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신입 행원 공채에 지원했다. 금융 관련 전공에 CFA Lv1 자격증을 보유하고, 토익 900점대의 성적을 갖췄지만, 높은 경쟁률 속에서 번번이 탈락하며 벽을 실감했다. A씨는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줄어든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2.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B씨도 상·하반기 시중은행 공채에 지원했지만 연이어 탈락했다. 은행권이 신입 공채에서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면서다. B씨는 "학점, 어학 성적, 금융 관련 자격증을 갖췄지만, 이제 막 졸업한 취준생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아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신입 채용 규모는 약 540명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은행권의 채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뱅킹 활성화로 신입 행원 채용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입 채용 규모는 약 540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23년 상반기(1000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하나은행은 오는 17일까지 일반,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지역인재 등 3개 부문에서 총 150명의 신입 행원을 모집한다. 학력, 전공, 연령 제한은 없지만 경쟁률은 수백 대 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필기시험, 실무진 면접, 최종 면접을 거쳐 선발되며, 보훈특별채용도 함께 진행된다. 최종 합격자는 5월 인천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연수를 받는다.
IBK기업은행도 금융일반 150명, 디지털 10명, IT 10명 등 총 17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오는 17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실무 및 면접을 거쳐 오는 6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쳤으며, 총 190명을 선발한다. △기업금융 △개인금융 △지역인재 △우리 히어로 △IT·디지털 총 5개 부문에서 채용이 이뤄진다. 특히 IT·디지털 직군은 코딩 테스트가 포함돼 기존 지원자들과는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직 채용 공고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신입 공채를 통해 각각 100명을 선발했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 대비 최근 몇 년간 채용 규모를 꾸준히 늘려 지난해 총 1145명을 선발했다. 이는 전국적인 지점망과 대면 영업 중심의 비즈니스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공채를 기다리던 지원자들은 하반기 채용을 대비한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은행이 성장할수록 신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했으나, 이제는 금융권의 인력 운용 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금융 확산이 인력 구조 재편을 초래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3927개에서 최근 3790개로 줄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1000개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는 모바일·인터넷 뱅킹 이용 증가로 대면 창구 업무가 줄어든 결과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 축소와 함께 기존 영업점 중심 인력을 줄이는 대신, IT·디지털 금융 인력을 선별적으로 채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규모 공채를 통해 인력 풀을 확보하는 전략을 썼지만, 이제는 직군별로 필요한 인재를 선별해 뽑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채용 시장이 변화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금융 지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졌으며, 디지털 역량과 실무 경험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필기시험 유형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은행별 필기시험에서는 경제·금융 지식 외에도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금융 관련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IT·디지털 직군의 경우 일부 은행에서는 프로그래밍 및 코딩 테스트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하는 지원자들은 금융 이해도 외에도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면접 과정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권 면접에서는 업계 이해도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과 실무 적합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 혁신과 관련된 질문이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전문 자격증 보유자 우대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권 신입 공채에서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인 CFA Lv1, FRM, 투자자산운용사 등을 갖춘 지원자들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채용 설명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은행들은 지원자들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주요 대학을 방문하는 현장 설명회도 운영 중이다.
채용업계 한 컨설턴트는 "은행권 채용 시장이 변화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학벌이나 전통적인 금융 지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특히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데이터 분석, AI, 핀테크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준비생들은 금융 자격증이나 학점 관리뿐만 아니라 IT 및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며 "은행별 채용 일정과 필기시험 출제 경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면접에서는 지원한 은행의 디지털 전략과 금융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