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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AI 학습, 용서받을 수 있을까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press@newsprime.co.kr | 2024.01.15 13:50:40

[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27일, 뉴욕타임즈가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즈는 자신들의 뉴스기사가 오픈 AI의 AI 학습에 무단 사용되었고, 누구나 챗GPT 검색을 통해 자신들의 유료기사원문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도 있었다. 

챗GPT의 프롬프트에 뉴욕타임즈의 특정 기사를 언급하며 그 기사의 원문 첫 단락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면, 챗GPT는 자판기처럼 내용을 쏟아냈다. 놀랍게도, 몇몇 곳을 제외하면 챗GPT의 결과물과 뉴욕타임즈의 유료 기사원문은 완전히 동일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결과물을 100여개나 확보해 증거물로 제출했고, 그 어떤 목적으로도 이러한 복제 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액수의 특정 없이 수백만 달러의 배상과 저작권 침해행위의 중단을 요구했다.

2024년 1월 9일, 오픈 AI는 뉴욕타임즈의 주장을 반박하는 블로그 글을 게시했다. 내용은 이렇다. AI 학습은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저작물의 공정이용이지만, 자신들은 저작권자를 존중하기 위해 오픈 AI의 웹크롤러를 차단할 수 있는 로봇규약을 안내해 왔다. 

또한 뉴욕타임즈가 제출한 증거물은 데이터 학습의 오류로 인한 '역류현상'인데 현재 이 오류의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고, 다만 역류현상을 이끌어낸 뉴욕타임즈의 프롬프트 입력 방식은 매우 인위적이어서 일반 이용자들의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뉴욕타임즈는 오픈 AI와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AI 학습에 관한 소송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뉴욕타임즈는 초거대 규모의 텍스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정갈한 언어로 쓰여진 뉴스기사가 특히 AI 학습에 선호된다는 점에서 이 소송에 의미가 있다. 만일 이 소송이 합의로 종결된다면 법원의 판결을 받지 못한 채로 소송이 종료될 것이지만, 합의가 아닌 판결에 이른다면 AI 학습과 저작권 침해에 관한 미국 법원의 결론을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소송의 핵심 쟁점은 AI 학습이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공정이용이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와 그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공익적가치를 균형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도입된 법리로 공정이용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어떠한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 침해가 아닌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①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③ 이용된 부분의 양과 중요성 ④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의 네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첫 번째 요소인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이 가장 첨예하게 다퉈질 가능성이 있다. 

AI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이 이용되는 것은 그 저작물의 가치를 그대로 도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기존 저작물의 언어를 학습하고 기존 저작물을 변형시키려는 목적에 의한 것이다. AI학습을 위해 사용된 데이터는 결과물에 그대로 복제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서 사용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 요소를 판단함에 있어 오픈 AI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뉴욕타임즈는 이점을 미리 반박하기 위해 GPT모델을 통해 유료 원문 기사가 그대로 도출되는 것을 입증했고 챗GPT를 이용할 수 있다면 뉴욕타임즈를 유료 구독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픈 AI의 주장처럼 뉴욕타임즈의 증거가 단순히 데이터 학습의 오류로 인한 결과일 뿐이고 빠른 시일 내에 그 오류가 시정될 수 있다면, 법원이 뉴욕타임즈의 증거를 기반으로 AI학습 또는 오픈 AI의 서비스 제공 자체를 저작권 침해로 판단해 금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대한 조항은 미국의 법리와 사실상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이 소송의 결론은 한국의 AI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저작권 문제에 대한 기민한 대처를 위해 이 소송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前 Cho & Partners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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