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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늘봄학교' 시작부터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박진우 기자 | pjw19786@newsprime.co.kr | 2024.02.01 13:52:13
[프라임경제] '늘봄학교'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양육 부담을 덜어 출생률 반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데 학교와 교사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서 아쉽다.

분명 늘봄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양육부담을 덜어주고 나아가 사교육에 의존하는 일명 '학원뺑뺑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문제는 예산부터 인력, 체계까지 해결해야 할게 많다는 점이다. 

늘봄학교는 기존 오후 5시까지 방과후 돌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한 제도다. 올해 1학기에는 2000개교 이상,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대상 학년은 초등학교 1학년이며 2026년에는 모든 희망 초등생이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자원과 학교 밖 대학이나 지역 돌봄기관 등의 공간을 활용해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학교 내 늘봄지원실을 설치한다. 또 올해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늘봄학교 업무를 맡기고 교감이나 공무원을 늘봄지원실장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지방공무원을 늘봄지원실장으로 채용해 전담 체계를 완성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논란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새학기부터 시작되는 정책인데도, 아직 구체적 세부 내용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난이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수급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지만, 수차례 공고를 올려도 채용이 불발되는 학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발시기와 학교별 인원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학교 내 늘봄지원실 공간 수급도 문제다. 유휴시설과 같은 각 학교 내 여건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간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강행된 탓이다.

상황이 이러자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돌봄전담사를 '늘봄 전담사'로, 방과 후 강사를 ‘늘봄 프로그램 강사’로 명칭만 바꾸겠다는 대략적인 그림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당국의 의견 수렴이 학교비정규직을 차별하고 교사단체에 편중돼 기울어졌다"며 교육부를 중심으로 돌봄전담사, 방과 후 강사, 학교, 교육청이 참여하는 늘봄학교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사실 늘봄학교 도입은 2025년으로 예정돼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작은 규모(약 200개)로 시범운영됐다. 여기서도 인력부족, 지역돌봄체계 미흡 등 적지 않은 논란은 나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중 현장 호응은 가장 뜨거웠다. 늘봄학교 도입을 1년 앞당긴 이유다. 

어떤 정책이든 현장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합의와 논의를 거친 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장과 소통되지 않은 일방적인 강요는 오히려 역효과를 키울 뿐이다. 늘봄학교의 빠른 도입에 앞서 올바른 행정이 아님을 정부도 당연히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늘봄학교 보완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늘봄학교 성공을 위한 교육감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아쉽다. 자화자찬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모두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드는데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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