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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에 눈멀었다"…홍콩 ELS '불완전판매' 의혹

지수 반등 실패 시 손실액 6조원 추정, 상승 모멘텀은 부재 속 암울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4.01.09 18:35:59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 ⓒ 금융감독원

[프라임경제] 이달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수익률 증대와 직원 개인의 성과급 욕심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시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ELS 전체 판매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79.6%에 달하는 15조4000억원이 올해 만기 도래액이다. 상반기에 절반 수준인 10조2000억원이 몰려있다. 당장 올해 1분기에만 3조9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ELS 판매사는 은행 5개사(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와 증권사 7개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 증권은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을 판매했다.

이중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이들은 최대 판매사이기에 점검 대상 1순위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10개 판매사의 현장검사는 이달 중 진행될 계획이다.

홍콩 ELS 가입자들은 판매사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입장이다. 판매사가 ELS 상품의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판매사만 믿고 가입했다가 원금이 반토막 날 위기라고 호소했다.

특히 가입자 중 65세 이상 고령 가입자의 비중은 8만6000계좌로 21.6%에 달한다. 가입 금액은 5조4000억원(30.5%) 수준이다.

금감원도 ELS 가입자들과 같은 시각이다. 일부 판매사가 고위험 ELS 판매를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절반 이상을 판매한 국민은행의 경우 직원 인사평가 지표에 ELS 판매 건수를 41%나 반영한 정황이다. 즉 ELS 상품을 많이 팔수록 직원 개인에게도 보상을 주겠단 의미다.

다른 판매사도 마찬가지다. 직원 인사평가 지표에 30% 이상 반영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손실이 생겨도 직원 성과로 인정해줘 중도해지를 못하도록 유도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여기에 성과급 책정에 반영되는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포함시켜 ELS 판매 확대를 유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문제는 홍콩 H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란 점이다. ELS는 정해진 구간에만 들어오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한다. 미리 정한 수준보다 가격이 내려갈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홍콩 ELS의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는 2021년 판매 당시 1만~1만2000을 기록했지만,지난해 12월 말 기준 5769p까지 떨어졌다. 급반등하지 않는다면 손실액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승 모멘텀도 부재한 실정이다. 홍콩 H지수 부진 요인은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와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경기 부양에 있다. 쉽게 말해 주식시장에 들어갈 돈이 메말랐다는 얘기다. 결국 홍콩 ELS 가입자들의 원금 회수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이날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2~3월 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며 "(ELS 판매사들이) 상당히 공격적인 KPI 설정 등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문제점가 없었는지 검사를 통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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