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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산 동·서구 "YS 손자입니다"..."YS가 한 게 뭔데"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4.01.08 09:05:06

안병길 의원,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 회장, 이영풍 전 KBS 기자, 곽규택 변호사(왼쪽부터). ⓒ 프라임경제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유순희 부산여성신문사 대표. 정오규 전 한국공항공사 감사 (왼쪽부터)ⓒ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보수 텃밭' 부산 원도심에 국민의힘 깃발을 든 후보들이 총집결하는 모양새다. 서, 동구는 초선 안병길 의원(국민의힘)의 지역구다. 중, 영도구는 황보승희 의원이 개인사를 이유로 국힘에서 탈당,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한 상태다.

현역 안 의원을 제외하고 현재 국민의 힘 서·동구 예비후보에는 정오규 전 한국공항공사 감사,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 회장, 유순희 부산여성신문사 대표, 이영풍 전 KBS 기자, 곽규택 변호사,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대략 7~8명에 이른다. 후보가 너무 많아 현역 의원 입지가 대략 난감해진 상황이다.

이들 중에 김인규 전 행정관이 눈길을 끈다. 최근 언론을 통해 'YS 손자'로 조명을 받고 있어서다. 부산 서구는 YS 정치적 고향이다. 다소 생소한 그의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붙는다. 35세 서울 출생이며, 지난 2017년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국회의장 정무비서 등을 지냈다. 

'권영세계'로 알려지며 21대 총선을 도왔고,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쳤다. 대통령실 근무 기간은 인수위까지 포함 1년6개월여 정도이다. 경북 포항에 한동대학교를 졸업했다. 한때 힙합 가수를 꿈꿨다고 하며 대통령경호처장 표창 등 정치권 외는 이렇다 할 일반 기업체 근무이력은 안 보인다. 서·동구는 물론 부산지역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 찐 신인이다. 항간에는 임준택 , 이영풍 예비후보 등과 함께 '친윤'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데 사실상에 확인은 어렵다. 

지역 여론을 보면 YS는 대체로 노년층에서 우호적인 편이다. 그러나 유권자가 많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일부 반감도 크다. YS 임기 말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며 국가 부도 사태를 직접 체험했던 세대들이다. 

김 전 행정관을 보는 지역 정치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지역구 세습하려는 거냐'며 좀 생뚱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지역 인사는 "김 전 대통령에 후광을 등에 업고 출마한 것이 아니냐"며 "지역에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다가 표 달라고 불쑥 나타나면 이게 주민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니고 뭔가"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또 다른 인사는 "만약 당 차원에서 우수한 청년 인재 발굴이라면 비례 또는 서울, 수도권 출마를 권유해봄직도 한 데"라며 "출마하려면 적어도 2~3년 전에 내려오던가. 예전에 YS도 서울 상도동에 살면서 총선 때만 서구에 와서 국회의원 배지만 달고 가더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를 반기는 이들도 꽤 있다. "그분의 손자라고, 할아버지 젊었을 때와 닮았네","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훌륭한 분이었다", "주변에는 아직도 김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등 고인이 생전에 살아온 길을 기억한다. 주로 고령층에서 호감도가 높다. 

이밖에 'YS'에 대한 평가는 "언제 쩍 YS라고", "YS가 부산에 뭘 해서", "IMF 때 죽을만큼 고생한 걸 생각하면...", "금융실명제는 잘했지", "전두환, 노태우 둘 다 옥살시켰다이가" 등 상반된 반응이다. 

YS는 만 26세 5개월로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갖고 있다. 경남에서 부산 서구로 지역 기반을 옮겨 1963년~1988년까지 모두 6차례나 당선됐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을 역임했고, 지난 2015년 향년 86세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부산 원도심은 90년대 중반에만 해도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며 성장동력의 날개가 완전히 꺾인 상태다. 부산에서 초고령 인구비율이 가장 높고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였다. 거주인구는 반 토막 나 주택가에는 아이들이 사라졌고, 상당수의 초등학교가 문 닫을 지경에 내몰렸다. 

YS는 재임 시절 '하나회'를 해체 및 신군부를 숙청했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와 금융실명제를 시행했다. 선 굵은 정치를 해서인지 부산에 내려 준 건 딱히 기억해 내질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의원 시절부터 1998년 퇴임을 한 후로도 줄곧 서울 상도동에서 머물렀다. 

반면에 노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 향했다. 임기 중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영도에 해양수산 혁신도시를 세우고 북항 재개발에 첫 삽을 떴다. 또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로 거처를 마련했다. 지역 최대숙원이던 가덕신공항건설 특별법 통과, 블록체인 특구, 엑스포 국가사업 지정 등을 이끌었다. 

영호남에 YS와 DJ는 우리나라 민주화를 앞당긴 양대 산맥이다. 군부 정권에서 모진 핍박과 고문을 견디고 단식투쟁도 불사해가며 이뤄낸 공로와 업적은 어디까지나 그 두 분의 것이다. 선거출마는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선대의 향수가 짙게 깃든 곳에서 당내공천 출사표를 던진 30대 손자의 결기 어린 행보에 대한 선택은 아마도 유권자의 몫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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