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카드사는 공공재" 흑백논리가 불러온 촌극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4.01.12 12:07:32
[프라임경제] 카드 수수료. 민심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매년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즈음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각종 프로파간다(선전)가 난무한다.

특히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는 매년 국감에 오르는 단골 소재다. 정치인들은 신용카드 국세납부제로 카드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지적은 신용카드 국세납부제가 도입된 2009년 이래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국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 의원은 카드사가 6년간 총 4821억원의 카드수수료를 챙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는 금융사가 국세 카드 납부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식을 들은 납세자는 분통을 터트렸다. 세금에 붙는 카드 수수료까지 납부했다니. 저항이 심할만하다. 수수료율을 인하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면서 카드사는 졸지에 적폐에 내몰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세 납부대행으로 인해 카드사 수익은 지속 악화 추세다. 현재 카드사가 받는 국세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0.8%, 체크카드 0.5%다. 적격비용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전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말한다. 긁을수록 밑지는 장사라는 얘기다.

사실 국세 카드수수료는 가맹점격인 국세청이 부담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여전법상 카드수수료는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국가가 수수료를 부담하면 국가 재정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와 현금 납세자 형평성 문제를 들며 여전히 수수료를 납세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아울러 모 의원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 지방세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방세와 국세는 납부대행 구조부터 달라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

국세 납부대행은 일반 카드 결제 방식과 동일하다. 납세자가 카드를 긁으면 카드사는 바로 다음날 국가(금융결제원)에 이체해야 한다. 실질적인 카드 대금을 받는 날은 45일 뒤다. 납세자 연체에 따른 리스크도 물론 카드사 몫이다.

반면, 지방세는 신용공여방식이 적용된다. 신용공여방식이란 각 지방자치단체가 카드사와 협약을 맺어 납부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세금 납부액을 최장 40일까지 카드사가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즉 40일간 자금을 운용하며 벌어들인 수익으로 손실을 메꾸는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명확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추가 적자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카드업계 종사자는 "카드 수수료 자체가 죄악시되는 문화가 고착화돼 카드사가 설자리가 없어지는 느낌"이라며 "지방세·국세 납부액이 늘어날수록 결국 카드사 적자는 점차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행 수수료율 체계는 이미 한계상황까지 직면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14년간 14차례 인하됐다. 사실상 역마진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공공재라는 논리로 지금보다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모든 책임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행위는 차라리 배임에 가깝다.

수수료율을 낮추게 된다면 화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카드사 수익이 악화될수록 무이자 할부 혜택 등 카드 혜택은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납세자의 편의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 취지를 변색시키는 마녀사냥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