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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조선 도공 후예' 그리고 가고시마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4.02.16 11:51:36

가고시마시와 사쿠라지마. ⓒ 가고시마현 관광사이트 캡처


[프라임경제] 일본 열도 최남단 가고시마(옛 지명 사쓰마)는 고대부터 바다로 트인 입지를 살려 중국·조선 등 대륙과의 활발한 교역이 이뤄졌다. 

사쓰마번은 정국이 혼란했던 전국시대(1543년) 당시 다네가시마에 표류한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철포(화승총)를 입수해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신무기로 무장한 연합 세력은 전국을 통일한 이후 임진년 조선을 침공하기에 이른다. 

한편으로는 류큐 왕국(현재 오키나와)을 복속시키고, 사탕수수 사업을 독점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사쓰마번은 1868년 메이지 신정부가 들어설 때도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사쓰마번 무사 출신으로 선봉군 사령관이 된 '사이고 다카모리'가 에도성 무혈입성을 담판 짓고, 잔당까지 소탕한 것이다. 

다만 사이고는 정한론을 놓고, 신정부와 마찰 끝에 낙향해 군사학교를 개설한다. 이후 주변에 무사 신분제도 폐지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모여들고, 반란군 수장으로 추대된 그는 정부군에 맞서다 자결로 생을 마친다. 

가고시마를 '일본을 바꾼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부르는 이면에는 이런 사이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가고시마현 히오키시 미야마(美山)에 '사쓰마 도자기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1598년 정유재란 때 일본에 끌려온 조선 도공 후예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15대 심수관 작품 '간지향합(용)'. ⓒ 심수관요 홈페이지 캡처


이중 하나가 심수관요(沈壽官窯)다. '청송 심씨' 심당길을 시조로 삼는 심수관요는 현재 15대째에 이르고 있다. 계보 인물 가운데 '12대' 심수관은 빈 만국박람회(1873년)를 비롯한 많은 만국박람회에 사쓰마 도자기를 출품해 높은 평가를 얻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에서 포상과 훈장을 받았다. 

이때부터 당주들은 선대 이름을 계승 받아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14대' 심수관은 1989년 일본 국왕으로부터 대한민국명예총영사 취임을 승인받았고, 대한민국은 1998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미야마에는 '사쓰마 도자기 400주년 기념 석탑'이 있으며, 1998년 제막식 당시 일본 오부치 총리와 한국 김종필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가고시마는 일본 유수 농업지역으로 꼽힌다. 고구마·풋강낭콩·녹차 주요 산지로, 특히 고구마가 유명하다. 고구마를 '사쓰마이모'라고 하는데, 이는 사쓰마에서 나는 마(이모)라는 뜻이다. 

사쓰마반도는 대부분 화산재 분출물 지질(시라스)이기에 농경에 부적합한 환경이다. 때문에 척박한 땅에서도 경작할 수 있는 고구마가 널리 경작됐다. 

1600년대 초 류큐 왕국을 통해 사쓰마에 들어온 고구마는 이후 혼슈와 조선에도 건너갔다. 

가고시마는 고품질 흑돈 산지로도 유명하다. 에도시대 일본은 기본적으로 육식을 금지했지만, 가고시마에서는 전국시대부터 류큐 문화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를 먹었다.

가고시마현은 인구 154만명으로, 가고시마시(58만명)에 현청 소재지가 있다. 주요 도시로는 △기리시마(12만2000명) △가노야(9만8000명) △사쓰마센다이(9만명) △아이라(7만6000명) △이즈미(5만명) △히오키(4만5000명) △아마미(3만9000명) △이부스키(3만7000명) △남규슈(3만명) △시부시(2만7000명) 등이 있다. 

한편, 가고시마현은 1989년 전라북도와 자매도시 결연을 체결했고, 주 3회 대한항공 직항편이 인천~가고시마를 운항하고 있다. 

◆추천관광지

# 사쿠라지마

지금도 분화하는 둘레 55㎞, 면적 77㎢의 화산지대로, 행정구역상 가고시마시 일부다. 지역명에 '섬(~지마)'이 들어갔지만, 1914년 대분화 여파로 건너편 오스미반도와 연결되면서 현재 육지화됐다. 

