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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은행 결산] 가계부채 '롤러코스터' 은행만 웃었다

금융당국,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대응 '책무구조도' 도입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4.12.22 20:21:57
[프라임경제] 올해 은행권 최대 화두는 단연코 '가계부채'다. 정부가 급증한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했지만, 서민이 고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올해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배부른 은행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결국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은행에서 금융소비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상생금융' 요구가 다시 번지고 있다.  

◆정책 엇박자가 부풀린 가계부채

정부와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올해 초부터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점진적 하락을 꼽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연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던 DSR 심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대표적인 대출 한도 규제다.

이와 함께 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해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다. 고금리 부담과 규제가 맞물리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2월 기준 전월 대비 1조4000억원 축소됐다. 이어 잔액이 3월에 1조7000억원 감소해 약 1년간 이어지던 연속 증가세가 멈췄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다시 한 달 만에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과 대출 갈아타기 확대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과 5월에 각각 5조원·6조원씩 늘며 증가 규모도 확대됐다. 

정부가 한쪽에서 대출을 억누르고, 다른 쪽에서 돈을 푼 엇박자 정책을 펼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헛발질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7월에 강화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DSR 제도 2단계'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갑자기 도입 시기를 9월로 연기했다. 규제 강화가 서민 자금 공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규제산업인 은행에서 정부의 나침반이 방향을 잃자,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터져 나왔다. 규제 도입을 연기한 다음달인 8월에 은행권 가계대출은 무려 9조2000억원이 폭증했다. 결국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정부를 대신해 사과했다. 

◆가계부채 관리 속 배부른 은행권

하반기 늘어난 가계대출 관리 책임은 은행에 넘어갔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실태 현장점검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향이 차질 없이 집행되는지 확인하겠다"며 "점검 결과 나타난 지적사항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10일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이에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인상해 대출 문턱을 높였다. 5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은행이 지난 7월 이후 대출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총 26회에 달한다.

가계대출 관리에 따른 고통은 서민이 받았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정작 대출금리가 인상돼 차주 금융부담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이른바 '예대마진'에서 발생한다.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 금리를 낮췄지만 대출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했다. 예대마진이 벌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거셌지만, 은행권 이익은 예년보다 컸다. 5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조580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37억원이 늘었다.

4분기에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이 한국을 휩쓸었지만, 은행권은 표정 관리를 하기 힘들 정도의 ‘나 홀로 호황’이 예고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그룹의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1조3421억원) 대비 81.1% 증가한 2조4305억원이다. 

◆또 내부통제 부실…'윗선' 저격, 책무구조도 도입

올해도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는 은행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주요 시중은행 7곳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3분기 실적 보고서 기준 누적 6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건보다도 많았다. 아직 4분기부터 발견된 건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아 더 늘어날 예정이다.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이 지난 5월 은행 앞에서 투자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연초 은행권을 뒤흔든 사건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이다. 이 상품은 홍콩H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지난해 말부터 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됐다. 결국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십만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호소했다.     

통상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ELS 대규모 손실 사태는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은행 직원이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87세 고령투자자에게 가입을 강요한 사례도 드러났다. 소비자보호 절차 등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하반기 우리은행에서 또 한 번 부각됐다. 금감원은 제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우리은행을 현장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 수십 건을 확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점을 강도 높게 비판 중이다. "내년 1월에 ‘매운맛’으로 추가 검사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날을 세운 상태다.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해지자, 결국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위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구체적인 내부통제 책임을 문서화한 제도다.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담당 임원이 져야 한다는 게 골자다. 대상에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돼 이른바 금융회사 '윗선'을 저격한 방안이다.   
   
◆이익 환원 요구 '상생금융 시즌2' 임박

금융사고 등 문제가 빈번한 은행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 이익에 대한 사회 환원 요구는 올해도 번지고 있다. 이른바 '상생금융 시즌2'가 임박한 상태다. 

상생금융 시즌1의 경우, 대통령과 정치권이 지난 2023년 말 고금리 기조에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은행권의 독과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결국 은행권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0월10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상생금융 요구는 올해도 다르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23일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은행장들을 불러 모은다. 이번 간담회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함께 국내 은행장 2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금융 시즌2는 지난 2일 개최된 소상공인·지역상권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언급됐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소상공인에 대한 지속가능한 지원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회성일 줄 알았던 상생금융이 정례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매년 고정 비용으로 인식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정부 요구에 앞서 은행권이 먼저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지원이 정례화되면, 지금이야 문제가 없지만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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