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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동훈 위원장은 갈등 조정이 아닌 갈등 조장의 시대를 선포했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4.01.05 15:53:09
[프라임경제] 다양한 범죄 행위에 대한 '김건희 특검'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앉은 이후 '또 거부권'이라는 말이 언론에 쓰일 만큼 거부권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며 대통령 수락 연설에서부터 여러 차례 언급해 왔던 대통령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아내에게는 그 법과 원칙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 원칙을 깨버렸다. 그리고 국민의 70% 이상이 거부권을 반대했지만, 또 거부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월26일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 위원장)으로 취임하며 정치인이 됐다.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 놓은지 5일만에 여당의 수장이 됐다. 기존 정치에 유례없는 일이다.

한 위원장의 연설은 운동권과 민주당에 대한 강한 반감을 그대로 표현한 검사다운 연설이었다. 한 위원장이 직접 작성했다는 연설문은 반복되는 내용들이 많은 다소 어설픈 연설문이다. 그러나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난 민주당의 독주와 운동권 출신의 특권의식을 막아서겠다는 강한 의지.

이념은 다를 수 있고 선호하는 정당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의 기본은 자신과 다른 진영 간의 싸움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되려 정치는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대립을 조정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한 위원장의 연설에서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며 더 나아가 야당을 죽여보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정치는 한풀이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성숙하지 못한 표현이 가득한 연설문을 왜 작성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한 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민주당을 죽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을 총선에 선전 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안에 있는 내용과 가방 뇌물 수뢰 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김건희 여사는 기본적으로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지 않고 개인적 이득을 챙겨왔다. 선동하기 좋은 악법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위해 특검이 절실히 필요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야당의 특검 추진은 범죄에 대한 명명백백을 위한 것이지만 국민들에게 김건희 특검은 한 위원장이 말한 국민의 선택권 침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에 대한 문제이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아무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태도와 명품 가방 하나에 무너진 저렴한 도덕성을 지닌 영부인을 우리 국민은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논쟁은 뒤로하더라도 전 세계의 혀 끝에 조롱의 대상이 되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지 않은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건희 특검 조사 내용을 생중계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넘어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수도 없이 언급했던 모든 이는 법 앞에서의 평등과 법과 원칙을 비로소 실천해 보일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몰카 공작으로 조작할 경우 본인 역시 내로남불로 정치를 시작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디올 백 사건'을 몰카 공작이라며 강력한 언어로 주장했지만 '김건희 가방 뇌물 수뢰사건'으로 바꿔 말하면 사건의 내용은 전혀 달라진다. 몰카 공작이라고 말하기 전에 뇌물인 가방을 수뢰한 김건희 여사의 범죄행위는 명백한 사실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력자 비리의 경우 언론 윤리보다 공익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설립 이후 현직 영부인이 다수의 범죄행위로 인한 특검 대상이 된 사례도 처음이고 몰래카메라 화면 속 주인공이 된 사례도 최초이다.국민들은 몰카 여부보다 영부인이 그 누군가에게서 아무 문제의식 없이 디올 백을 수뢰하는 모습이 외신들에 의해 알려지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

우리나라 국격이 언제부터 이렇게 저렴하게 떨어졌을까 하는 회의감을 떨쳐 낼 수가 없다.

여당은 계획된 몰래카메라라며 증거오염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김건희 여사는 이 몰래카메라의 디올 백 뿐만 아니라 스스로 다수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걸 자꾸 왜 사 오세요? 자꾸 이런 거 사 오지 마세요"

'자꾸' 사서 가져 간 그 선물을 김건희 여사는 '자꾸' 받은 것으로 일회성이 아닌 다회성 뇌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본질적인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런 국민들의 알권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누구에게도 맹종 한 적이 없다는 한동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인지 비슷한 사람끼리 친한 것인지, 참으로 비슷한 두 사람이다.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야당의 우려에 대해 누구에게도 맹종한 적 없다고 한 위원장은 답했다. 처칠을 롤모델로 둔 윤 대통령에 이어 한 위원장은 처칠의 명언들을 연설문 구석구석에 담았다.

윤 대통령의 롤모델 처칠의 혀를 인용한 한 위원장. 과연 누군가에게 맹종한 적 없다는 한 위원장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연설문 전반에 깔린 야당에 대한 맹공격이 김건희 특검을 막아서려는 것이라면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해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그 혈기가 진정 국민들을 위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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