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부실 시행 국민취업지원제도, 낮은 실적에 시행 기관만 속타

올해 민간위탁기업 35% 손절…복잡한 서류로 전문상담 부족도 논란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4.02.19 18:22:15
[프라임경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연초부터 시끄럽다. 그동안 운영해오던 민간위탁 기업수를 대폭 줄여서다. 여기에 하위등급 기관의 컨소시엄 구성과 복잡한 서류제출 등으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가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을 받고 있다. = 김이래 기자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근로능력과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직자에게 통합적인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생계를 지원함으로써 구직활동 및 생계안정 도모를 위해 마련된 제도다. 기존의 취업성공패키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늘였다 줄였다 고무줄 위탁기업 수…올해 35% 줄어

논란의 출발은 민간위탁 기업 수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고용노동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이하 국취제)를 운영해오던 민간위탁 기업 수를 35% 가량 손절했다. 지난해 504개사에서 올해는 372개사만 선정됐다.

배경은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아서다. 목표달성을 하지 못하다보니 예산을 다 소진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취제 예산은 2023년 1조2255억원에서 2024년 9425억원으로, 구직 급여 제도 예산은 11조1839억원에서 10조9144억원으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결산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취제의 잠재적 대상자는 79~297만명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실제 참여인원은 2021년 42만2000명명에서 2022년 28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목표 대비 달성도도 2021년 65.9%에서 2022년 47.5%로 감소했다. 

업계관계자는 "처음에 국취제가 만들어질 때부터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면서 "취업지원서비스가 필요한 대상 산정부터 잘못돼 예산을 다 소진하지 못하다 보니 예산이 삭감됐다"고 했다. 또 "취업성공패키지에서 국취제로 변경되면서 민간위탁기관수를 1~2년 사이에 200개 정도 늘렸는데 참여자수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다 보니 민간위탁기관 수도 줄었다"고 전했다.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은 동지로…불편한 컨소시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국취제 민간위탁기업 모집공고에 따르면 상담사가 많거나 상담경력이 많은 상담사가 있는 기관과 컨소시엄을 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전년도 기관 평가등급이 B, C, D등급들은 알아서 컨소시엄으로 들어오라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평가등급이 A인 기관은 기존과 동일하게 단독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B등급 이하의 기관은 컨소시엄 방식을 선택해야만 선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컨소시엄 기준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현장의 혼선이 많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간담회를 할 때마다 컨소시엄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처음에는 한 공간에 있는 기업만 컨소시엄이 인정된다고 했다가 업계 반발이 심해지자 같은 건물에 층수가 다를 경우까지 인정해준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공간은 같지 않아도 된다고 번복했다"고 전했다.

컨소시엄은 2개 이상의 개인 또는 기업, 단체 협회 등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협력관계를 맺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민간위탁기업은 직업훈련기관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업훈련기관에서 훈련된 취업준비생들이 수료하면 이후 민간위탁기업이 취업지원을 연계해준다. 

하지만 이번 민간위탁기관의 컨소시엄은 윈윈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게 업계 목소리다. 경쟁사인 같은 민간위탁기업끼리 민망한 동거가 시작돼서다. 전년도 평가등급에서 B와 C 기관들이 어쩔 수 없이 맞손을 잡아야 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패널티 부과와 실적 반영도 혼선을 주고 있다. 만약 컨소시엄을 형성한 2개 기관이 서류 미비로 경고를 받을 경우 2개 기관 모두에게 패널티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적 부분은 각자 정한 목표만 반영된다. 평균 합산은 이뤄지지 않는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예를 들어 A기관과 B기관의 각각 목표실적이 30명과 70명일 때 B기관이 실적을 더 채우더라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는게 업계의 볼멘 목소리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처음 컨소시엄을 시도했는데 이유는 전문성 강화 측면이 가장 크다"면서 "선정 공고때도 각 기관의 역량을 합쳐서 봤고 평가도 컨소시엄 단위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소시엄을 하면 양기관이 같이 집단상담을 끌고 갈 수 있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복잡한 서류와 줄어든 참여자…전문상담 부족 논란

취업자와의 상담을 통해 취업을 지원하는 직업상담사들의 애간장도 타고 있다. 이유는 복잡한 서류준비와 줄어든 참여자 때문이다. 취업상담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길거리에서 홍보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다. 

B기관 직업상담사는 "직업상담사인지, 영업사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면서 "지하철역 앞에서 이런 제도 있어요, 한번 해보실래요? 대상이 되는지 확인해 드릴께요라고 홍보해도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업상담사들은 상담이 끝나도 상담일지를 비롯해 서류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당일 상담일지를 쓰지 않으면 전산에 입력조차 되지 않아 당일 입력이 필수여서다. 기본서류 뿐 아니라 교육이수 내역 등 시스템에서 조회가 되는 것들도 모두 출력해 준비해야 한다.

D기관 직업상담사는 "일주일에 한번씩 참여자 수당이 들어갈 때의 준비서류는 수십장이 아닌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서류"라며 "정부에서 전자서비스 간소화를 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모든 서류를 출력하고 형광펜으로 해당부분을 체크한 서류를 담당 사무관에게 제출하고 보관하는데 시간과 자원낭비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마저도 주무관이 바뀌면 확인서류가 바뀌거나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각 고용센터마다 같은 매뉴얼을 놓고도 해석이 다르다보니 일명 '주무관법'이 생겨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센터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제각각이다. 수료증 등 조회되는건 제출 안해도 되니 총괄표만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A부터 Z까지 모든 서류를 출력해서 보완하라고 지적하는 곳도 있다"면서 "서류미비로 비용을 못 받게 되면 회사만 손해가 발생하니 형광펜까지 칠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행정 간소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취업성공패키지에서 국취제로 바뀌면서 참여자에 대해 관리하는 포인트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 "전산작업을 하면서 상담기록을 남기고, 행정절차에 따른 서류부담이 있는 것 같다. 올해는 내부검토와 전문가 검토를 통해 매뉴얼을 수정하고 행정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