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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던진 돌에 ‘소시지업자는 맞아 죽어?’

수입업자 ‘돈장케이싱’ 무혐의…보도자료 인한 피해는 막대

조윤미 기자 | bongbong@newsprime.co.kr | 2009.02.17 14:55:38

경찰·언론·당국 조급증에 관련업계 어려움, 빈사 상황
쓰레기 만두소, 포르말린 통조림, 돈장케이싱 공통점?

[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중국산 돈장케이싱’ 사건, 이에 앞서 지난 2004년 ‘쓰레기 만두소’ 사건, 지난 2001년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등.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의 한 건 올리기 식 수사와 언론의 선정적 과잉 보도 그리고 행정 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점과 사건과 전혀 무관한 동종 업계가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불량식품 보도의 경우, 무죄 혹은 무혐의 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이미 보도된 언론에 노출된 소비자의 인식 속엔 관련 상품에 대해 반감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식품업체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

   
 < 사진 = 돈장케이싱 소시지 가공 현장(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육가공협회 제공) >
지난해 12월, 부산해경은 중국산 돼지내장을 미국산으로 속여판 ‘중국산 돈장케이싱(돼지 창자로 만든 소시지 껍질)’ 사건에 대해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로 인해 검찰에 소환된 축산물 수입업체 A사 대표 남 모(남·46)씨가 지난 1월 22일 한달 여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관할 검찰청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남씨는 한달 여 간의 검찰소환으로 물건이 세관에 묶인 데다가, 고초를 겪은 점 등에 대해 부산해경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게다가 무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돈장케이싱 이미지가 나빠져 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돈장케이싱 수입업체를 폐업해야 할까 고민하는 중이다.

‘쓰레기 만두소’ 사건과 같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 또는 무혐의로 끝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언론은 반성하는 보도내용은커녕 이에 대한 책임을 사건과 무관한 동종업계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 무혐의에도 불구, 폐업 준비 중

지난 1월 무혐의 판결을 받은 ‘중국산 돈장케이싱’의 경우도 부산 해경이 증거가 불충분한 사건을 두고 서둘러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언론이 확인절차 없이 보도한 경우에 해당된다.

미국 I, D, S사 등 3개사는 제3국 수입물품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지난 7월 미국 식품안전검사국(FSIS)으로부터 부정수출 혐의로 적발돼 수출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를 계기로 부산해경이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등 수사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을 접한 소비자들은 소시지를 문제 있는 식품으로 인식해 동종업계인 돈장케이싱 수입업체 뿐 아니라 소시지 생산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던 남모씨는 무혐의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입어 폐업준비 중에 있다.

남씨는 “돈장케이싱 수입의 경우 스탁세일(Stock sale·수입업자가 외국기업에 돈을 먼저 내고 물건을 들여와 납품업체에 추후에 돈을 받는 형식의 판매방식)을 하는데 물건(돈장)이 세관에서 한달 여 묶여있기 때문에 변질 우려 등으로 생기는 금전적 피해 뿐 아니라 소비자 인식도 안 좋아졌다”며 “증거도 없이 보도 자료를 배포한 부산 해경을 소송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씨는 “축산물수입업체들은 거래선이 모두 끊겨 사업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며 “충분한 조사 없이 결과를 배포해 소시지 돈장케이싱과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입게 된 피해는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육가공협회는 이에 대한 피해규모를 파악 중에 있다. 육가공협회 관계자는 “관련 시장의 매출이 이번 사건으로 상당히 줄었다”며 “현재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대형마트를 포함한 매장 제품 철수 물량 등을 파악 중에 있다”고 전했다.

C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불신이 너무 심각해져 돈장케이싱이 쓰이는 소시지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일부 회사는 천염장 대신 콜라겐으로 바꿔 사용하며 소비자의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한번 소시지 시장을 외면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 불량식품 보도, 소비자 오래 기억해

이번 부산해경 사건 말고도 식품과 관련한 수사 사항이 성급하게 공개돼 업체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본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일어난 불량 만두소 사건이 한 예이다. 6월 10일 식약청은 불량 만두소를 제공받아 만두를 제조한 18개 업체의 명단을 발표했고, 3일 후 식약청 발표 명단에 포함된 비젼푸드 사장이 억울하다며 한강 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이틀 후 식약청은 “불량 만두 사건 과정에서 여론에 밀려 다소 무리한 조사가 있었다”며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며 사실상 졸속이었음을 시인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국내 만두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 만두 관련 식품업계, 음식점이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간한 ‘식품안전관리에 관한 국민인지도 및 체감도에 따른 행동유형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사고는 일단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 소비자에게 오래 기억될 뿐 아니라 해당 식품군의 섭취 행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지난 1990년 발생한 공업용 우지라면 파동은 아직도 소비자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이 사건으로 라면 섭취 빈도가 50.8%에서 25%로 떨어졌다.

2001년 발생한 포르말린 번데기·골뱅이 통조림 논란 이후 이에 대한 섭취 빈도도 30.8%에서 15.7%로 줄기도 했다.

‘연못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처럼, 경찰이나 검찰, 기자 등이 공명심에 앞서나간 발표와 보도를 하는 경우 식품업계가 받는 타격은 적지 않다.

사직 당국은 충분한 조사 후 결과를 배포하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손배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는 그래서 그 의미가 나날이 새롭다. 당국의 한 건 올리기 식 수사와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보도 등으로 국민의 또 다른 이름인 판매자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근본적 문제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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