시내와 섬을 연결하는 페리가 24시간 수시 운항하고 있으며 편도 15분 정도 소요된다. 섬에 상륙한 후 서쪽을 일주하는 관광버스를 통해 유노히라 전망대 등에서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시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 심수관요

15대 심수관이 옛날 방식 그대로 오름 가마를 이용해 사쓰마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가문에 전승되고 있는 귀중한 작품과 고문서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수장고(한국어·영어 음성 가이드), 가벼운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매점, 카페, 모임 공간 등이 마련됐다. 

이부스키 해변 모래찜 온천. ⓒ 가고시마현 관광사이트 캡처


# 모래찜 온천

곳곳에서 온천이 분출하는 이부스키 해안 검은 모래로, 온몸을 덮어 땀을 배출한 후 욕탕에 들어가는 온천욕장이다. 이부스키시는 가고시마시 남쪽 50㎞ 사쓰마반도 끝에 자리하며, 에도시대부터 모래찜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 야쿠시마

오스미반도 남서쪽 60㎞ 해상에 위치하는 넓이 504㎢의 섬으로, 중앙부에 규슈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1936m)가 있다. 섬 전체가 '생태계 보호지역'인 동시에 20%가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록됐다. 

관광객 대부분이 수령 2170년~7200년으로 추정되는 '조몬스기(조몬시대 삼나무)'를 보기 위해 찾는다.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에서 협궤운반로 트래킹 8.1㎞, 등산로 2.5㎞를 왕복하는 데 8~10시간 걸린다. 도중 △윌슨 가부(윌슨이 발견한 초대형 그루터기) △대왕 삼나무 △부부 삼나무 △야생 원숭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기리시마시 기리시마 신궁 관람·주석 접시 제작 △남규슈시 지란 무가거리 산책 △가고시마시 가고시마만(금강만) 크루즈 등도 체험해 보길 권한다. 

◆ 향토요리

# 쓰케아게

전갱이·고등어·날치 등 어육에 건두부 및 토속주를 혼합한 어묵이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기름에 튀겨 만든다. 형상은 두툼한 사각형 또는 굵은 봉 모습이다. 외지에서는 보통 ‘사쓰마아게’나 ‘덴푸라’라고 부른다. 

메이커에 따라 인삼이나 연근, 우엉 등 채소가 들어가기도 하며, 고급품은 조기나 갯장어 살을 사용한다. 

# 사쓰마지루

닭고기·표고버섯·곤약·우엉·무 등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맑은 된장국이다. 에도시대 무사(사무라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투계 후 싸움에 진 닭을 잡아 각종 채소를 넣어 먹었다. 탄력성 좋고 단맛이 나는 닭고기와 각종 채소가 겨울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고쿠토(흑당)

사탕수수즙을 끓여 만든 사탕으로, 에도시대 사쓰마번에 편입된 아마미제도와 오키나와 지방 특산물이다. 

가고시마현에서 흑당은 갈색 과자나 소주 등을 제조하는 데 폭넓게 사용된다. 고쿠토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차를 마시거나 허기가 질 때, 또는 영양 보충을 위해 그대로 먹기도 한다.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비나고 회'. ⓒ 가고시마현 관광 사이트 캡처


# 기비나고 회

기비나고는 현 서쪽 고시키 섬에서 잡히는 길이 10㎝ 정도 청어과 물고기다. 튀김 또는 소금구이 요리도 인기지만, 국화 모양으로 세팅해 놓은 회를 초된장(생강·파·무즙·겨자 등 첨가)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다만 선도 유지가 어려워 어항과 가까운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고시마현에는 이 밖에 현 대표 식자재 돼지고기를 된장과 땅콩 가루 등으로 무친 '부타미소', 돼지갈비를 구워 감자 소주로 볶은 후 채소와 된장 등으로 삶아내는 '돈코쓰', 미야자키현 편에서 소개한 고구마와 채소 튀김 '가네'도 빼놓을 수 없는 향토 음식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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