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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은 옛말…방카슈랑스 떠나는 손보사들

전체 계약 건수 중 2.1%…IFRS17 도입으로 판매유인 '뚝'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4.04.11 21:06:38
[프라임경제] 손해보험사들이 한때 출혈경쟁까지 벌였던 방카슈랑스 시장을 떠나고 있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저축성보험 판매 유인이 떨어진 데다, 손보사 보험 가입 경로 중 방카슈랑스 차지 비중이 극히 적은 탓이다. 더 이상 방카슈랑스 사업을 유지할 유인이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다. 보험사와 은행이 제휴해 보험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제도다. 국내는 2003년 9월부터 도입됐다. 

1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보사의 보험 가입 경로 중 방카슈랑스 비중(계약 건수 기준)은 2022년 2.1%다. 같은 기간 생보사 비중은 18.7%에 비해 확연히 적은 수치다. 원수보험료도 감소세다. 2017년 손보사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거둔 보험료는 약 7조원에서 2022년 5조3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손해보험사들이 한때 출혈경쟁까지 벌였던 방카슈랑스 시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많은 손보사가 방카슈랑스 채널을 이탈하고 있다. 2016년 메리츠화재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장기손해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흥국화재도 지난해 말부터 장기손해보험 상품을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시장을 떠났다. 남은 손보사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정도다.

이는 2010년 초반 저축성보험 취급액을 늘리기 위해 금리경쟁까지 붙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손보사들은 방카슈랑스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일반 상품에 비해 높게 책정하는 등 과열조짐을 보였다. 일부 중소형 업체의 경우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 금융당국의 감독행정을 받기도 했다.

업계는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채널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IFRS17 도입을 꼽는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의 70~80%는 저축성보험인데, IFRS17상에서 저축성보험은 팔면 팔수록 부채가 더 늘어나는 식으로 회계 처리된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저축성보험이 주력 상품으로 된 배경에는 보장성보험의 복잡한 상품 구조에 있다. 은행 창구에서 팔기에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어 대다수 보험사가 팔기를 꺼려했다. 

아울러 자동차보험, 종신보험, 개인보장성 상품 등은 설계사 생존권 보호 등을 이유로 방카슈랑스에서 취급할 수 없다. 저축성보험이 방카슈랑스 주력상품으로 남은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방카슈랑스 채널에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상품 판매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업계와 설계사의 극심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며 "예적금과 상품 구조가 유사한 저축성보험으로 판매 유인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보장성보험이라고는 건강보험, 암보험 등의 상품인데 굳이 은행에 수수료까지 내가면서까지 판매하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며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점이 크다"고 덧붙였다.
 
손보사의 방카슈랑스 채널 이탈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방카슈랑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손보사라 할지라도 사업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금융지주 계열을 제외한 손보사들의 추가 시장 이탈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철수로 은행의 고심도 깊어졌다. 현재 한개 은행에서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삼성화재 이탈로 해당 비율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른바 25%룰이 완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은행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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