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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세라는데…속 터지는 챗봇" 결국엔 상담사

고객 불만 급증…"상담사 감정 피로도도 문제"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4.03.19 15:52:44
[프라임경제] #직장인 A씨는 영업상 은행방문이 쉽지 않다. 그런데 대출이 필요했다. 사전에 필요한 서류를 문의하기 위해 은행의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하지만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챗봇상담을 진행했지만 답변이 시원치 않아서다. 20여분동안 씨름 끝에 상담사와 연결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는 "챗봇과 콜봇 모두 제대로 된 구체적인 답을 해주지 않아 상담사와 통화할 때까지 기다렸다"며 "AI상담이 오히려 더 불편하고 시간낭비만 한 셈"이라고 말했다.

bing에서 챗GPT를 활용해 'AI콜봇에 화가난 고객'의 이미지. ⓒ bing


금융권을 비롯해 산업전반에 AI를 활용한 AICC도입이 활발하다. 하지만 현장 곳곳에선 고객 불편함이 들려온다. 기업들은 한정된 상담인력으로 운영되는 컨택센터에 AI로 '효율화'를 더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객들은 말을 재대로 못 알아듣는 챗봇 탓에 불편함만 커졌다고 호소한다.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금융 서비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 중 가장 불편한 디지털 경험 요소 1위가 'AI 챗봇 서비스'다. 39%에 달한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생성형 AI 챗봇에 대한 신뢰도다. 조사결과 전적으로 신뢰함(21%)보다 신뢰하지 않음(23%)이 더 높다. 즉 챗봇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답변에 고객들은 지치고 있다. 결국 상담사 연결만 애타게 기다린다. 적반하장으로 이용방법을 다시 숙지하라고 AI에 혼났다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담사 연결방법'과 '고객센터 직통번호 찾는 법이 공유될 정도다. 한 카페에는 "카드사들 상담원 연결까지 버튼누르기 개미지옥"이라는 글도 올라온다. 블로그에 상담원 연결까지 버튼 메뉴얼이라는 공약집 같은게 있을 정도다. "말로 하는 서비스는 사실 AI가 응답하니까 내가 원하는 용건은 AI가 인식 못하고, 상담원 연결하려면 ARS로 돌아가게 해놨는데 바쁜 와중에 상담원 연결하다 지치고 짜증난다"는 말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또 "AI한테 사람이 맞춰야하는 세상"이라며 "어르신들은 귀도 어둡고 반응도 느린데 언제 그걸 다 알아듣고 하실지 안타깝다"는 댓글도 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기존에는 0번을 누르면 상담원 연결이 됐는데 이제는 AI상담원 연결만 된다. 이것저것 시도해 봐도 분실신고 제외하면 상담사 연결이 없다"며 "이제는 상담원 연결 찾기도 힘들다"는 하소연도 올라온다.

문제는 이같은 불만이 상담사와 연결단계에 분출된다는 점이다. 효율성을 높인다는 기업의 설명과 달리 고객의 답답함과 불편함, 짜증은 높아지고 상담사들이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컨택센터 업계관계자는 "상담사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시스템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AICC가 만능은 아니다"라며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ARS를 줄이고 상담인력을 늘려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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