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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방식 전환 "신탁 밀어주기" 독소 조항 의혹

신탁 선정시 별도 절차 없이 "정상운영 조합도 강제해산 가능"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5.03.21 10:49:37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열심히 주민들을 설득해 조합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신탁을 선정했다며 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됐다."- A 사업지 해산 조합 관계자

"조합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탁을 선정하면 '공동시행'으로 알고 동의서를 작성했다. 이 동의서로 인해 조합이 해산되는 지 몰랐다."- A 사업지 소유주

지난 2023년 조합이 설립된 서울 구로구 A 정비 사업지는 현재 신탁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조합 설립된 이후 조합원 연락망이 공개되고, 일부 조합원들이 이를 활용해 신탁 동의서를 모아 신탁 선정을 추진한 결과다. 이로 인해 기존 조합은 강제해산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정비사업 업계에 있어 신탁 방식과 조합 방식간 '형평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법률에 따라 조합 방식에서 신탁으로의 전환이 용이해 정상 운영되는 조합까지 강제 전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신탁방식 전환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만큼 신탁·조합방식 간 형평성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실제 그동안 A 사업지 조합은 설립 이후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중 신탁 선정에 따라 추가 절차 없이 강제 해산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27조 5항'에 의거, 지정개발자(신탁사·공공)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면 기존 조합 또는 추진위 설립 인가가 자동 취소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구조를 악용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신탁 방식을 강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비대위가 은밀히 '신탁 동의서'를 모아, 정상 운영되는 조합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로 실거주자 비율이 낮아 소유주간 정보 교환이 수월하지 않는 재개발 지역 및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이런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위 등이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는 경우 반발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신탁이 들어오면 사업이 빠르게 잘될 것'이라는 말에는 조합원들이 동의서를 잘 작성한다"라며 "물론 신탁 방식을 선택하면 수백억원 상당 '수수료'를 별도 부담해야 하지만, 이는 동의서 수거 과정에서 축소 또는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귀띔했다. 

이와 달리 신탁 방식에서 조합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절차적 장벽이 높다. 

먼저 신탁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선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해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후 조합 설립 추가 동의(재건축 70%·재개발 75%·모아타운 80%)도 필수적. 이런 과정에 따른 사업 지연도 감수해야 한다. 사실상 신탁 해제 후 조합 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셈이다.

김병춘 서경대 교수는 "조합 방식에서 신탁 방식으로 전환하는 건 빠르고 수월하지만, 신탁 방식에서 조합 방식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조합원들에게 이런 사실이 제대로 설명됐을지도 의문"이라고 바라봤다.

정비업계에서도 신탁·조합 방식 간 전환 절차를 형평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귀용 정비사업전문기획컨설팅업체 '창' 대표이사는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 구조는 신탁 방식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라며 "특히 정상 조합조차 강제해산 권한까지 주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당국은 사업시행자 변경에 따른 행정적 조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조합에서 지정개발자(신탁 등)로 변경됨에 따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규정으로 판단된다"라며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있다면)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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