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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계산기 두들기는 '태영 워크아웃' 신중해야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4.01.10 15:07:56
[프라임경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나아가 태영건설 정상화를 통해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했다.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당국은 이런 태영그룹 태도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법정관리행은 모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실상 태영그룹은 다른 대책 없이 '언론플레이'만으로도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워크아웃 신청 직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유동성 논란은 갑작스런 상황이 아니다. 지난 2022년 9월 불거진 '부동산 PF 부실 사태' 당시만 해도 현재 자구안만으로도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지난해 추석 당시에도 유동성 위기가 거론됐지만 '여력이 충분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해 12월 윤세영 창업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태영건설 위기 극복은 가능할 것이라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태영건설은 불과 며칠 만에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태영그룹은 좀처럼 여유로운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도 충분한 자구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당시 설명회에 나타난 윤세영 창업회장의 경우 "이대로 태영을 포기한다면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최초 자구안에 있어 오너일가 사재출연 및 SBS 지분 매각이 제외되면서 채권단 내부에 '워크아웃 거부' 분위기가 형성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 원장 역시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워크아웃 무산 위기감이 고조되자 태영그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언론플레이'다. 

윤세영 창업 회장은 지난 9일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TY홀딩스·SBS 주식 담보로 해서라도 꼭 살릴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추가로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라는 조건부임을 강조했다. TY홀딩스·SBS 주식 없이 기존 자구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인 셈. 

금융당국은 이런 감언이설만으로도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주요 채권단은 추가 자구안에 대해 "태영그룹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나아가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이 10일 개최한 주요 채권자 회의 결과 워크아웃 개시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물론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은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는 불가하다. 나아가 해당 여파가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워크아웃 기본 원칙은 기업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이런 노력 없이, 적당한 자구안과 언론플레이만으로 워크아웃 무산 위기를 모면하는 데 성공하는 모양새다.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언제든 '제2의 태영건설'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당국은 여전히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계산기를 두들기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보두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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