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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 꺼내든 건설업계 "공사비 갈등, 생존 자체 위협"

공공 현장으로 확산…워크아웃 등 여파로 차입도 쉽지 않아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4.03.08 10:48:08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조감도. Ⓒ 행복청


[프라임경제] '공공사업 적정 공사비 확보'를 인정하고 있는 정부 당국 입장과는 달리 공공프로젝트 현장에서조차 공사비 갈등이 나날이 심화되면서 관련 업계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건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때문에 '공공사업 공사비 책정 현실화 필요'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건자재 가격 인상 폭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말 121.80에서 올 1월 기준 154.64(잠정치, 2015년 100기준)로 32.8% 올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집계 기준으로도 최근 3년간 건설자재 가격이 35% 상승했으며, 특히 비중이 가장 높은 레미콘, 시멘트, 철근은 각각 34.7%, 54.6%, 64.6%나 올랐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부 내에서 문제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해법을 찾겠다"라며 "이미 착공했거나 계약 중에 있는 공사들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도록 생산적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토부 장관이 '공공사업 적정 공사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 민간공사에 이어 공공공사 중단도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민간사업에서는 이전부터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22년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 6개월간 중단된 바 있으며, 올초에도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반포 22차 재건축과 행당 7구역 재개발 사업 역시 공사비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KT 공사비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KT가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의거,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은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은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를 두고, 쌍용건설의 경우 판교 신사옥 공사로 수백억원의 공사비 인상분 지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 및 한신공영 등도 유사 고충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공사비 갈등이 전국 단위로 확대되자, 정부는 '불가항력의 사태로 인해 계약이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민간공사 표준 계약서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공공 프로젝트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실 공공 프로젝트는 시공사들이 민간공사보단 갈등을 피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공사비 상승폭 확대로 인한 건설사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발주처를 의식한 시공사들이 공사비 증가분을 감내했지만, 최근 수백억에 달하는 공사비 증가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업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으로 인해 차입도 쉽지 않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경기 시흥시는 2022년 문화원 건립 공모전을 통해 설계자를 선정했다. 다만 이후 공사 규모를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통해 당초 3층에서 5층으로 늘리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즉 공사비 70억원대만으로 140억원 규모 공사를 추진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시흥시와 1년 이상 대립하던 해당 설계사는 지난해 10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집현동에 건설 중인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18공구 공사가 지난 5일 다시 중단됐다. 아울러 공동캠퍼스와 함께 발주된 평택 고덕 아파트 건설공사도 같은 날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공사 중단' 이후 발주처 LH와 시공사 대보건설이 원만한 합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해 공사가 재개됐지만, 협상에 진척이 없어 또 다시 공사가 멈춘 것이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750억원 상당 현장에서 무려 3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손해가 예상된다"라며 "발주 당시 설계가 대비 추정공사비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공동캠퍼스와 패키지로 함께 발주된 평택 고덕 아파트 건설공사도 손실이 발생해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공계약금액 조정을 통해 지역균형 발전과 인재양성에 주력할 수 있는 대학 캠퍼스 건설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LH에 적극적 협조를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건설업계는 시장 침체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과연 정부 당국이 이런 업계 고충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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