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에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재입찰과 국책은행 인수, 청·파산이라는 세가지 선택지가 놓인 상황이다. ⓒ MG손해보험
[프라임경제] 메리츠화재의 인수 포기로 MG손해보험 매각이 원점 상태로 돌아왔다. 이에 재입찰과 국책은행 인수, 청·파산이라는 세가지 선택지가 놓인 상황이다. 다만 낮은 건전성에 따른 자본 투입 부담 등으로 재입찰과 국책은행 인수는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청·파산의 경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쉽사리 선택을 내리기가 어렵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에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한다고 공시했다. 메리츠화재는 앞서 지난해 월 MG손보를 위탁받아 매각을 진행 중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협대상자로 지정된 바 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노조는 고용 승계 불확실과 실사 과정에서의 정보 유출 등으로 지속적으로 반대를 표했다.
이로써 MG손보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MG손보 앞에 놓인 가능성은 크게 세가지로 전망해볼 수 있다.
먼저 재입찰을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향이다. 다만 지나치게 낮은 자본 건전성 탓에 지난 세차례 매각 시도에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MG손보의 지급여력(K-ICS)비율은 금융당국의 경과조치가 적용된 후에도 지난해 6월 말 44.4%에서 9월 말 43.4%로 하락했다.
K-ICS는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현행 보험업법에는 100%를 넘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MG손보의 K-ICS가 100%를 넘으려면 1조원에 가까운 자본 충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인수자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상당하므로 재입찰 가능성은 비교적 떨어진다. 더군다나 이번 메리츠화재의 인수 포기로 노조의 찬반 여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난이도는 더욱 높아졌다.
국책은행 인수도 고려해 볼만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내에서는 KDB생명이라는 선례가 있다. KDB생명은 본래 금호생명이었으나, 지난 2010년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산업은행이 넘겨받게 됐다. 이후 산은은 2014~2016년 세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무산되면서 10년 동안 KDB생명을 안고 있다.
국책은행의 공동출자를 통한 인수 방안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다만 이들 은행은 내부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MG손보를 인수하고 건전성을 끌어올리는데 세금이 투입된다는 시선이 부담이다. KDB생명도 산은이 인수와 유상증자로 1조원 가량을 들였기에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투입된 자금 대비 회수 금액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시달렸다. 또 언젠가는 다시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청·파산이다. 문제는 MG손보 청·파산 시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개인 737억원, 법인 1019억원으로 총 1756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최대 5000만원까지는 해약 환급금을 보장하지만, 이를 초과할 경우 보상 장치가 없다. 일부 계약자들의 경우 파산 배당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들이 MG손보 상품에 가입한 목적은 보험 그 자체에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보상으로 보기 힘들다.
현재 MG손보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약 124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보험'인 실손보험 가입자가 16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한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청·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로 MG손보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함부로 갈아타기를 권유할 수도 없어 MG손보를 둘러싼 불안이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계약자뿐만 아니라 보험대리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만큼, 사실상 MG손보를 관리 중인 예보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시선이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