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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전환지원금 30만원대 '껑충'…소비자 반응 시큰둥 왜?

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갤럭시S24·아이폰 15' 지원금 없거나 10만원 미만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4.03.28 18:17:41
[프라임경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휴대전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기존 최대 13만원에서 33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방침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인데, 여전히 소비자 체감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 속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본격화될지도 미지수다. 

지난달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의 모습. ⓒ 연합뉴스


2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이 최대 33만원으로 오른 이달 23일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는 전환지원금 지급 첫날인 16일 대비 1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지원금은 휴대전화 구매자가 번호 이동을 통해 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통신사별로 단말기·요금제에 따라 자율 책정하며 공시지원금과는 별도로 지급된다. 

앞서 지난 16일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가 책정한 전환지원금은  3~13만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달 23일 SK텔레콤 32만원, KT 33만원, LG유플러스 30만원으로 지원 최고액이 각각 20만원씩 뛰었다. 

이통 3사가 정부와의 만남에서 '전향적 검토'를 약속한지 하루 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김홍일 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갖고 전환지원금 정책과 관련해 사업자들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만큼 전환지원금이 오르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에 걸친 전환지원금 상향으로 통신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번호이동 가입자 수 흐름에 큰 변화가 없고 여전히 소비자 체감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반응이 시큰둥한 첫 번째 이유는 '고가 요금제 의무 사용' 조건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번호이동 고객이 지원금을 최대로 받기 위해서는 월 10만원이 넘는 요금제를 써야한다. 통신사별 최소 금액은 KT 13만원, SK텔레콤 12만5000원, LG유플러스 9만5000원이다. 또 최소 6개월간 해당 요금제를 유지하지 않으면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전환지원금 지급 대상이 구형 모델 위주라는 점도 불만 사항으로 거론된다. 삼성 '갤럭시 S24' 또는 '아이폰 15' 시리즈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전환지원금 혜택을 일절 제공하지 않거나 지급한다고 해도 소액에 그치기 때문이다. 

현재 갤럭시 S24 모델 전환지원금은 LG유플러스가 최대 9만원까지 지급한다. 정부가 설정한 최대 한도인 50만원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KT의 경우 최대 8만원을 책정했으며, SKT는 아예 지급대상에서 배제했다.  

또 아이폰 15 시리즈의 경우 LG유플러스만 '프로' 모델에 한정해 10만원을 지급한다. SKT와 KT는 15 시리즈를 제외한 14시리즈까지만 지원금을 지급한다.

최신 기종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가격 메리트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에 통신사들은 전환지원금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지난 21일 "(전환지원금 확대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 실제 통신비는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눈치싸움 상황 속 현재까지는 통신사 간 전환지원금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통법 제정 당시 상황과 달리 5G 시장 성숙기로 접어든 만큼 경쟁 요인이 크지 않고, 이통사 재원도 한정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6일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신사 간 전환지원금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지만, SK텔레콤은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전환지원금 지급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조사 결과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 시 이통사 재정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영업 정보를 교환해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고 보고 지난해 2월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사 측은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이들이 시장상황반을 운영하면서 영업실적을 공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부처 간 불협화음부터 해소해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관련해 방통위는 최근 공정위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전환지원금이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고가 단말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저가 요금제+저가 단말' 선택권도 늘어나며 통신비 부담 경감에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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