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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국인력은 '확대'되는데, 지원 '無' 후퇴하는 외국인 정책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3.12.27 13:02:52
[프라임경제] "알다시피 내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예산 미편성으로 폐쇄 확정이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2024년도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예산을 최종 확정하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외국인노동자의 교육·상담·인권 신장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이하 센터)'의 내년 운영 예산이 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센터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사업 성과 우수'로 평가한 곳이다. 그럼에도 약 70억원의 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가 있다. 이 한마디에 노동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센터 운영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전국 44개 센터는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노동부는 민간 단체인 센터에 위탁해 지원했던 방식에서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을 통한 직접 수행 방식으로 개편한다는 설명이다.

'위탁'과 '직접'이라는 단어가 주는 대조적 어감만 보면 정부와 국회 결정은 '개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들은 노동부의 예산안이 알려진 후 줄곧 센터 폐쇄에 우려 목소리를 내 왔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 중인 A 기업 대표이사는 "외국인 노동자 관리 여건이 부족한 대다수의 중소기업에게 센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언어를 비롯한 문화 차이, 건의 사항 청취 등 기업과 노동자와의 소통 창구의 기능이었던 센터의 폐지는 중소기업에도 큰 악재"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후부터 센터는 20년간 △임금 체납 해결 △출입국 업무 △노무 상담 △노동자 커뮤니티 형성 △쉼터 제공 등 외국인 노동자의 조기 정착 및 업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센터 관계자는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된 운영 과정을 민간기관이 맡으면서 유연한 업무처리가 가능했다"며 "20년간 운영했던 민간 영역의 업무를 공무원들이 능숙하게 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은 현 정부가 '합계 출산율 0.78'이라는 심각한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고려 중이라는 점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고용허가제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까지 외국 인력의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외국 인력 확대 정책은 국회에서도 힘 받을 전망이다.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이민청 설립' 등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외국 인력 확대 및 이민 정책 선진화를 가장 강조해 왔다.

그는 장관 취임 3일 후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선진화된 이민 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전 장관을 비롯해 노동부가 외국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외국 인력을 수십년간 관리·지원해 온 센터를 폐쇄하겠다는 결정이 '외국 인력 정책 선진화'와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벌써 "현장 의견을 무시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센터는 평일에 방문하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주말에도 운영하고 있다. 일요일 상담 건수는 평일 대비 4배, 방문 상담은 5배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적응을 돕고 중소기업 고용주와의 원활한 소통 창구 기능을 수행했던 센터가 폐쇄된다면, 과연 이같은 주말 응대를 공무원이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잦은 사업장 이탈 △임금 체납 문제 △ 불법체류자 증가 등 사회 혼란이 우려된다.

일단 노동부는 '인력 충원을 통한 전화 서비스 확대'를 향후 대책으로 내놨다.

2024년을 앞둔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큰 과제는 인구 문제다. 인구 정책만큼은 숫자놀음·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교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정부가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맞춤 정책을 강조하는 만큼, 외국인 노동자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존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책임감 있는 정부의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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