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내 증시 저평가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코스피 PBR이 1년 만에 더 하락했다는 게 이유다.
우리나라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월4일 기준 0.87배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적극적으로 밸류업 정책을 장려했다. 그런데 전년 동기(0.96배) 대비 코스피 PBR은 더 하락했다. 밸류업 원년에 '낙제점'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1년의 과정을 보면 약간의 성과도 보이는 듯 했다. 한때 금융·자동차·지주사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PBR 1배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대내외 악재가 터지면서 결국 2023년 연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됐던 펀더멘털(기초체력) 부재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대내외 악재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다. 밸류업을 추진해 온 윤 정부가 비상계엄으로 탄핵 정국에 휘말리면서 밸류업 정책 동력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추진 동력이 돼야 할 법안 개정 필요 안건들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올해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2025년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사장은 "올해 더 많은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 문화가 정착 될 수 있도록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밸류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한 상태다.
밸류업 우수 기업에게 법인세를 깎아주고, 우수기업에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밸류업 세제 지원책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세제혜택을 확대해주는 법안을 재추진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일반 주주까지 확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내 증시 밸류업과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 보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마련되지 못하는 사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 마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발을 빼고 있다.
더 이상 국내증시를 저평가 상태에 남겨 둬서는 안된다. 밸류업은 정권과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