설이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는 GS건설 브랜드 가치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실제 3분기 기준 매출(3조1075억원)이 지난해와 비교해 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620억원)은 무려 51.9%나 급감했다. 

단순히 실적 하락만이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영업정지도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월 GS건설 컨소시엄 및 협력업체에 대해 부실시공을 언급, 원희룡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불성실한 안전 점검 수행 등과 관련해 서울시에 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요청했다.

행정처분심의위가 국토부 장관 직권 '영업정지 8개월'을 결정하고, 서울시가 국토부 '영업정지 2개월' 요청을 받아들이면 GS건설은 10개월 영업정지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물론 GS건설도 해당 사태 여파 때문인지 최근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 허윤홍 GS건설 최고경영자(CEO) 사장 GS건설 대표이사(사장)에 선임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책임경영을 위한 토대를 점차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지는 부분이다. 

실제 허윤홍 사장은 붕괴사고 입주예정자 현장간담회에서 등판하며 부임 2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실추된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한 행보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GS건설이 창사 이래 가장 큰 악재를 직접 수습하며 책임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 업계에서는 허 사장은 입주예정자 간담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추된 이미지와 수익성 회복이 사실상 경영 능력을 검증할 시험대로 작용하면서 향후 GS건설에 적지 않은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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