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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혁신금융서비스 활용법

 

박정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press@newsprime.co.kr | 2024.03.18 15:58:57
[프라임경제] 국내에서 가장 규제가 엄격한 산업분야는 무엇일까? 산업마다 고유의 특성이 다르므로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꽤 많은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이라고 답할 것이다. 금융산업은 일반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국가부도사태까지 야기할 수 있는 분야이다. 모든 것을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는 당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기에 금융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금융서비스 제공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자격을 등록해 두어야 한다. 진입한 후에는 영업과정에서 지켜야 할 수많은 규제들이 있다.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금융서비스 제공자들이 지켜야 하는 규제는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여러 행정청에서 관리하는 각종 고시에 상세히 나와있다. 심지어 때로는 '업무지침'의 형태로 하달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산업은 특히나 전통강호들이 주름잡고 있었다. 새로운 세력은 진입자체가 어렵고 진입 후에도 지켜야 하는 규제가 워낙 많다 보니 애초에 진입할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인데, 금융산업은 애초에 새 부대가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도입된 제도가 바로 혁신금융서비스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금융서비스 제공자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시장에 테스트하고, 소비자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금융 당국은 서비스의 운영 결과를 토대로 제도와 규제를 개선하는 기회를 가진다. 2019년 시행된 금융혁신법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93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었다.

2023년에는 (1)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보험회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보험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 (2) 망분리 규제를 완화하여 금융회사가 업무망에서 인터넷망과 연결된 클라우드 기반 업무협업도구 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클라우드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의 내부망 이용, (3) 조각투자 방식 신종 증권이 장내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한 KRX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개설 등이 새롭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시장에서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던 2019년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더 많이 지정되었으나, 이후에는 대기업이 더 많은 지정을 받았다. 이미 인가된 금융회사와 비인가 핀테크기업으로 나누어 보면 2019년 한해 동안은 비인가 핀테크기업의 지정사례가 더 많았지만 이후 인가된 금융회사가 지정된 사례가 더 많아졌다.

이는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핀테크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기존의 금융회사들을 압도하는 플랫폼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핀테크기업과손잡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 당국은 결국 기존 금융회사들에게도 핀테크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혁신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부여했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 금융 시장의 공정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정은 더 이상 금융서비스 제공자 간, 즉 핀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회사 간의 공정이 아니다. 금융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을 의미한다. 디지털 금융 시장 내에서 소비자에 대한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제어하고, 핀테크 기업에 무차별적인 서비스 개방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의 안정적 성장과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결국 2024년 혁신금융서비스는 제도 취지상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도입하는 혁신성은 물론이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성 극대화까지 고려 지정될 것이다. 새로이 금융시장에 진출하려는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지만, 혁신성에 더불어정말 금융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유익함까지갖춘 서비스를 테스트해 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유의미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금융산업은 늘 매력적인 분야이다. 보수적인 시장이다 보니 혁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규제가 많아서 진출하기 어려울 뿐이다. 이때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정식으로 사업을 런칭하기 전에 테스트 기간을 거치며 서비스모델을 다듬는 시기를 거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다만,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얻으려면 스스로 자신의 서비스가 얼마나 혁신적이고 소비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지 입증해 내야 한다.

박정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미국 Swarthmore 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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