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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아소산과 말고기 회가 있는' 구마모토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4.03.01 10:58:02

복원된 구마모토성. ⓒ 구마모토시 관광정책과 사이트 캡쳐


[프라임경제] 규슈섬 중앙부에 자리 잡은 구마모토현은 내륙과 해상으로 다른 5개 현과 맞닿아 있다. 동쪽으로 '일본 최대급' 아소산 칼데라 분지가 위용을 뽐내고, 서쪽 아리아케‧야쓰시로(시라누이) 해안을 따라 광활한 평야 지대가 펼쳐진다. 여기에 두 바다를 끼고 100개 넘는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아마쿠사 제도가 구마모토 이미지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근대 구마모토 역사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두 인물이 있다. 임진왜란 선봉장으로 조선을 유린한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와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다. 

가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 '규슈 정벌' 당시 공을 인정받아 1588년 히고(구마모토) 북쪽 지역 영주로 등극한다. 고니시 역시 같은 시기 동일한 연유로 남쪽 영주가 됐다. 

다만 출신과 종교가 달랐던 두 사람은 영토 문제 등 이유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특히 종교적 갈등이 첨예했다. '불교 신자' 가토는 영내 크리스트교도를 박해했지만 '크리스천' 고니시는 이들을 보호하고 자기 영지로 받아들였다. 

두 장수는 임진왜란 때에도 한양 입성을 놓고 경쟁이 치열했다. 가토는 고니시가 하루 먼저 도착했음에도 '자신이 먼저 점령했다'는 애매한 보고서를 본국에 올리기도 했다. 

또 고니시가 명나라와의 화친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가토는 끝까지 대립을 고집했다. 고니시는 가토가 선봉이던 '두 번째 침공(정유재란)' 정보를 조선에 미리 알렸을 정도이니 얼마나 앙숙인지 알 수 있다. 

조선 전쟁 중 도요토미가 사망하자 전쟁 소용돌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덕천가강)가 이끄는 '동군'과 도요토미 세력 '서군'이 맞붙는 세키가하라 전투로 옮겨간다. 

서군에 가담한 고니시는 싸움에 패해 참수된 반면 '동군' 가토는 살아남아 구마모토 전역을 통치한다. 이때부터 가토는 구마모토성을 새로 축성하고 하천과 수로를 개수하는 등 도시 기초를 튼튼히 다지기 시작했다. 

후대 사람들은 가토를 '치수의 명인'이라고 칭송한다. 그 덕분인지 현재 인구 70만명이 넘는 구마모토시 상수도는 모두 아소산 등에서 흘러드는 지하수로 충당되고 있다. 

면적 7409㎢에 170만4000명이 거주하는 구마모토현은 14시 9군 23정 8촌으로 이뤄졌다. 

현내 주요 도시로는 △북부 아라오시‧아소시 △중앙부 구마모토시(현청 소재지)‧우토시 △남부 야쓰시로시(제2 도시)‧아마쿠사시 등이 꼽힌다. '미나마타병'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미나마타는 남쪽 끝 바닷가 조그만 도시로, 인구 2만명이 약간 넘는다. 

구마모토현은 농업과 어업 생산이 활발한 지역이다. 47개 광역 단체 가운데 면적 15위, 인구 23위에 불과하지만 농산물 출하액이 전국 7위를 기록한다.

이중 토마토‧수박‧잎담배‧골풀이 1위, 밤‧가지‧생강‧올리브는 생산량 2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우유‧쇠고기‧딸기‧밀감 등도 수위권이며, 아리아케해 및 아마쿠사 연안에서는 보리새우‧김‧진주가 양식된다. 

한편, 구마모토까지 교통편은 티웨이항공이 인천공항~구마모토공항을 매일 1회 왕복 운항한다. 출발시간은 △인천발 오전 7시50분 △구마모토발 오전 10시30분으로, 편도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구마모토역에서 후쿠오카 하카타역까진 신칸센으로 32분~50분(118㎞) 거리다. 

구마모토현은 지난 1983년 1월 충청남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40년 이상 민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주요 관광지

# 아소산과 칼데라 

거대한 외륜산에 둘러싸인 칼데라(화산 분지) 규모가 남북 25㎞ 동서 18㎞ 면적 380㎢에 이른다. 

