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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고대 한반도 숨결이 살아있는' 미야자키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4.01.31 11:49:36

정가왕과 아들 복지왕을 모신 미카도 신사. ⓒ ANA 재팬 트래블플래너 캡처


[프라임경제] 1960년대 미야자키는 신혼여행 메카인 동시에 '남국 정취'를 찾아오는 일반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1972년 미군 점령 아래 있던 오키나와가 반환되고, 해외여행이 대중화하면서 현이 내세우던 '관광 미야자키' 이미지가 많이 퇴색했다. 

이에 현에서는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프로야구와 축구팀 캠프지 순례, 숙박형 골프 투어 기획 등을 통해 새로운 스포츠 분야 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및 중국 등 해외에서 미야자키를 동계훈련지로 삼는 스포츠팀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미야자키현은 전통적으로 농업·임업·어업 등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온화한 기후를 이용한 조생 쌀 재배가 왕성하고, 채소와 과일 촉성재배를 통해 경제성 있는 작물을 생산한다. 

실제 육우와 축산, 양돈과 양계 등 축산분야도 전국 유수 출하량을 자랑한다. 1인당 소득이 전국 37위 하위권에 불과하지만, 물가가 저렴해 소득 격차만큼 생활수준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미야자키 지방 주민 특성을 얘기할 때, 남자는 '이모가라 보쿠토', 여자는 '히나타 가보차'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전자는 '고구마 껍질로 만든 목검'이란 뜻으로, 겉모습은 훌륭한데 실속이 없는 착한 사람을 가리킨다. 후자의 경우 그을린 '검고 작은 호박'처럼 보여도 맛은 확실하다는 의미다. 

미야자키현은 △면적 7735㎢ △주민 103만명이며, 현청 소재지는 미야자키시(39만7000명)다. 주요 도시로는 △미야코노조시(15만8000명) △노베오카시(11만3000명) △휴가시(5만7000명) △니치난시(4만7000명) △고바야시시(4만1000명) △사이토시(2만7000명) △에비노시(1만6000) 등이 있다. 

한국에서 미야자키까지는 아시아나항공과 일본 ANA항공이 인천-미야자키 직항편(1시간40분)을 주 3회 공동 운항한다.

미야자키현 중북부 산악지대 미사토정 난고(南郷)에 미카도(神門) 신사가 있다. 일본 여느 신사와 달리 기와지붕을 비롯한 건축 양식이 일본에서 보기 어려운 한국풍이다. 이곳은 백제 왕족 정가왕(禎嘉王)과 아들 복지왕(福知王)을 모시고 있는 신사다. 

정가왕은 한국이나 일본 정사에 등장하지 않고, 신사 측 전승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전승에 따르면 정가왕은 '의자왕 5남' 풍의 아들로 백제가 멸망하면서 일본 나라 지방에 정착했지만, 천황가 권력 다툼에 휘말려 이곳으로 도피했다. 

이런 연유로 미야자키에 정착한 정가왕 삼부자는 철기 문물 등 선진 문화를 전파한 공로로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실제 신사 아래쪽에는 백제시대 국보와 문화재 복제품을 전시한 '백제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근처 국도변에 '백제정가제고분' 푯말과 함께 봉분이 나지막한 정가왕 무덤이 있다. 

더불어 미사토정에서는 매년 음력 12월 정가왕과 복지왕이 만나는 '시와스 마쓰리'가 2박3일 간 개최된다. 마쓰리는 미카도에서 90㎞ 떨어진 기조정 히키 신사에 모셔진 아들 '복지왕'이 아버지를 만나고 작별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미사토정은 2009년 한국 부여군과 자매도시 협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1991년 일본 행정구역이 바뀌기 전 난고촌(南鄕村)이 부여군과 자매 협약을 한 바 있다.

◆추천관광지

# 가라구니다케(한국악)

미야자키현 에비노시와 고바야시시,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 걸친 기리시마 연봉 중 '최고봉(1770.3m)'이다. 산 이름 한자 표기가 한국악(韓国岳)으로 '정상에서 한국이 보일 정도로 높은 산'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일본 현지에서는 '韓国'을 현대 일본어 발음 '간코쿠'가 아닌 '가라구니'로 읽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중 삼국시대 가야인들이 건너와 선진 문화를 전파하면서 고국이 그리울 때 오른 산이었을 거라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 소수파에 불과하다. 한반도에서 가야를 '가라(伽羅)' '가락(駕洛)' 등으로도 표기하는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게 안타깝다. 

