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 역시 고난과 역경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수년간 이어진 업계 침체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면서 시장 내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고금리·공사비 상승·PF 리스크·지방 미분양 증가세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장기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실제 올해 1월 국내 건설 수주액(대한건설협회 기준 9조214억원)을 살펴보면 2023년 8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13조1437억원)대비 31.4% 줄어든 수치다.
공사 실적 감소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월에 실행된 '건설투자 비용(건설기성)'은 전년대비 26.8% 감소한 10조6661억원이다. 실질 투자비용 역시 9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국내 건설 경기와는 달리 해외 건설 시장은 잇따라 수주를 성공하는 등 의외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향후 건설 산업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분석 결과' 15일 기준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82억1225만달러다. 이는 전년(55억1891만달러)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진출 국가도 지난해(63개국)와 비교해 6곳 증가했으며, 업체수도 11곳(183개⟶194개) 늘었다.
물론 건설업계 전반의 수주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그룹사 내부 프로젝트에 따라 일감 공백에 대응하는 등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한 건설사도 적지 않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규모 1억7700만달러 현대차그룹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신축 공사를 담당한다. HMGMA는 현대차그룹(005380)이 미국에 76억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한 북미 전기차 생산 전진기지다. 현재 연 30만대 상당 전기차 생산 규모를 향후 50만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028260)의 경우 삼성전자 오스틴법인 '테일러 반도체공장' 건설을 담당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 현대차그룹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국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목표 초과 달성을 노리고 있다"라며 "특히 지난해 목표 '500억달러 달성'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수주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수주 전략만으로는 현재의 건설 경기 불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건설업이 비교적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관세전쟁' 여파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도 있어 마냥 안심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에 있어 미국산 자재 수입이 많지 않아 당장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미국 '상호 관세 정책'아 물가는 물론, 공사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심상치 않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건설 자재비 상승 압력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분양가 부담 증가 등이 발생된다"며 "또한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지면 PF 자금조달 금리 즉, 시행사 부담 지속으로 분양 연기에 이어 사업포기까지 직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처럼 빠르게 내려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 건설·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 동향도 달라지는 점을 고려,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에 이를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