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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조선 도공' 이삼평 자취 '사가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4.03.21 11:20:35

사가현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가 시내. ⓒ 사가현 공식관광사이트 캡처


[프라임경제] 규슈섬 북서부 대한해협(현해탄)과 아리아케해를 낀 사가현은 규슈 7개 현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전국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면적(2440㎢)과 인구(79만2000명) 모두 42위에 해당한다. 

이렇듯 외형이 왜소해 보이는 사가현이지만, 메이지유신 땐 '삿초도비' 일각으로 신정부에서 위세를 뽐내던 시절도 있었다. 삿초도비는 메이지유신 때 막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부를 이끌던 일본 서남부 유력 4현을 가리킨다. 

사가현은 총면적 1/3을 차지하는 사가 평야에 인구 절반이 거주하며, 전국에서 1차 산업 비중이 가장 높다. 전통적으로 쌀이나 보리 등 곡물 재배를 중시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파와 연근 등 채소류 생산량이 늘고 있다. 어업 분야는 대한해협에서 고등어·오징어·문어·새우 등을 어획하며, 아리아케해 연안에서 김과 어패류 채취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10개 시와 6개 군으로 구성된 사가현은 '현 중동부' 사가시(22만9000명)에 현청을 두고 있다. 주요 도시로는 △가라쓰(11만2000명) △도스(7만4000명) △이마리(5만명) △다케오(4만6000명) △오기(4만3000명) △간자키(3만명) △우레시노(2만4000명) 등이 있다. 

일본에서 사가현은 '도자기(야키모노) 고향'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아리타(有田)야키 △가라쓰(唐津)야키 △이마리(伊万里)야키 등 일본 대표 자기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런 자기들은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 때 일본 각지에 끌려온 조선 도공이 만든 것이다. 

도공 중 한 명이 금강(공주시로 추정, 일설로는 김해) 출신 이삼평(李參平)이다. 그는 '영주' 나베시마 지원으로 두메산골 아리타에서 백자광(고령토)을 찾아내고, 조선백자를 재현한 아리타야키를 완성한다. 당시 자기 만드는 기술이 없던 일본은 조선 도공에게 사무라이 직분을 부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리타야키는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돼 인기를 끌었다. 

역사 해석을 놓고 충돌이 잦은 한국과 일본이지만, 이삼평에 대해서는 일본이 우리가 몰랐던 사실까지 언급할 정도로 그의 업적을 치켜세운다. 

일본 자료에 의하면, 그는 일본에서 '가나가에 산베(金ヶ江 三兵衛)'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1655년(90세) 세상을 떠났다. 이름이 이삼평으로 바뀐 건 그를 후원한 가문 기록을 통해 성이 '이'로 밝혀지며 이름도 조선식 한자를 호응시켰기 때문이다. 400년 전 도공을 천시했던 조선과 그들 재능을 알아본 일본 시각이 비교되는 지점이다. 

근대 들어 아리타야키를 '이마리야키'로도 부르는데, 이는 아리타 생산 자기가 인근 이마리항을 통해 수출된 데 기인한다. 두 지역은 10㎞ 정도 떨어졌다. 

한편, 사가현 북쪽 대한해협을 끼고 있는 가라쓰시는 여수(1982년) 및 서귀포시(1994년)와의 자매도시 결연을 맺었다. 사가현까지는 티웨이항공이 인천~사가 구간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관광지

# 도산(陶山)신사

'조선 도공' 이삼평을 기리기 위해 사후 3년 뒤인 1658년 세워진 신사다. 일본 여느 신사와 달리 정문(도리이) 등 경내 곳곳이 자기로 꾸며졌다. 아리타 마을을 내려다보이는 신사 뒤편 산 중턱에는 거대한 '도조 이삼평 비'가 자리한다. 

JR가미아리타역에서 택시로 5분(도보 20분) 거리로, 주변 △아리타 도자 미술관 △도자기(포셀린) 파크도 필견 코스다. 

아리타야키 시조 이삼평 기념비. ⓒ 아리타 관광협회 캡처


# 요시노가리 유적지

사가현 동부 간자키군 요시노가리정과 간자키시에 걸친 36헥타르(약 10만8900평) 규모 역사 공원이다.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3세기까지 벼농사와 함께 정착 생활이 시작된 고대 야요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외침에 대비해 조성된 해자를 비롯해 △성곽 △촌락 △창고 △시장 △옹관묘 군락 등이 시선을 끈다. 

# 나고야(名護屋) 성터

가라쓰시 나고야는 1591년 명나라 정벌을 위해 세워진 성으로, 임진왜란 당시 각지 다이묘 군대가 대기하던 후방 거점이었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성이 해체됐다. 

주요 건축 자재는 가라쓰 성 축성에 사용됐다. 아이치현에 있는 나고야(名古屋)성과 구분하기 위해 '히젠(肥前) 나고야성'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 사가성 공원

사가성 해자 주변에 10만평 규모로 조성된 도시공원이다. 공원 내에는 △혼마루 박물관 △현립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체육관 △조각 숲 등이 들어섰다. 

사가성은 반복된 화재와 내란으로 파괴됐으며, 현재는 혼마루 출입문과 망루, 석벽 등 일부만이 남아있다. 

# 우레시노 온천

'피부에 좋은 일본 3대 온천지'로 꼽히는 온천 마을이다. 마을 중심부를 흐르는 시오다 강을 끼고, 유서 깊은 온천여관이 50개 정도 늘어섰다. 온천수로 두부를 데워 양념장에 찍어 먹는 '물두부(유도후)'가 명물이다.

◆향토 음식

# 스코즈시(찬합 초밥)

아리아케해 간척지 평야에서 수확된 고품질 쌀로 만든 스시다. 

다시마와 소금을 넣고 지은 밥에 식초를 섞어 찬합에 채워 사각형 칼집을 낸 후 죽순·짱뚱어구이·금실(긴시) 달걀·새콤달콤한 표고·연근·마늘·생강 채 등을 올린다. 짱뚱어 대신 장어나 새우도 사용한다. 

해산물과 산채가 올라간 '스코즈시'. ⓒ 농림수산성 우리의 향토요리 캡처


# 후난코구이(붕어 무조림)

사가 평야 관개수로 등에서 잡히는 붕어를 뼈째 먹을 수 있도록 푹 조려낸 요리다. 

된장을 옅게 푼 육수로 무·연근·곤약·우엉 등을 끓여낸 후 손질된 붕어를 올려 약한 불에 10시간 정도 가열해 완성한다. 붕어는 몸체를 다시마로 싸서 박고지로 묶고, 냄비 바닥에 볏짚이나 우엉을 깔고 눋지 않도록 조리한다.

# 가메니(닭고기 조림)

식용유로 가볍게 볶아낸 한입 크기 닭고기에 곤약·우엉·연근 등 뿌리채소와 함께 당근, 표고 등을 넣고 표고 육수로 서서히 조려내는 요리다. 이때 간장과 술 등을 첨가해 감칠맛을 내고 청대콩과 생강 채를 올려 마무리한다. 

이 요리는 조선 침공을 위해 집결한 군대에 제공한 요리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닭고기가 아닌, 부근 강에서 잡은 자라(도로가메)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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