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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은 어떤 책임을 부담하는가

 

장현지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press@newsprime.co.kr | 2024.03.12 17:06:31
[프라임경제] 오늘날 다양한 기업정보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게시판 서비스와 커뮤니티들은 직장인들의 소통의 장이다. 

이용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익명으로 회사에서 겪은 고충이나 불합리를 토로하고, 회사의 조직 운영이나 복리후생 및 기타 내부 사정 등 이직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 이곳에서 이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을 위로하고 격려하거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찾기도 한다.

이런 인터넷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이 '익명성'이라는 그늘에 기대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대나무숲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실무진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성장과 개선을 도모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게시물의 전파성과 익명성을 악용해 허위 사실의 유포와 회사 기밀의 유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해고 당한 직원이 악의적으로 회사에 대한 비방과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물을 작성해 회사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사례도 있다.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에 이르는 수준의 인신공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직원 수 자체가 많지 않아 회사의 내부 사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이다. 이 경우 해당 회사에 대한 한두 개의 게시물 만으로도 회사의 평판이 좌우될 수 있어 회사에 대한 악성 게시물은 회사의 이미지와 인재 채용에 중요한 리스크로 작용한다.

악의적으로 쓴 게시물 작성자를 찾아내 처벌한다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플랫폼에 따라서는 가입 시부터 애초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본인인증 이후 즉시 해당 정보를 폐기하고,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아이디, 비밀번호와 같은 계정 정보만을 암호화해 보관한다. 수사 기관이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하더라도 이들 역시 이용자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협조가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게시물 작성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하고 싶어도 게시물 작성자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어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게시물 작성자를 대신해 해당 플랫폼사업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봤자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법률상 플랫폼사업자의 책임 범위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를 때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 침해를 받은 자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반박 내용을 게재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사업자가 피해자의 권리 침해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면 삭제 대신 30일 이내의 게시물 접근 차단 등의 임시 조치를 취하기만 해도 무방하다. 

단, 청소년 유해매체물 등의 경우에는 즉시 삭제 조치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플랫폼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사업자가 게시물에 대해 반박을 할 수 있게 해두거나 게시물의 임시적인 차단 등의 대응했다면 이용자의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임시 조치만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불법 행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의 입장이다. 

다만 게시물의 불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게시물을 계속 방치할 시에는 플랫폼사업자에게도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회사 또는 특정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공존할 수밖에 없으며, 플랫폼사업자의 입장에서 모든 게시물의 불법성 유무를 일일이 판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익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할 수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 유포 또는 회사의 기밀 유출이 이루어졌음에도 해당 게시물 작성자가 누구인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해당 피해자와 회사로서는 막대한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플랫폼사업자들에게 이용자에 대한 최소한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하도록 하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는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보다 합리적인 게시물 삭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하는 등의 법적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현지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 졸업 / 옥스퍼드 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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