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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공짜야근의 함정, 진실과 거짓

 

김나연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PR@newsprime.co.kr | 2024.04.08 15:51:47
[프라임경제] 포괄임금제 폐지 논란은 이번 총선에서도 핫한 이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28일 직장인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주 4일제나 주 4.5일제의 도입 지원'과 '포괄임금제의 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할 것'을 꼽은 적이 있다. 

이처럼 2024년 총선이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핫이슈로 떠오른 포괄임금제는 무엇이길래 이토록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걸까?

포괄임금제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항목의 임금을 따로 산정하지 않은 채 다른 항목의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해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지급방법을 의미한다. 즉, 근로자의 연장·야간·휴일 수당에 대한 임금까지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 두는 방식인 것이다.

최근 근로자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공짜야근'이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그에 반해 사용자는 '유연한 근로가 가능한 자유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가 포괄임금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데에는 가산금 내지 법정수당의 미지급이라는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연장근로수당(1주 40시간을 초과할 경우의 가산임금), 휴일근로수당(법정 또는 약정휴일에 근로할 경우의 가산임금), 야간근로수당(22:00~06:00 사이에 근로할 경우의 가산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56조 제1항 내지 제3항).

그런데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할 경우, 사용자는 위의 각종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약정된 임금만큼을 지급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위 가산수당 지급 시에는 각 항목별로 원래 지급되던 임금의 50% 이상이 모두 가산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의무를 준수할 필요 없이 딱 약속한 만큼만 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재택근무 등이 폭넓게 도입되면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워진 여러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너나할 것 없이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중 수십개의 기업이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함에 따라, 적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조차 없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나 과태료를 때려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포괄임금제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법정된 사항이 아니라, 판례를 통해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제도다.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유효하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부분에 한해 무효라고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지 여부가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이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실무상 위 판단기준은 사업주 및 사업장 상황상 구체적 타당성이 인정되어야 바로 유효하다는 입장으로, 일반적인 사무직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판시하고 있는 편이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 포괄임금약정 자체가 무효가 될 경우,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에게 약정된 월급에 더해 모든 가산임금을 정산해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맞이하게 될 우려가 있다.

다만, 대법원은 관련 판례에서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함으로써, 고정OT 제도가포괄임금약정과 구분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다6113 판결). 

또한 매월 고정급으로 지급되던 연장근로수당에 대해 그 지급 경위나 배경 등을 고려할 때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선례도 있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24739 판결).

주의할 것은 고정OT 제도를 활용할 경우에도 기본급은 반드시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되어야 하며, 초과근로시간 및 그에 따른 가산임금의 계산 방식에 대해 세부적으로 근로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건을 잘 활용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각종 가산수당에 대한 선지급을 통해 복잡한 근태 관리에 대한 우려를 한시름 덜 수 있다. 다만, 만일 근로자가 위와 같은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초과근로를 했음이 명확한 경우에는 고정으로 지급한 금원에 더해 가산수당을 반드시 추가로 지급해야만 한다.

만일 당사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것이 판례를 통해만 유효성이 인정되는 제도인만큼,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효성이 인정된 선례로는 1) 운행 경로나 교통 상황 등에 따라 근무시간이 근로자별로 일정하지 않은 시외버스 운전사 사례(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다카6934 판결), 2) 방송·드라마 제작 진행과 기록을 맡은 외부 제작 요원 사례(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66995, 67004 판결), 3) 택시운전사 사례(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도1861 판결) 등이 있다.

김나연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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