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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순 의료 이용후기, 믿을 수 있을까

'악성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의료진 보호조치 시급

배예진 기자 | byj2@newsprime.co.kr | 2024.02.05 12:01:13
[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보건복지부는 머리를 맞대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단순 의료 이용후기는 의료광고로 보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다. 단순 후기를 남길 의료정보 플랫폼 신산업 예시도 친절히 들면서 말이다.

공정위의 목적은 그럴싸했다. ①단순한 의료 이용후기도 허용해 국민들이 쉽게 의료정보를 접해 의료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 ②새로운 의료정보 플랫폼 사업도 함께 성장시키는 것 ③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

이전까지 의료인이나 의료관계자 외에는 의료정보를 밝히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개선방안으로 이러한 규제가 완화되면 의료계 시장은 자유로워지겠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게 등장할 수 있다.

그 예로 지난해 8월 광주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문 앞에 "악성 허위 민원으로 폐과한다"며 안내문이 붙여진 적이 있다.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입방아에 올라 결국 문을 닫은 것이다. 소아과 병동이 한 개라도 소중하던 시점에서 말이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소아청소년과 수는 △2017년 521개 △2022년 456개로 6년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인다. 이렇게 악성 후기·민원으로 소아과 병·의원은 늘 골머리를 앓아왔다.

의료 이용후기가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게 되면 이러한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악성 후기·민원으로부터 의료계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규제 개선 방안이 허용되면 단순 후기를 빙자한 악성 후기로 인해 지역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사전에 악성 후기 차단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또 단순 후기와 대가성 후기인지 구분할 필요도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만큼, 누구나 고의성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월~10월 동안 불법의료광고로 신고 된 건수만 총 8070건에 이른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사실 의료 이용 후기 중에서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며 "흔히 말하는 '뒷광고'가 생겨나는 이유들도 영리 목적 판단이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와 보건복지부의 의료정보 플랫폼 선정 예시에도 문제가 있다. 의료정보 플랫폼 신산업 성장을 도모했던 공정위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 업계 1위의 '강남언니'는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기업이다.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는 지난해 7월 병원에 환자를 소개·유인·알선해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2심에서 의료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홍승일 대표와 병원 관계자들은 '단순 광고 계약' 체결인 것처럼 꾸며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피해 환자는 무려 약 9200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환자 인당 진료비의 13.6% 가량으로 수수료 총 1억7000여만원을 챙겼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일부 외과의원 사이에서도 '강남언니'에 대한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강남언니'의 터무니없는 광고비 납부 방식에 있다. 앱에 병·의원명을 광고하기 위해서는 가입비 최소 200만원을 내야한다. 지불하지 않으면 등록해도 앱 내에서 일절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보건복지부는 다시 머리를 모아 더 촘촘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 후기'를 빙자한 △악성 후기 △대가성 후기 △허위 정보 후기가 소비자들 눈에 보여서는 안 되도록 말이다. 또 악성 후기에 의해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의료계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신산업 육성으로 의료계 시장 경쟁을 재촉하는 것은 공정위의 좋은 시도이다. 그러나 떠오르는 플랫폼 기업이 올바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정부의 감시도 필요하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의료계 자유 경쟁을 도모한다고 말했던 공정위의 의도와 달리, 현실에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첩첩산중이다. △소비자 △기업 △의료계 세 마리 토끼 모두를 잡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다음 발표에 더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갖고 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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