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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배상 '0~100% 차등'…투자자 "전액 배상" 요구

이복현 "배상비율, 판매사·투자자 책임 종합 반영" 0~100% 차등 배상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4.03.11 11:49:19
[프라임경제] 홍콩 H지수 기초 파생결합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이 나왔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배상비율이 0%~100%까지 제각각 달라 손실에 대한 책임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소재 본원에서 홍콩 H지수 ELS에 대한 잠정 검사결과와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검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확인됐다"며 "(금융사) 본점의 상품판매제도가 원칙에 부합하지 않았고, 개별 판매과정에서도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의 손실 배상비율은 검사결과 확인된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이하 기준안)은 크게 판매원칙 위반 등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요소'를 종합해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된다.

판매자 요인에 따른 배상비율은 최대 50%까지 책정된다. 기본배상비율이 △판매사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0~40%로 정해진다. 

여기에 금감원 검사결과에서 드러난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따라 은행은 최대 10%p, 증권사는 최대 5%p가 공통 가중된다.   

이렇게 정해진 배상비율은 투자자별 가입 당시 상황에 따라 최대 45%p가 가산 및 차감된다.

가산 항목은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고령자·은퇴자·주부 등 금융취약계층 △ELS 최초 투자 △자료·모니터링콜 부실 △비영리공익법인 총 5개다. 차감 항목은 △ELS 가입·수익 규모 △투자경험 △금융상품 이해능력이다. 

금감원은 가산과 차감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도 반영할 수 있도록 기타 조정치로 10%p를 남겨뒀다. 기타 조정까지 반영되면, 100% 배상을 받는 투자자도 나올 수 있다는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반면, 배상이 단 한푼도 없는 투자자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A 씨(52세)는 2021년초 K은행에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권유받았다. 이에 1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만기가 도래해 손실을 보았다.

금감원은 A 씨 사례에서 K은행의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소지 △투자권유 미보관 등 위반사항을 발견했다. 이번 기준안의 판매자 요인에 따른 배상 비율은 35%로 설정된다. 

문제는 A 씨가 과거 ELS 상품에 62회 가입(-10%p)했으며, 그간 얻은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보다 크다(-10%p)는 점이다. 아울러 그는 ELS 투자로 손실을 경험(-15%p)한 적이 있다. 결국 A 씨에 대한 최종 배상비율은 0%로 정해진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이제 분쟁은 투자자와 판매사인 금융사 간 책임 공방으로 넘어갔다. 금감원은 기준안이 마련됨에 따라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개최한다. 대표 사례에 대한 조정안이 마련되면, 판매사가 이에 근거해 개별 배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분쟁이 종료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가입자들은 전액 배상이 골자인 '계약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쟁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홍콩 H지수 ELS 가입자 모임은 오는 1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앞에서 3차 집회를 열고 판매사인 은행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미 집단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법적 다툼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과거 대규모 손실 사례인 DLF(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와 비교해 가입 규모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 ELS는 공모형식으로 판매돼 판매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총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예상 손실 규모는 올해 기준 총 5조8000억원이다. 가입된 계좌는 총 39만6000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기준안에 따라 각 판매사가 자율배상을 실시할 경우, 조속하고 원활하게 배상이 이뤄진다"며 "판매사와 투자자 간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길 기대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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