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상거래채권 3400억원 상환을 마쳤다고 14일 밝혔다.

14일 오전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배예진 기자
이날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입점주·채권자 등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함으로써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 준 덕분에 현재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홈플러스는 △상거래채권 지급 진도율 △상품 공금 안정화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 중에 있는 상거래채권 지급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까지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으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의 남아있는 현금시재가 약 1600억원이라는 점과 현재까지도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홈플러스는 단언했다.
이에 대해 조주연 사장은 "상거래채권을 순차적으로 지급해 드리고 있고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 분들 우선으로 지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과 협력사 등 모든 분들께 지급할 것이니 기다려달라"고 약속했다.
김광일 홈플러스 부회장은 "대기업·소상공인·중소기업 모두 (회생 개시일인) 3월4일 이후 거래분은 정상적으로 돈을 받고 있다"며 "3월4일 이전에 (발생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상거래채권을 대기업의 경우 6월부터 분할해서 상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절차 개시 시점인 3월4일부터 13일까지 홈플러스가 공개한 자금 상황 자료를 보면, 3월4일 기초시재는 1320억원이다. 매출대금 3700억원이 입금됐고, 상품대 등으로 3398억원이 지급돼 최종적으로 지난 13일 기말시재는 1622억원이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거래유지율이 회생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영업실적에도 좋은 성과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조주연 사장은 "영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매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며 "지난해 동기 대비 13.4% 증가하고, 고객 수도 5% 올랐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이날 공개한 거래유지율에 따르면, 3월 현재 협력사·입점사 수 기준 △마트·슈퍼마켓·온라인 95% △물류 100% △도급 100% △몰 임대매장(테넌트) 99.9%다.
조 사장은 "실적 개선은 2022년 선보인 △식품특화 매장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점포의 매출 증가 △온라인부문의 성장 △멤버십 회원 수 1100만명 초과 등 고객기반이 크게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회생절차에 관해서도 과정을 설명했다.
정원휘 홈플러스 준법경영본부장은 "이번 회생절차에서 가장 핵심은 정상영업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 허가와 회생채권 기변제를 허가해 줬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해 홈플러스는 4월 초순까지 채권자 목록을 제출하고 4월 중하순까지 누락된 채권신고까지 받겠다고 밝혔다. 이후 채권신고가 끝나면 5월 초순까지 홈플러스는 채권자들과 내용 판단 후 시부인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회계법인과 관리인은 각각의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함께 제출한다. 이를 통해 법원은 재산실태와 기업 가치를 조사하게 된다.
모든 관계의 내용이 공유되면 6월3일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된다. 제2, 3회 관계인 설명회를 통해 계획안 심리·결의 후 법원은 가결 여부를 결정한다. 가결되면 법원은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에 따라 홈플러스는 계획을 수행하게 된다. 이후 회생절차는 종결된다.

14일 오전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현장. =배예진 기자
이날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는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도 함께 열렸다.
비대위는 "여기 계신 피해자분들은 가계 자금, 노후 준비 자금, 자녀 결혼 자금, 퇴직금 한푼 두푼 모아서 투자한 분들"이라며 "검은머리 외국인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피해자 관련 얘기는 일절 없고 경영 정상화만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실장은 "책임 있는 자세였다면 기업 회생 신청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매출액 증가만으로는 양호한 재무상태를 알려주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아니라는 사실은 회계지식의 기초이다. 그런데도 허무맹랑한 지표를 근거로 재무지표가 개선되고 있었다는 터무니없는 판단과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홈플러스와 카드사는 서로 짜고 치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사기 채권 판매에 혈안이었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파산형 회생을 위해 서울행정법원으로 달려간 것"이라며 비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40대 피해자 A씨는 울먹이며 "피해 금액이 10억원이다. 3개월만 딱 홈플러스와 MBK 파트너스 이름 하나 믿고 투자했다"며 "주식도 아니고 원금 전액 손실을 언제까지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이 학원비까지 아끼면서 번 돈이다. 제 가족 개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인 회사로 여러 가족들과 그 밑에 직원들까지 피해자다"며 "상품 추천한 증권사 창구도 저한테 '홈플러스와 MBK는 망할 수 없는 곳'이라고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유동화 전단채 관련해서 홈플러스는 노력의 뜻을 밝혔다. 김광일 부회장은 "전단채 투자자분들도 궁극적으로 홈플러스의 채권자들"이라며 "그분들도 회생 절차 내에서 전액 원금 변제될 수 있도록 채무자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MBK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회생 신청 결정에 MBK의 개입 여부'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김 회장은 "결정은 저희 홈플러스 임원진들이 함께 했고, 마지막에 이사회가 결정한 것"이라며 "회생을 통해서 MBK가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가 지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부회장직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