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해당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유동화 전단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안전한 투자처'로 홍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홈플러스가 1, 2차 자산유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한 ABSTB 판매대금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유동화 전단채가 우선 변제될 수 있도록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들의 첫 집단행동으로 이날은 약 20명이 모였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불완전 판매 우려도 있지만 이 사건은 사기 사건"이라며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증권사 역시 신용등급 강등 등 위험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했다면 불완전 판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채권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은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선을 그으면서 홈플러스에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조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7619억원의 단기자금 조달...카드대금 지급은 유예
홈플러스는 증권사를 통해 총 7619억원의 단기자금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신영증권은 총 약 5000억원의 단기자금 조달을 주관했다. 해당 ABSTB와 CP 대부분은 하나증권과 여러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채무 불이행이 발생한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업계에선 채권 4000억원 중 3000억원 이상이 일반 개인·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을 때, 카드사를 통해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홈플러스가 나중에 상환할 카드대금을 기초로 유동화 상품을 만들었다.
먼저, 카드사는 홈플러스로부터 받을 미래의 카드대금을 1차 유동화(팩토링) 했다. 이후 증권사는 이를 기반으로 2차 유동화(ABSTB) 상품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구조에서는 홈플러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카드사에 대금을 지급하고, 카드사는 다시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카드대금 지급을 유예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상환하겠지만,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채무는 법원의 채무 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결제를 통해 확보된 카드대금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소비자가 결제한 카드대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BSTB의 기초자산이 되는 카드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ABSTB를 구매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티메프의 경우와 비슷해 보인다"며 "당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1조원에 달하는 판매대금 행방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홈플러스 역시 소비자들의 결제 대금이 홈플러스 내부에서 어디로 유출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금융채권 분류 가능성 높아...투자자들 "원금 손실 우려"
ABSTB를 발행한 증권사들은 예상치 못한 손실에 직면했다.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려면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이 정상적으로 입금돼야 하지만, 기업회생 절차로 인해 이 돈이 들어오지 않게 된 것. 이에 따라 증권사는 ABSTB 투자자들에게 원금 상환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채 발행 주관사로, 카드 이용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을 판매했다. 판매사로는 하나증권과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언급된다.

12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샀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민태 기자
이에 증권사들은 ABSTB를 상거래채무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BSTB가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채권이란 이유에서다.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면 투자자 손실이 없어 불완전판매 논란도 사라진다.
특히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CP 또는 ABSTB와 같은 증권이 리테일 창구로 판매됐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없다며,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ABSTB 및 CP에 대해 판매 주체가 증권사인 만큼 자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신용카드로 구매한 후 신용카드사가 보유한 채권을 증권사가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해 인수한 후 직접 ABSTB나 기업 CP를 발행한 것"이라며 "그중 일부가 증권사들에 의해 리테일 판매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ABSTB를 금융채무로 볼 것인지 상거래채무로 분류할 것인지에 따라 불완전판매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유동화 과정에서 금융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금융채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현실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