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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공무원 5대 덕목 '꾀·끼·깡·꼴·끈' 열강

시무식 '합리·윤리·심미적 삶의 영역' 강조...박 "무엇을 위해 여기서 일하나"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4.01.05 12:38:22

지난 2일 부산광역시청 대강당에서 2024년 시무식이 열렸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해 시정 목표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 부산시

[프라임경제] 박형준 부산시장이 2024년 시무식에서 한 연설이 공직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긴 여운을 남겼다. 시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종전에는 보지 못한 시무식 풍경으로 마치 유명 인문학 강의를 연상시켰다며 입을 모은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시 대강당에서 행정·경제부시장 비롯해 실·국장 등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무원의 5대 덕목과 도시 브랜딩 강화를 주제로 삼았다. 이날 박 시장은 올해 시정 목표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작심한 듯 미리 준비된 원고도 없이 A4 용지 열 한쪽 분량을 막힘 없이 쏟아냈다. 통상 시무식은 다소 딱딱한 분위기인데 이날 장내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뜨겁게 고조됐다.

박 시장은 "지난해에는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부산의 브랜드상승이 가장 큰 성과물"이라며, "예로부터 용은 풍요와 복 그리고 희망의 존재로 인식되는 만큼 부산의 도약을 위한 '글로벌 허브 도시의 꿈'이 실현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덕담을 나눴다.

이어 좌중을 둘러보며 "공무원인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여기서 일을 하고 또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그간 속에 담아 둔 얘기를 끄집어냈다.

합리적·윤리적·심미적 삶의 영역...박 "학습, 탐구를 통해 배양해야"

박 시장은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이 크게 세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는 합리적인 삶이고 또 하나는 윤리적인 삶, 또 하나는 심미적인 삶의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 또는 인생을 살면서 잘 산다, 또는 잘 살았다,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은 (앞에 세 영역이) 시너지를 내며 잘 균형을 이루었을 때다"며 "물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또 사실은 무지한 존재이기에 쉬운 과제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떤 목표가 있다고 할 때 의사결정을 거쳐 최적의 수단과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게 인간이고 우리 사회다"며 "동시에 합리적인 삶만 추구한다면 사람이 메마르고 또 뭔가 굉장히 강팍해지기 쉽다"고 짚었다.

그는 "인간은 윤리적인 삶을 잘 영위할 때 행복에 훨씬 가까워질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며 "만약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기 직전에 누구든 아이를 구하려는 마음이 동하듯이 측은지심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속에서 우리의 삶을 규정 받고 의미를 찾게 돼 있다"고 표현했다. 

박 시장은 심미적 삶의 영역에 대해 취향이 강조된다며 가장 개성적이고 자신 하나하나에 개체로서의 특징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학습 또는 경험을 통해서 배양되고, 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을 거치며 향상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박 시장은 "실제로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려면 좋은 그림을 판별할 수 있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미술사를 공부하거나 탐구를 통해서 눈높이가 놓아진다"며 "소믈리에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혀를 가져서가 아니라 수많은 훈련을 통해서 맛을 분류할 줄 아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우리 공무원들을 공적 선의의 존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한 시민으로서)우리 스스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그 모범적인 하나의 프로토타입(기초,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운을 북돋웠다. 

공무원 5대 자세 '꾀(지혜)·끼(에너지,탤런트)·깡(용기)·꼴(디자인)·끈(네트워킹) 중요

박 시장은 공무원이 갖춰야 할 5가지 덕목과 자세를 피력했다. 특유의 차분하면서 강한 어조로 '꾀·끼·깡·꼴·끈'에 대해 구체적 예시를 들어 주문하였다.

먼저 '꾀(지혜)'에 대해 그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의 참뜻은 '니가 무지하다는 것을 알아라'라는 뜻"이라며,"세상은 하나로 연결돼 있고 무수한 복합성의 체계 속에 구축되어 있다. 우리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며 전체적인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끼'는 에너지와 탤런트를 의미한다. 그는 "2023년 부산이 끼가 살아있었다고 생각한다. 엑스포라는 목표를 향해서 온 시민들이 똘똘 뭉쳐서 에너지를 동원해 줬다"며 "재능과 같이 결합 된 끼를 (업무에) 힘껏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깡'은 용기다. 박 시장은 "특히 공적인 선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흔히 적극 행정을 하자라고 이야기하는데 못하는 이유가 뭐냐 깡이 없어서 그런거다"며 "전부 다 안전하게 하려고. 책임 안 지려고 하는 그런 환경 속에서 깡이 생기기가 어렵다"고 풀이했다.

이어 "처칠은 말하길 벽이 있을 때 그 벽을 뛰어넘는 순간 혁신이 이뤄진다고 했다. 바로 용기와 결단"이라며, "불법을 저지르는 곳에 깡을 부리는 게 아니라, 옳은 방향에 깡을 사용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꼴'은 도시디자인이다. 그는 "부산에 꼴이 형편없는데 어떻게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겠다고 할 수 있나"며 "여러분들이 조명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심더라고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좋아지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지난 2일 부산광역시청 대강당에서 2024년 시무식이 열렸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해 시정 목표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부산시

박 시장은 "제가 서울의 빛 축제를 보고 정말 감탄했다. 그런 수준이 서울을 글로벌 도시로 만들었다"며 "미안한 얘기지만 부산에 용두산이든 해운대든 이번 겨울에 조명해 놓은 거 보고 사실 조금 좌절했다. 여러분들이 해외 출장길에서 최고를 경험한 뒤 부산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깊이 고민을 해달라"고 독려했다. 

끝으로 '끈(네트워킹)'을 주문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의 인맥 관계가 있고 없는 것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며 "네트워킹은 시간을 두며 쌓이는 거다. 중앙에 필요할 때만 요구하지 말고 평소에 베풀 게 있으며 내어줘서 좋은 인상 심어주려고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너무 좁게 인생을 살 필요가 없다"며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네트워킹을 해야 시민의 목소리도 다양한 데서 들을 수 있고 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공적 선의를 가지고 앞장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들이 한 분 한 분 내가 보살핌을 받고 있구나, 내가 누군가에 의해서 지탱받는 삶을 살고 있구나"라며, "우리가 그분들에게 힘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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