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중국 국가영화국(NFA)은 공식 성명을 통해 "시장 규칙을 따르고 관객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 영화 수를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미중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 영화 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 양국 갈등이 단순한 상품에서 문화전쟁으로까지 촉발될 양상을 보이자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지난 10일 중국 국가영화국(NFA)은 공식 성명을 통해 "시장 규칙을 따르고 관객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 영화 수를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 관영언론 계열 SNS인 뉴탄친은 최근 미국의 막대한 관세에 대비해 6가지 주요 조치를 준비했다고 밝히며 그 중 하나가 미국 영화 수입 금지 조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공산당 관영 통신사와 연줄이 있는 영향력 있는 중국 블로거 두 명에 따르면, 현지 지도자들이 미국 영화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했다.
중국 미디어시장 전문가인 크리스 펜튼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불리한 점이 거의 제로이면서 동시에 엄청나게 이목을 끄는 보복 방식"이라며 "이처럼 눈에 띄는 방식의 처벌은 중국이 총력전에 나선다는 것으로 미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영화 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산업 분석 회사인 가워 스트리트 애널리틱스(Gower Street Analytic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은 77억 달러(약 10조9825억1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 세계 시장의 23%를 차지하는 수치이자 3위인 일본보다 60억 달러 이상 앞서 있는 규모다.
또한 중국 국내 영화가 연간 박스오피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이전 약 60%에서 현재 약 80%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국내 영화 산업의 놀라운 수익력은 올해 초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너자2'는 1월 말 개봉 이후 약 19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 영화는 이미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했으며, 현재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중국의 미국 영화 수입 거부 움직임과 자국 내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해 국내 기업 중에선 M83(476080)과 덱스터(206560)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중국 영화 업계와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M83과 덱스터의 지난 11일 주가는 중국 국가영화국의 발표가 있기 전날인 9일 대비 각각 27.65% 증가한 14400원, 9.90% 오른 5990원으로 마감했다.
M83은 '너자2'에서 고난도의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을 맡아 환상적인 액션 장면과 정교한 배경을 구현하며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화려한 전투 장면과 섬세한 그래픽 효과는 관객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앞서 지난해 말엔 중국 차세대 감독으로 손 꼽히는 한연(Yan Han, 韓延) 감독의 신작 우주 SF 판타지 신작 영화 '성하입몽 (Thousand Hundred Sweet Dreams)'의 메인 VFX 제작사로 선정됐다.
M83의 자회사 모터헤드 역시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모터헤드는 중국 최대 규모의 블록버스터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관후(Guan Hu, 管虎) 감독의 신작 '동지도'의 VFX 제작을 맡았다.
덱스터는 과거 한한령 이전부터 '몽키킹' 시리즈를 비롯해 중국 최상위 흥행 영화의 VFX 작업을 수행하며 성장했다.
올해 1월엔 춘절 개봉작인 서극 감독의 '사조영웅전: 협지대자'와 협업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는 중국 감독 중 VFX 기술에 조예가 깊은 서극 감독과 다섯 번째 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덱스터 관계자는 "최근 한중간 문화 교류 확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의 제작 참여가 재개될 것"이라며 "중국의 다수 제작사와 해외 프로젝트를 검토 및 진행 중에 있으며 제작 참여 저변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쇼박스(086980), 팬엔터테인먼트(068050), NEW(160550) 등 영화 배급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이들의 주가는 지난 11일 기준 9일 대비 각각 10.48% 상승한 3055원, 14.55% 뛴 2400원, 10.95% 오른 1974원을 시현했다.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중국에서 지식재산권(IP) 수익을 창출 중에 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영화사 미디어캐슬을 인수하면서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투자, 제작, 수입, 배급을 아우르는 '종합 스튜디오'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밖에 NEW는 지난해 영화 '올빼미'와 관련해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NEW에 따르면 중국에 판매된 한국 영화 판권료 가운데 최고가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