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카(金華)산 정상에 솟은 기후성. ⓒ 기후현 관광연맹
[프라임경제] 일본 혼슈 중앙부 기후현은 중북부 '히다(飛騨)'와 남부 '미노(美濃)' 지방으로 나뉜다. 모두 중세 해당 지역을 통치하던 영주국 이름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히다는 일명 '북알프스'로 불리는 히다산맥과 료하쿠 산지가 이어지는 산악지대다. 특히 나가노현 등과 경계를 이루는 히다산맥은 전국 3000m급 거봉 21개 중 8개가 몰려있을 정도로 지형이 험준하다. 평지가 극히 적고 눈이 많이 내리는 호설지대여서 인구 10만명이 넘는 도시가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노에는 '노비 평야' 중심으로 기후시 등 도시 대부분이 편중됐다. 이들 도시 상당수는 인근 대도시 나고야 권역에 포함되는 위성도시로 분류된다.
기후(岐阜)라는 지명은 '전국시대 무장' 오다 노부나가가 미노국을 공략해 자신 거성으로 삼으며, 성 밖 도시 '이노구치(井口)'를 개명한 것이다. 중국 주 왕조 창건시 등장하는 '기산(岐山)'과 공자 탄생지 '곡부(曲阜)'에서 한 글자씩 취했다고 알려진다. 기후시는 시제 시행 120주년을 기념해 2009년 그의 황금빛 동상을 JR 기후역 북쪽 출입구에 설치했다.
기후현은 일본 열도를 '전국 8 지방' 방식으로 나눌 땐 중부지방에 속한다. 지역 블록으로는 아이치현·미에현과 함께 '도카이(東海) 3현', 또는 시즈오카현을 포함해 '도카이 4현'으로 분류한다.
면적(1만621.29㎢)은 전국 7위, 인구(2024년 12월 기준 191만1000명)는 17위다. 고원지대 기후에서 재배하고 사육하는 농축산물이 유명해 △토마토·시금치 △감·밤 △소고기·돼지고기 △벌꿀 등이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다. 바다가 없는 내륙현으로, 7개 현과 경계를 마주한다.
행정구역은 21시 9군 19정 2촌. 현 내 주요 거점으로는 △'현청 소재지' 기후시(39만4000명) △제2의 도시 오가키시(15만4000명) △공원 도시 가카미가하라시(14만1000명) △미노 도자기 집산지 다지미시(10만2000명) △미술·도예 가니시(9만8000명) △세계 3대 나이프 생산지 세키시(8만1000명) △히다 지역 최대 다카야마시(8만명) △미노도자기 생산지 도키시(5만2000명) △유명 온천지 게로시(2만7000명) △미농지 산지 미노시(1만8000명) 등이 있다.
현 지자체 가운데 가카미가하라시는 2003년 강원도 춘천시와 '자매도시 제휴'를 체결했다. 시내 도시공원에는 당시 일본 열도를 뒤흔든 K-드라마 '겨울연가' 거리도 있다.
노비 평야 끝자락 산간지대 '소도시' 미노시는 2010년 강원도 원주시와의 우호 교류 협정을 맺었는데, 이곳 특산물이 미농지다. 그림·글씨 연습시 사용하는 미농지는 조선통신사가 왕래하던 시절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기 깊다. '미농'은 미노 한자 '美濃'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제2 도시' 오가키시의 경우 경남 창원시와 자매도시 관계다.
한편 기후현에는 여행객용 공항이 없다. 때문에 항공편 이용시 △아이치현 주부국제공항(국제선) △나고야 비행장(국내선) △도야마현 도야마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추천관광지
#기후성
지역 토호 사이토 가문 '거성' 이나바 산성을 1567년 오다 노부나가가 함락하며 이름을 기후성으로 바꿨다.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를 제패하며 폐쇄됐다. 현재 성은 1956년 복원한 것이다.
천수가 있는 해발 329m 긴카(金華)산 산정 부근까지 로프웨이를 이용해 오를 수 있다.

히다 민속촌 '갓쇼즈쿠리'. ⓒ 위키피디아 재팬
#히다 민속촌
'산악지대 중심도시' 다카야마 소재 야외 박물관. 히다 지방 문화 전승과 보존을 위해 전통가옥(갓쇼즈쿠리) 30여동을 옮겨지었다. 각 가옥에서 △목·짚 공예 △누비옷·도롱이 △원숭이 인형 만들기 등 실연되고 있으며, 체험도 가능하다.
'갓쇼즈쿠리(合掌造り)'는 큰 눈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붕을 '합장(갓쇼)' 모양으로 건축한 가옥을 의미한다.
#게로 온천
중세 무로마치시대부터 천하 '삼명천(三名泉)' 하나로 꼽힌 산중 온천 지대. 피부에 좋은 알칼리성 온천으로 여성 방문객들로 붐빈다.
JR 게로(下呂)역에서 히다강 연변을 끼고, 각급 숙박과 유흥시설이 즐비하다. 온천 문화를 소개하고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도 있다.
#기후 번지
높이 215m에 달하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 시설. 점프할 때 '날다람쥐 수트(suit)'를 착용한다. 속도를 낮추고, 마치 새가 나는 것처럼 상쾌함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점프를 마치면 낙하 기념 증명서가 제공된다.
JR 오타역에서 버스와 택시로 45분 거리며, 1회 점프 비용은 2만8000엔(약 27만원)이다.
◆향토 음식
#호오바(朴葉)즈시
초밥에 식초 절임 고등어 또는 연어·머위 졸임·지단·초 생강 등을 올려 후박나무 잎으로 감싼 스시.
여름철 후박나무 잎은 향기롭고, 항균성 효소가 있어 농경시대부터 휴대식 재료로 활용됐다. 학교·유치원 급식 메뉴로도 잘 나온다.
#히다규
히다 지방에서 사육되는 소고기로,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고급스럽다. 고원지대 분지에서 14개월 이상 사육된 검정소 가운데 엄선된 등급만 해당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초밥을 포함해 △비프스테이크 △철판·꼬치 구이 △샤브샤브 등 방식으로 조리한다.
#이모모치
농촌에서 벼농사가 끝날 무렵 한 해 수고를 자축하며 만들어 먹는 감자떡. 쌀과 감자를 섞어 지은 밥을 뭉쳐 노릇하게 불에 구워낸 후 양념간장을 찍어 먹는다.
감자·고구마를 사용하는 다른 현들과 달리 기후현에서는 토란을 사용한다.
#다카야마 라멘

현 북부 다카야마지방에서 개발 유행하는 라면으로, 전국적 지명도가 있다. 면발이 꼬불꼬불하고 가늘며, 닭뼈 국물에 간장 소스를 조합한 맛이 개운하다. 토핑도 차슈·죽순·쪽파 등으로 간결하게 구성된다.
현지에서는 '주카(중화) 소바'로 통한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