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책임준공 계약이 건설사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업계 요구를 대폭 수용해 책임준공 연장 사유 및 배상 범위를 합리화하는 개선안을 지난 19일 마련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 도산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를 감안, 정부가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과도한 책임을 물어온 건설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책임 준공을 완화한다. 문제는 이번 정책이 얼마나 건설업게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PF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로 건설업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무 건전성 급속 악화…중소·중견 건설사 줄도산 위기 '심화'
건설 원자잿값 급등을 비롯해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 건설사가 휘청이고 있다. 실제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한 건설사가 7곳에 달하면서 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50~200위권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1월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2023년 기준 83위) △삼정기업(114위) △삼정이앤시(122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부도난 건설사는 2019년(49곳) 이후 최대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28일 기준)까지 2달 동안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09곳이다.
이러한 상황에, 건설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과 건설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는 지금보다 더 건설업 위기가 심화되기 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부 부장은 "미분양과 미수금 증가로 돈줄이 마른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건설업계의 원가 상승을 고려한 알맞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공사 부담 줄인다 '책임준공 완화 개선 방안' 마련
이에 정부는 건설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도록 독려하고자, 시공사의 부담을 가중시킨 책임준공 기준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및 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한국은행·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은 부동산PF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개선과 관련한 책임준공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책임준공은 PF대출 시 시공사가 정해진 기한 내 준공과 승인을 보증하는 제도다. 그동안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PF사업장의 채무를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신용보강'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이번 방안으로 부동산PF에 투자된 자기자본이 높은 만큼 리스크가 낮아져 굳이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로 신용보강(보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방안에는 책임 준공 완화를 위해 PF 대출 계약의 연장 사유를 확대하고, 만기일을 최대 90일까지 연장해 기한 경과 일수에 따라 채무인수 비율을 차등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자기자본비율이 40% 이상인 사업은 책임준공 의무를 면제하고, 20% 이상인 경우 협의를 통해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천재지변·내란·전쟁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던 책임준공 기한 연장 사유도 완화된다. 정부는 민간 표준도급계약을 참고해 △태풍과 폭염 기상변화 △지진 △법령 제·개정 △원자재 수급 불균형 등을 연장 사유로 인정한다. 연장 기간 상한도 90일로 정했다.
◆ 건설업계 "'책임준공 완화' 개선안 환영하지만…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준공이 미뤄질 경우 수백억원의 빚을 떠안는 등 모든 채무를 감당해야했던 시공사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시공사가 오롯이 준공 및 미분양 리스크를 책임져야 했던 상황이 불합리했다"며 "책임준공 완화시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방안이 업계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를 점쳐보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도 지적했다. 원활한 PF 대출 등을 우려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분석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PF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로 인해, 가뜩이나 움츠러든 PF 대출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 개선안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PF사업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세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하며 "건설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도록 독려하기 위해선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개선안은 금융업권별 모범규준 개정을 거쳐 오는 4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