# 에비노고원

'일본 최초 국립공원' 기리시마 금강만 국립공원 북부이면서 에비노시 남동부에 위치한다. 한국악과 일본 건국 신화가 시작된 다카치호미네 등 23개 연봉에 둘러싸인 해발 1200m 분지형 고원이다. 

주변 곳곳에 화구 호수가 있어 트래킹이 가능하고, 한국악 등산 거점 중 하나다. 에비노고원 내 '에비노 에코 뮤지엄'에서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사진과 영상, 모형 등을 관람하고 주변 트래킹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아오시마(青島) 

'도깨비 빨래판'에 둘러싸인 아오시마. ⓒ 미야자키시 관광사이트 캡처

미야자키시 남쪽 해안에 위치하는 △주변 둘레 1.5㎞ △넓이 4.4ha(약 1만3310평)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섬 안에 빈랑나무 등 아열대 식물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중앙부에 아오시마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섬 주변을 특이한 암석군이 둘러싼 형태가 거대한 빨래판을 닮아 '도깨비 빨래판(鬼の洗濯板,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른다. 

미야자키시 니치난(日海)선으로 15㎞ 떨어진 아오시마역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 묘코쿠지(妙国寺) 정원

휴가시 동쪽 호소시마에 있는 전형적 불교 설법 정원이다. '일련종 불교사원' 묘코쿠지 본당 남쪽에 위치하며, 자연림 배경으로 인공산·폭포·연못 섬으로 구성됐다. 14세기 일본 남북조 시대 조성기법이 구현된 정원으로, 1933년 '국가 명승'이 되었다. 정원 연못은 삼도내, 섬은 정토, 다리는 불법을 상징한다. 

미야자키현에는 이외에도 △에도시대 전통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는 '히비(飫肥) 지구' △해변 동굴에 조성된 '우도(鵜戸) 신사' △노베오카 성터 △특별사적 사이토바루(西都原) 고분군 등 볼거리도 많다. 

◆향토요리

노베오카시 발상 치킨난반. ⓒ 농림수산성 향토요리 캡처

# 치킨난반(닭튀김)

1950년대 노베오카시 한 양식 식당이 종업원 식사로 개발한 게 요리 효시다. 닭가슴살에 밀가루 등을 입혀 튀긴 후 감식초에 2~3분 담가 상큼한 맛을 내고 그 위에 타르타르소스를 얹는다. 

'난반(南蛮, 남만)'은 15세기 전국시대 일본에 들어온 포르투갈 사람이나 문화를 일컫는 용어이며, 이때 감식초 사용 조리법이 소개됐다. 

# 후타타비단고(쑥경단)

백옥분을 섞은 찹쌀가루와 밀가루로 말랑말랑한 초벌 반죽을 만든 후 쑥을 첨가해 쪄낸 최종 반죽에 팥앙금을 넣어 완성한다. '미야자키 지방 인기 간식'으로 향기와 색깔, 부드러운 식감이 쑥송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반죽을 두 번 한다는 의미에서 '후타타비(재차)'라는 관형어가 붙었다. 

# 나도후(유채 두부)

구마모토현과 경계를 이룬 북서부 산골 마을 시바촌에서 탄생한 두부다. '고대 헤이안시대 권력투쟁에서 패한 왕족이 숨어 살았다'는 전설의 고장 이곳에서는 지금도 교토지방 언어가 사용되고, 교토풍 요리가 계승되고 있다. 이중 하나가 유채를 넣은 두부로, 계절에 따라 반디나물, 습지 유채 등 푸성귀를 사용하기도 한다.
 
# 갓포도리

'신화와 전설의 고장'으로 알려진 다카치호정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대나무 통 닭요리다. 

대나무 마디 사이 일부를 도려낸 후 밑간된 고기와 채소 등을 넣고, 열을 가해 대나무 향과 진액이 재료에 스미도록 하는 방식이다. 조리할 때 진액이 잘 나오는 1년생 대나무를 사용한다. '갓포'는 대나무를 가리키는 이 지역 말이다. 

이외에도 △현 북부 해안지역 '사카나즈시(생선 초밥)' △계절 채소를 넣은 '도리메시(닭고기 볶음밥)' △게 모양 고구마튀김 '가네' △'네리쿠리(고구마떡)' 등도 잘 알려진 미야자키현 요리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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