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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 확보 관건" 아워홈, 남매 분쟁...구지은 반격 카드는?

구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전문 경영인 체제 vs 경영권 사수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4.04.22 10:33:42
[프라임경제] 아워홈 경영권 분쟁이 다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아워홈 창립자 고(故) 구자학 회장 장녀인 구미현씨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다. 이사회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구지은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6월까지로, 그 전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17일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을 비롯한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의 반대로 과반의 표를 얻지 못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 아워홈

이번 주총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의 첫째 언니인 구미현 이사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는 구미현씨가 주총에 스스로 올린 안건이었다. 

지금까지 구미현 이사는 그동안 아워홈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번 주총에는 구 전 부회장 측이 배당 한도를 20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아워홈은 창립자인 구자학 전 회장의 자녀 4명이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으로 보유 지분은 38.56%다.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미현씨는 구 전 부회장과 구 부회장·명진씨의 대립 구도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영권분쟁의 캐스팅보터로 꼽혔다. 4남매 중 보유한 주식수가 가장 적지만 그의 선택에 따라서 한 쪽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차녀 명진 씨와 구지은 부회장과의 연합전선은 견고한 편이나, 장녀 미현 씨는 그간 오빠와 막내동생의 손을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다. 미현 씨는 2021년 6월 막내여동생이 경영권을 잡도록 표를 행사했지만, 이듬해 2022년에는 다시 장남(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도 추진했었다. 미현 씨는 현재 주부로, 경영보다 지분 매각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아워홈

하지만 미현 씨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경영권을 위협이 커지는 구 부회장이 이를 반대해왔다. 여기에 구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무배당'을 결정하자, 수액억 원대 배당금을 받지 못한 미현씨가 장남 편을 든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미현씨가 직접 주주제안을 한 배경에는 2021년 세 자매가 체결한 의결권 공동 행사 협약이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세 자매는 지분 공동매각 및 의결권 공동행사에 대한 협약을 맺고 구 전 부회장을 해임시켰다. 해당 협약에 따라 미현씨는 올해 6월까지 구 전 부회장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구 부회장과 명진씨에게 3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미현씨는 위약금 부담을 피하면서 구 부회장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미현씨의 주주제안에 구 전 부회장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영 경험이 없는 구미현씨 부부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전문경영인을 사내이사로 진입시켜 경영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아워홈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다만 구미현씨가 지분매각 의사가 강해 구지은 부회장이 적정가격에 지분 매입을 제안할 시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려면 미현 씨를 설득해 포섭하거나, 사모펀드 등 우호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로선 미현 씨보다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게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구지은 부회장의 이사 퇴출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구 부회장은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올해도 글로벌 사업의 호조를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실제 아워홈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 늘어난 1조98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76%나 늘어난 94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구지은 부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핵심 과제로 삼았던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아워홈 글로벌 사업 실적은 전년 대비 13% 가량 성장했다.

한편 아워홈은 주총을 다시 열고 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것으로 보여진다. 상법에 따르면 자본금 10억원 이상인 회사는 사내이사를 3명 이상 둬야한다. 이번 주총에서 기존 이사 재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됨에 따라 확정된 사내이사 수는 미현씨와 남편 2명에 불과하다.

구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 미현씨가 각각 이사 추천에 나설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부회장은 경영권 사수를 위해 언니 미현씨의 마음을 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 측의 지분율이 50%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구 부회장이 얼마나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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