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손품발품] 조합 내홍에 멈춰버린 대조1구역 "공사 재개는 언제?"

공사비 1800억원 미납, 난처한 시공사 "해결책은 빠른 조합 정상화"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4.01.11 11:26:42

지난 1일 공사가 중단된 대조1구역. 재착공 일정은 미지수다. = 선우영 기자


[프라임경제] 서울 은평구 재개발 기대주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프로젝트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 현대건설(000720)이 지난 1일부로 공사 전면 중단을 단행해서다. 특이한 건 이번 사태 원인이 통상 발생하는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아닌 '조합 내홍'이라는 점이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선 조합원간 합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서울 지하철 불광역(3‧6호선) 7번 출구로 나와 좌측 방면으로 6분 가량 이동하면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지를 마주할 수 있다. 일대는 '휑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시끌벅적해야 할 인근 공인중개소와 함바집 등 역시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과 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공사 현장도 모든 것이 멈췄다. 소수 근로자들만 현장에 남아 자리를 지킬 뿐이다. 단지 게이트에 내걸린 '공사 중단(2024년 1월1일~)'이라는 현수막이 현재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은평구 재개발 3총사(대조1‧갈현1‧불광5) 중 하나인 대조1구역은 '맏형'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상 최고 25층 2451세대로 재탄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1일부로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혼란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22년 10월 착공 이후 1년 넘도록 공사비(1800억원)를 한 차례도 지급받지 못했다. 공정이 22%(지난해 11월 말 기준)까지 진행됐음에도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계약서에 따르면 총 공사비(5807억원)의 약 3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공사비 미납의 주된 원인은 대조1구역 조합 내홍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사실 대조1구역은 사업 초기부터 조합간 이권 다툼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착공이 이뤄지면서 사업이 순항하는 듯했고, 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중 일반 분양을 실시해 공사비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일부 조합원 소송으로 당시 조합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여기에 직무대행 체제도 법적 다툼에 휘말리면서 당초 계획한 일반 분양은 무산됐다.

이후에도 9월 조합장 재선출과 함께 11월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 승인 관련 총회를 계획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조차도 반대 조합원들이 제시한 가처분 신청들이 인용되면서 조합장 자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여전히 공석인 상태다. 

이처럼 사업을 논의할 대화 창구 부재가 길어지자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공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게 현대건설 설명이다. 물론 조합 내부 갈등 불식과 함께 조합 집행부가 공식 출범하는 대로 재착공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 부재로 공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에 어렵다고 판단돼 불가피하게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법적으로 흠결 없는 집행부 보장, 일반 분양 일정 확정 등이 선행돼야 재착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합의 빠른 사업 정상화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여느 공사 현장과 다르게 적막감만 흐르는 대조1구역. = 선우영 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아닌 조합간 내홍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조합 안정화가 사태 해결 키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사업 지연으로 야기되는 대출 이자는 조합원들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또 공사 중단에도 필수 운영 비용은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어 이에 따른 추가 분담금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원자재값 등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업이 지연될수록 추가 공사비 증가 등도 감안해야 한다"며 "해결책은 조속한 조합 정상화다. 도시정비는 결국 속도전인 것을 안다면 조합원끼리 다툴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상황을 인지한 서울시 역시 대조1구역 조합 정상화를 위해 은평구청을 필두로 현장 갈등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를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조1구역은 일반적인 공사비 갈등 유형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빠른 시일 내 공사 재개를 위해 갈등 중재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대조1구역이 하루빨리 조합간 갈등을 해결하고 사업 정상화에 돌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