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튜브 시대다. 그래서 유튜브를 자주 본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홍보성 영상이 튀어나오는 게 많다. 일명 뒷광고 성행이다. '#제품제공'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럼에도 이 홍보영상 조회 수는 수십 수백만명을 기록한다.
구글코리아 설문조사 결과다. '상품을 실제로 구매하게 만든 미디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비자 48%는 '유튜브'라고 답했다. 그만큼 유튜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졌다. 소비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상품을 찾아보는 이유로는 △상품의 자세한 기능과 특징을 제공해서 △전문적인 정보가 많아서 △꾸밈없는 후기를 볼 수 있어서라는 답이 나온다.
유튜브도 이 같은 소비자 마음을 알았던 걸까. 2022년 12월 유튜브는 영상 시청 중에도 바로 구매 페이지를 소개하는 '유튜브 쇼핑' 서비스를 출시했다. 유튜브뿐만 아니다. 틱톡을 주 무대로 삼는 순이엔티는 2024년 5월 숏폼 리뷰형 쇼핑 플랫폼 '순샵'을 오픈했다. 출시 약 4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수 50만명이 넘을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보면 라이브로 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이러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시장은 TV 홈쇼핑 시장 규모를 넘어 확장세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TV홈쇼핑 7개 사의 방송 매출액은 2조9000억원이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하락세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발간 '이커머스 시장연구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방송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00억원에서 2023년 10조원으로 4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실제로 20대 여성 A씨에게 '상품을 어디서 주로 접하고 구매하냐?'고 물어봤다. 답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나 구독 중이던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지갑을 연다"다. 이처럼 시청자 대부분이 TV 가로화면에서 휴대전화 세로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법은 사회의 변화와 사건을 뒤따라간다. 유튜브 쇼핑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은 우리에게 이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규제가 미흡한 사고를 낳기도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는 현재까지 미비한 상태다.
현행법에서 SNS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인터넷 통신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방송법상 '방송'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로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조계 전문가는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기존 전자상거래와 달리 사업자와 상품의 정보가 문서가 아닌 영상이다 보니 특정성이 없다"며 "가령 기존의 전자상거래에서는 할인 가격 정보가 텍스트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문서화할 수 없어 소비자 보호법을 사실상 규율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도 "SNS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를 위해서 만든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통해 물건을 구매한 뒤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소비자 보호 조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표권·특허권 문제에도 취약점을 드러낸다. SNS에서 쉽게 판매하고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사의 로고, 상품, 디자인 등 무단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반인이 사업자등록증 없이도 가게를 차리고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것처럼 접근성이 낮은 만큼 규제 문턱도 낮다.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일었던 '빽햄'도 SNS 마케팅의 폐해로 볼 수 있다. 더본코리아는 통조림 햄 '빽햄'의 과도한 가격 책정과 품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빽햄의 할인 판매를 홍보한 바 있다. 영상 업로드 이후 실구매자들은 "원가를 높게 책정해 마치 할인율이 높은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원가 마진율과 성분표를 밝히며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다. 과장된 할인 광고의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영상 속 백종원 대표가 과도하게 홍보했다고 해서 처벌받을 일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할인율이나 끼워팔기와 같은 상술로 소비자들은 구독 취소로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이미 상술이 만연한 검색 시장을 떠나 유튜브로 온 소비자들은 피로도가 더 누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브커머스 규제 사각지대를 처음 인식한 것은 2021년 2월 양정숙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부터다. 그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라이브커머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을 추진했다.
라이브커머스는 주로 자율규제나 기존의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방송법 △전자금융거래법 △소비자 보호법에 따라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보조적인 규제 역할만 될 뿐 여전히 라이브커머스에 특화된 법률은 미비하다. 따라서 정부는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논의와 연구를 활발히 이어 나가야 한다.
특히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과 같은 영상콘텐츠업계 거물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용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TV홈쇼핑 초창기 관련 규제가 미흡했던 것을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 역시도 넘쳐나는 광고 홍수 시대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