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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소라아파트' 30년 방치 흉물 단지…유령아파트 철거도 '난항'

강제 수용 등 과정 복잡, 재산권과 충돌...철거 비용 100억원, 건물 및 토지비용 148억원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4.03.02 13:17:16
[프라임경제] 서해안의 대표 해수욕장이자 매년 머드축제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을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4차선 도로 왼쪽에 공사가 중단된 대단지 아파트 구조물을 볼 수 있다.

30년간 방치된 보령 소라아파트. ⓒ 프라임경제


이 단지는 일반적인 아파트와 달리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 보니 잿빛 콘크리트 외벽 사이사이로 녹슨 철근이 삐져나와 있다. 또한, 잡초까지 무성해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다 보니 보령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유령아파트를 보고 "저 흉물스러운 건물이 도대체 무엇이냐"며 깜짝 놀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충남도와 보령시에 따르면, 대천해수욕장 초입 문제의 아파트는 보령시 남포면 61 일원 4만7616㎡ 부지에 들어선 '소라아파트'는 1994년 지상 15층, 14개동, 총 1230가구 규모를 목표로 건물 골조가 올라가다, 1998년 공정률 50%(9~13층)인 상태에서 골조공사(자금난으로 부도) 중단된 채 지금까지 흉물스럽게 장기간 방치돼왔으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청소년 우범지대로 전락, 시민 안전위협은 물론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보령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로 유령아파트가 된 지 무려 30년째다.

보령 '소라아파트'는 1993년 건축 허가를 받아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보령시 일대에서 볼 수 없었던 최신식 고층 아파트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모았으나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1997년 11월 이 '소라아파트' 시공을 맡은 A 건설사 사업이 자금난으로 파산하면서 공사가 멈춰 섰다. 이후 B 건설사가 시공권을 넘겨받았으나, 시행사인 한국부동산신탁주식회사와 함께 나란히 부도를 겪으면서 최고 15층 중 13층까지만 지어진 채로 30년째 사업이 진척이 없다.

또한, 토지와 건물이 매매, 신탁, 소송 등을 거치다가 현재 소유권은 예금보험공사(채무자 진흥저축은행㈜ 파산관재인)로 넘어갔으며, 2014년~2015년 계약 2건 잔금 미납부로 인해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보령시는 '소라아파트'가 장기간 대규모 유령건물로 남아있는 바람에 지역 미관을 해치고 우범지대가 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핵심 관광지인 대천해수욕장 관문에 이런 유령아파트가 있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며, 소도시인 보령시의 재정여건으로는 '소라아파트'를 자체 처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철거 비용 100억원, 건물 및 토지비용 148억원이 예상되며, 리모델링해서 건물을 재활용하기도 힘들다. 건축물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구조물이 노후화돼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30년간 방치된 보령 소라아파트. ⓒ 프라임경제


보령시 삼현리 시민들은 "이 구조물을 유령이 사는 건물로 알 정도"라며 "너무 오랫동안 건축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보니 무감각하지만, 하루빨리 건축물을 완성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철거해서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여론이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시민들은 "대천해수욕장 관광지구에 장기간 방치된 '소라아파트'에 대해 재정비 등을 통해 '충남형 정비모델'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기선 보령시 부시장은 문제를 자체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충남도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최근 김태흠 충남도지사에게 "소라아파트의 건립 공사 중단으로 장기간 방치된 채 흉물로 전락, 안전 사각지대는 물론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이 아파트를 재정비를 통한 '충남형 정비모델'로 활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구기선 보령시 부시장은 장기간 방치된 소라아파트와 관련, "채무자 등 이해관계인에 대한 사업권 포기 및 양도증서를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하고 있고, 두 차례의 유치권과 관련한 소송 결과, '사업권 포기 및 양도증서' 권리가 인용(승소)돼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낙찰자가 매입 후 추가 유치권 소송이 있을 수 있지만, 유치권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어 사업추진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충남개발공사가 장기 방치된 소라아파트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진행 후 공공매입을 통해 건축물을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등 사업 시행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보령시는 이 건물을 청년 주택, 근로자 기숙사, 충남 청년 스마트팜 교육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보령시 추산에 따르면 '소라아파트' 대지와 인근 부지(5만3000㎡)를 추가 매입해서 대단지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등을 짓는 경우 재건축 비용은 1269억원 정도가 들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선 충남도가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령시의 유령아파트 문제를 해결해 줄 필요성을 못느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충남도 일대에 소라아파트처럼 공사가 멈춰 방치된 현장이 28여곳이라, 소라아파트에만 예산을 지원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보령시는 글로벌 해양관광도시 관문에 오랜 기간 방치된 건축물인 소라아파트에 대해 현재 공매 진행 중이지만, 열악한 보령시의 재정여건으로는 구조물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석탄 합리화 조치 이후 석탄 화력 지역의 공간 경쟁력을 상실한 지방소멸지역인 보령시는 방치건축물을 활용해 주거환경 조성을 통한 귀농·귀촌의 지역정착을 유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보령시에는 2024년부터~2027년까지 신복합 1‧2호기, 블루수소 플랜트, 대명리조트 관광단지 등 예상건설 인력이 10만600명, 운영인력 2290명이 필요한데 이들이 묵을 공간이 크게 부족하다. 소라아파트를 충남형 정비모델 수립, 활용하면 부족한 공간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보령시의 전망이다.

한편, 전국 방치건축물 재정비사례는 경기 파주시 상아아파트(철거 후 재건축)를 비롯해 △충북 증평군 개나리아파트(철거 후 어울림 센터 조성) △세종 교통아파트(철거 후 주상복합단지) △울산 울주군 장백아파트(매입‧철거 후 재건축) △충남 아산 배방 꿈비채 600세대 등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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