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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출산 위기인데…"육아휴직자만 해고?"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4.01.23 16:08:56
[프라임경제] 저출산 문제 해결이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심각하다. 인구감소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서다. 심지어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나은 외국 프랑스마저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프랑스가 선택한 여러 방안 중 하나는 산후 출산휴가 10주를 6개월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지난해 출산율은 1.68명으로 우리나라 0.78명보다 두배나 높다. 그럼에도 이같은 정책에는 더 적극적인 분위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최근 '콕'집어 육아휴직자와 육아기 단축근무자만 해고위기에 놓인 사례가 있다. K은행 콜센터 얘기다. 콜센터 용역업체가 육아휴직자와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상담사에게 고용승계가 불가하다고 지난 4일 통보했다. 한 상담사는 "출산을 앞둔 휴직자들이 퇴사냐, 정상출근이냐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이 없으면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1월 한차례 해고위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휴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또 한 번 해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앞서 K은행은 지난해 말 협력업체 6곳 중 2곳을 계약 해지했다. AI상담이 활발해지면서 콜수가 줄었다는게 이유다. 결국 계약해지된 2곳의 240여명 상담사는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다행스럽게도 여론의 영향으로 K은행은 고용노동부를 통해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렇게 문제없이 고용승계가 됐다면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고용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일명 '돈이 안 되는' 육아휴직자를 걸러내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청사로부터 청구해서 받아올 수 있는 직접인건비는 없지만 매달 세금과 1년 후 발생하는 퇴직금까지 생각해보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마이너스가 될게 불 보듯 뻔해서다.

이런 이유로 육아휴직자만 해고한다니. 여전히 워킹맘으로 일하긴 힘든 세상이다. 우선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건지 의아했다. 엄연히 근로기준법이 존재하고, 육아휴직자만 선택적으로 해고할 수도 없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 따르면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를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사업주는 처벌받는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법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떳떳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속기간이다. 시행령을 살펴보면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거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K은행의 계약해지에 따라 기존 A기업에서 근무하던 상담사들이 B기업의 직원으로 신규 채용되면서 그동안 근로했던 '근속기간' 산정이 애매해진다. 암묵적으로 퇴직금과 발생한 연차수당, 육아휴직자 등을 B기업이 떠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오랫동안 곯아온, 하지만 그 누구도 이렇다 할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 문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의 사례는 결국 여론의 압박으로 "육아휴직자와 육아휴직단축근무자도 고용하겠다"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악순환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정부는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며 6+6부모육아 휴직제도를 비롯해 부모급여 등 지원금 살포 등을 내놨다. 이에 앞서 정작 근로자들이 아이를 낳고 돌아와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주는게 선행돼야 한다. 아이를 낳아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다는 선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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