칼데라 중앙부에 솟은 '아소 5악' 가운데 나카다케(1506m)에서 분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실제 2021년 10월 대규모 분화가 있었다. 화구 주변 대피호 13곳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다. 칼데라 내 거주하는 주민은 2만6000명이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본 나카다케 분화. ⓒ 구마모토현 공식이트 캡쳐


# 구마모토성

'초대 영주' 가토 기요마사가 1601년부터 7년에 걸쳐 완성한 성으로,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로 꼽힌다. 주변 길이 5.3㎞ 면적 98ha(약 29만6000평) 부지에 담‧석벽‧망루‧천수각‧각종 창고 등이 들어섰다. 성 외곽에 △가토 신사 △수목원 △미술관과 박물관 △전통 공예관 등이 있다. 

구마모토 지진(2016년) 당시 일부가 파손되면서 여전히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천수각 등 일부 시설은 입장이 가능하다. 

# 스이젠지 공원

가토에 이어 구마모토 영주로 등극한 '호소카와 가문'에 의해 1600년대 중후반 조성된 7만3000㎡(약 2만2000평) 규모 정원이다. 정식 명칭은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 成趣園)'이다. 

아소산 복류수로 채워지는 연못 주위에 후지산과 도카이도 경승지를 축소해 꾸몄으며, 공원 내 찻집이 유명하다. 1929년 국가 명승과 사적으로 지정됐다. 

# 사쿠라마치 구마모토

2019년 탄생한 구마모토시 중심부이자 구마모토성 남쪽에 위치한 대형 복합 시설. 버스터미널을 비롯해 패션과 화장품, 식당 등 다양한 상업시설과 호텔이 들어 있다. 최상층에는 '구마모토성과 정원의 연속' 콘셉트로 일본 사계를 느낄 수 있는 정원과 물놀이 시설 등이 있다. 

이외에도 △구마모토시 '구마몬 스퀘어' △남 아소촌 원숭이(사루) 극장 쇼 △아소시 승마‧헬리콥터 탑승‧아소 신사 △가미아마쿠사시 '패러세일링' 등도 추천 코스다. 

◆향토 음식

# 말고기 회(바사시)

구마모토는 식용 말고기 생산량 전국 1위 현이다. '사쿠라니쿠'로도 부르는 말고기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침공한 가토 기요마사가 식료품 대용으로 먹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요리로 알려졌다. 

말고기는 단백질‧비타민이 풍부하고, 지방질이 적어 에도시대부터 병자와 허약자들 보양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말고기는 회(사시미)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조리된 고기를 토핑으로 올리는 소바나 우동도 있다. 

말고기 회. ⓒ 농림수산성 우리의 향토 요리 캡쳐


# 고랭지 짠지(아소타카나즈케)

아소산 고원지대에서 재배된 채소로 담근 짠지는 담근 후 3일 만에 먹는 겉절이(신즈케)와 6개월 정도 발효시킨 묵은지가 있다.

묵은지는 양념해 밥반찬으로 먹기도 하며 △회 △볶음밥 △만두소 △빵‧파스타 재료로도 사용된다. 외관과 맛이 한국 명이나물과 유사하다. 

# 갯가재 튀김(샤쿠노덴푸라) 

'구마모토 여름 미각'으로 유명한 갯가재(쏙) 튀김 요리. 어획 후 생물로 보존이 어려워 5월부터 여름 사이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 소주 안주로 상성이 좋다. 

# 유자 과자(유베시)

찹쌀에 유자와 된장 향이 버무려져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화과(일본식 과자). 재료를 대나무 껍질로 쪄내 항균성과 보존성이 뛰어나다. 지역에 따라 땅콩‧참깨‧생강‧고추 등을 넣어 색다른 맛을 내기도 한다. 오차에 곁들이는 간식으로 인기 있고, 술안주로도 애용된다. 

# 고구마 경단(이키나리 당고)

고구마를 둥글게 썰어 팥앙금과 함께 밀가루 반죽으로 싸서 쪄낸 소박한 간식. 쑥을 넣은 버전도 있다. 이키나리는 '간단하게 또는 재빨리'를 의미하는 구마모토 방언이다. 

이외에도 구마모토에는 △가라시(매운) 연근 △은어를 숯불에 구운 '야키아유칸로니' △아마쿠사 '문어 볶음밥' △도미 소면 등 우리 입맛에 잘 맞는 향토 음식이 많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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